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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기 위해…두 달에 한 번, 기존 제품 라인 멈추고 별도 생산

12.08.2026 1분 읽기

유한킴벌리 대전공장에서는 두 달에 한 번꼴로 평소와 다른 작업이 시작된다. 이른둥이를 위한 초소형 기저귀를 생산하는 날이다. 새벽부터 엔지니어들이 공장에 모여 설비를 하나씩 조정한다. 원자재 투입부터 절단·접착·포장까지 일반 기저귀 규격에 맞춰진 생산라인 전체를 훨씬 작은 이른둥이용 제품에 맞게 다시 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 시간에 걸친 설비 조정이 끝나자 생산라인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커다란 롤 형태의 원지가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들어가자 그 위로 흡수체와 부직포 ·밴드 등 각종 부자재가 차례로 더해졌다. 여러 겹으로 합쳐진 소재는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설비를 거치며 이른둥이의 작은 몸에 맞는 크기로 잘리고 접착됐다. 잠시 뒤 스마트폰만 한 작은 기저귀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생산라인 위를 빠르게 지나갔다. 일반 기저귀와 같은 공장에서 만들어졌지만 크기는 한눈에 봐도 확연히 달랐다. 완성된 기저귀들은 여러 장씩 차곡차곡 포개진 뒤 포장재 안으로 들어가 하나의 제품으로 완성됐다.

이른둥이를 위한 기저귀를 만들게 된 출발점은 의료 현장에서 날아온 한 통의 메일이었다. 2011년 한 간호사가 유한킴벌리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사용할 수 있는 더 작은 기저귀가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당시 국내에서는 이른둥이의 작은 몸에 맞는 전용 기저귀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 병원에서 일반 신생아용 기저귀를 접거나 잘라 쓰기도 했다. 하지만 일반 제품은 이른둥이에게 지나치게 크고 두꺼워 몸에 제대로 밀착되지 않았고 대소변이 새거나 연약한 피부에 부담을 줄 우려가 있었다.

이후 유한킴벌리는 실제 수요를 확인하기 위해 300곳이 넘는 산부인과를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당시 전국에 100곳도 되지 않던 신생아집중치료실(NICU)에서도 전용 제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산모의 출산 연령이 높아지고 난임 치료와 다태아 출산이 늘면서 이른둥이 출생도 증가하고 있었다. 2014년 전체 출생아의 6.7% 수준이었던 이른둥이 비중은 지속적으로 상승해 2024년 기준 10.2%가 됐다. 이제 신생아 10명 가운데 1명이 이른둥이로 태어나는 셈이다.

유한킴벌리는 이른둥이 문제가 일부 가정이나 의료기관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관심을 가져야 할 과제라고 판단했다. 이에 유아용품 분야에서 축적한 기술과 생산 역량을 활용해 해결책을 찾기로 했다. 이른둥이는 일반 신생아보다 체중이 적고 피부도 훨씬 얇고 민감하다. 한 자세로 장시간 누워 생활하는 경우가 많고 소량의 소변과 대변을 자주 본다. 기저귀가 조금만 크거나 뻣뻣해도 다리가 벌어지거나 몸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제품 개발에 참여한 의료진은 무엇보다 피부에 닿는 소재가 부드러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저귀가 얇고 유연해 아이의 다리와 체형에 부담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제품의 일정한 무게 또한 중요한 조건이었다. 이른둥이는 매일 체중을 측정해 회복 상태를 확인하는데 기저귀 무게가 조금이라도 다르면 정확한 체중 변화를 파악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유한킴벌리는 크기뿐 아니라 제품 한 장 한 장의 무게까지 정밀하게 관리하도록 설계했다.

유한킴벌리는 2014년 기존 설비를 활용해 생산할 수 있는 가장 작은 기저귀를 개발했다. 그러나 의료 현장에서 요구하는 규격과 기능을 충족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결국 회사는 이른둥이 기저귀 생산을 위한 별도 설비투자를 결정했고 2017년 정식 제품을 출시했다.

이른둥이 기저귀에는 사탕수수 바이오매스 소재와 판테놀 함유 로션 등이 적용된다. 피부 자극 요인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소량의 용변도 빠르게 흡수해 피부를 보송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흡수 구조를 설계했다. 벨트 모양과 제품 두께, 유연성도 일반 제품과 달리 설계했다. 국내 대학병원 NICU에서 실사용 조사를 진행하고 간호사들의 의견을 반영해 최종 규격을 확정했다.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이른둥이용 기저귀는 단순히 기존 기저귀의 크기만 줄인 제품이 아니다”라며 “소재와 구조부터 생산설비, 품질관리 기준까지 모두 별도로 설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이 초소형 기저귀를 지속적으로 생산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낮은 경제성이다. 수요가 적어 생산량은 많지 않은 반면 생산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은 오히려 일반 제품보다 크다. 초소형 규격에 맞춰 생산라인을 별도로 조정해야 하는 데다 제품 크기가 작아 생산 속도도 일반 기저귀보다 30% 이상 느리다. 공정이 정밀해 불량을 최소화하기 위한 품질관리 역시 까다롭다. 여기에 병원 공급을 위한 별도의 고객 관리와 물류 체계까지 갖춰야 해 기업 입장에서는 수익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 구조다.

유한킴벌리는 이런 부담에도 이른둥이용 기저귀를 생산해 전량 무상으로 공급하고 있다. 종합병원과 대학병원 NICU에 제품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자사몰 ‘맘큐’를 통해 신청한 이른둥이 가정에도 기저귀 1박스를 지원한다.

유한킴벌리는 이를 단순한 기부가 아닌 ‘본업을 통한 사회문제 해결’로 보고 있다. 현금이나 완제품을 한 차례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회사가 보유한 기술과 인력, 설비와 유통망을 활용해 필요한 제품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기업의 성장을 이끈 역량을 사회문제 해결에 활용한다는 상생의 취지가 아니었다면 쉽지 않았을 결정이다.

이른둥이 기저귀는 결코 특정 소수를 대상으로 만든 제품도 아니다. 이른둥이 출산은 누구나 주변에서 마주할 수 있는 일이다. 유한킴벌리 직원 가운데서도 자신이 만들던 제품의 도움을 직접 받은 사례가 있다.

2017년부터 하기스 생산라인을 담당해온 장재원 유한킴벌리 대전공장 공정 엔지니어도 그중 한 명이다. 장재원 엔지니어는 2021년 첫째 아이가 1.09㎏의 이른둥이로 태어나면서 NICU 에서 두 달 반을 보냈다. 장 엔지니어는 “인큐베이터 안에 있는 아이를 직접 안아줄 수 없었지만 내가 만든 기저귀가 아이를 대신 안아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전국 NICU에서 부모 품으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는 이른둥이를 위해 더 좋은 제품을 만들어야겠다는 책임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류진호 유한킴벌리 유아용품사업부 본부장 역시 이른둥이 자녀를 키운 경험이 있다. 본인이 직접 NICU를 경험하면서 의료진과 보호자가 겪는 어려움을 더욱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이를 제품 개발에도 적용했다.

류 본부장은 “기저귀가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 의료진이 어떤 점을 불편해하는지, 보호자가 무엇을 가장 불안해하는지를 직접 체감했다”며 “단순히 작은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사용 과정에서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허리 압박을 줄이면서 안정적인 착용감을 유지하는 구조와 다리 움직임을 방해하지 않는 설계, 부드러운 소재, 기저귀 교체 편의성 등이 실제 경험에서 출발한 개선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세종충남대병원 NICU에서 만난 이른둥이 자녀 아버지 이하늘(32) 씨도 유한킴벌리의 이른둥이 기저귀 덕분에 아이를 돌보는 부담을 한층 덜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아이가 이른둥이로 태어나면서 영양 문제나 여러 가지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았는데, 아이에게 딱 맞는 기저귀를 제공받을 수 있어서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더욱 많은 사람이 이 기저귀를 사용하게 된다면 이른둥이 아이들이 더욱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한킴벌리는 앞으로 이른둥이 기저귀의 공급 범위를 더 넓힐 계획이다. 아직 모든 NICU에 제품이 공급되고 있지는 않은 만큼 병원별 수요를 파악해 지원 대상을 확대할 방침이다. 필요한 시점에 제품이 부족하지 않도록 공급의 연속성과 적시성을 높이는 것도 과제다. 의료진과 협업을 이어가며 현장 의견을 제품 개선에 반영하고 변화하는 의료 환경에 맞춰 규격과 품질도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류 본부장은 “이른둥이에게는 필요한 시점에 제품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단순한 제품 공급을 넘어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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