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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전력난 풀고 양자·우주·바이오 선점…정부도 출자해 ‘위험 분담’

12.08.2026 1분 읽기

정부가 인공지능(AI) 산업 확대의 최대 변수로 꼽히는 전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형모듈원자로(SMR)와 핵융합·재생에너지를 집중 육성하기로 했다. 12일 정부가 발표한 ‘7대 시드(SEED) 프로젝트’는 AI 인프라에 전력을 공급하는 청정에너지 3개 분야와 AI 이후를 겨냥한 프런티어 기술 3개 분야, 이를 떠받치는 공급망 1개 분야로 짜였다. 연구개발(R&D) 자금 지원에 머물던 정부의 역할도 산업의 실질적 투자자로 전환할 계획이다.

출발점은 올 6월 선정한 ‘3대 메가 프로젝트’다. 정부는 반도체와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를 묶어 AI의 두뇌인 반도체 생산을 늘리고 대규모 연산을 맡을 데이터센터를 확충하기로 했다. 문제는 전력이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국내 최대 전력수요는 2023년 98.3GW(기가와트)에서 2038년 129.3GW로 31.0GW 늘어난다. 이 가운데 데이터센터 수요만 2038년 6.2GW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전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3대 메가 프로젝트는 성공할 수 없다.

정부가 SMR과 핵융합·재생에너지를 ‘미래 청정에너지 시드’로 묶은 이유다. 우선 2027년 민관 합동으로 SMR 상세 설계에 착수해 2035년 경수형 혁신 SMR(i-SMR)을 상용화한다. 2030년대에는 냉각재로 물 대신 액체금속이나 용융염·가스 등을 쓰는 비경수형 SMR 건설에 들어간다. SMR은 선박과 국방·우주 등 다양한 시장에서 전력·열 공급원으로 쓸 수 있다. 김지환 현대건설 뉴에너지사업부 파트장은 “현재의 경제성만 따지면 SMR이 정확한 수요처를 찾기에는 아직 초기 단계”라며 “고온가스로는 산업 공정열, 용융염원자로는 선박 추진, 소듐냉각고속로는 분산전원에 활용하는 등 용도별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핵융합은 실증로와 상용로 개발을 병행한다. AI로 설계와 제어를 자동화하는 ‘AI 가상 핵융합로’를 먼저 개발하고 전남 나주에 핵심 부품·장비 실증 시설을 짓는다. 2035년까지 한국형 혁신 핵융합로를 건설해 2030년대 말 전력 생산을 실증하고 2040년대 상용전력을 공급한다는 목표다. 재생에너지 분야에서는 효율 35% 이상 페로브스카이트 탠덤 태양전지와 20㎿ 이상 초대형 풍력터빈을 개발한다. 50~100㎿급 수전해 실증과 GW급 초고압직류송전(HVDC) 국산화에도 나서 생산부터 저장·송전까지 아우르는 생태계를 조성한다.

AI 산업을 뒷받침할 에너지를 확보하는 동시에 AI 이후 한국 경제의 ‘코어파워’가 될 ‘프런티어 시드’도 키운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이날 양자와 우주항공·첨단바이오를 프런티어 시드로 제시하며 “양자는 연산의 한계, 우주항공은 공간의 한계, 첨단바이오는 인체의 한계를 뛰어넘을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양자 분야에서는 2029년까지 오류 정정이 가능한 100큐비트급 국산 양자프로세서(QPU)를 확보하고 칩과 제어장치, 운영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풀스택 양자컴퓨터를 개발한다. ‘K퀀텀 파운드리’를 세워 2035년 양자 칩 제조 역량 세계 1위에 오른다는 목표도 내놓았다. 우주항공 분야는 2029년 달 궤도 통신위성을 시작으로 2030년 국내 첫 달 착륙선, 2031년 우주과학탐사선, 2032년 1800㎏급 달 착륙선을 차례로 쏘아 올린다. 2035년에는 독자 저궤도 위성통신망을 완성한다. 첨단바이오 분야에서는 암 조직의 변화를 예측하는 AI 모델과 자율실험실, 바이오 파운드리를 2030년까지 구축한다. 생각만으로 글자를 입력하거나 기계를 조작하는 뇌·컴퓨터인터페이스(BCI) 제품은 2035년 상용화가 목표다.

원료와 부품의 높은 해외 의존도도 손본다. 희토류와 흑연 등 핵심 광물은 국내 생산 기반이 취약해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일부 품목은 공급망이 특정 국가에 편중돼 있다. 미중 갈등이 격화하거나 자원 수출통제가 이뤄지면 미래 산업의 생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정부가 핵심 광물과 소재·부품·장비를 일곱 번째 시드로 정한 이유다. 10대 핵심 광물의 재자원화율을 2030년 20%까지 끌어올리고 비축 품목은 24종에서 29종으로, 비축량은 최대 180일분에서 365일분으로 확대한다. 2028년에는 새만금 비축기지를 가동한다. 첨단 소부장에는 앞으로 5년간 10조 원의 R&D 자금을 투입한다.

보조금 지급자에 그쳤던 정부 역할은 장기 투자자이자 초기 시장 조성자로 넓어진다. SMR과 핵융합·양자·첨단바이오 분야에 민관 공동 출자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우고 정부가 기업 지분을 취득하는 ‘투자형 R&D’도 도입한다. 투자금 회수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성공 여부도 불확실해 민간이 홀로 감당하기 어려운 초기 위험을 국가가 나눠 지겠다는 것이다.

과제는 인력과 규제다. 이날 보고회에 참석한 양자 분야 학부생과 바이오 분야 고등학생 등 미래 과학기술 인재들은 프런티어 시드 분야에서 장기간 연구에 몰두할 수 있도록 청소년기부터 대학과 대학원, 연구 현장까지 이어지는 생애주기별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배충식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은 “오늘 논의된 모든 기술을 뒷받침하려면 결국 우수한 과학기술 인재가 필요하다”며 “미래 기술 실증 과정에서 데이터 전송과 실험 등이 규제에 막히지 않도록 대학과 연구 현장에 규제 샌드박스를 폭넓게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지 3월 24일 ~ 7월 2일자 <코어파워코리아> 기획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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