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공지능(AI) 인프라의 핵심인 데이터센터를 ‘돈 버는 기계(Money Machines)’라고 치켜세우며 건설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그러나 정작 미국 곳곳에서는 전기요금과 물 사용량 증가, 환경 부담 등을 이유로 데이터센터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트럼프의 핵심 지지층인 보수 진영에서도 반발이 나오면서 AI 육성 정책이 새로운 정치적 쟁점으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트럼프가 말한 ‘돈 버는 기계’…AI에 최대 5조달러 투자
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은 AI가 미국의 경제 성장뿐 아니라 국가안보와 의료·군사 분야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핵심 산업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AI 데이터센터를 ‘돈 버는 기계’라고 표현하며 적극적인 투자를 주문해왔다. 최근에는 데이터센터 산업이 앞으로 “석유 산업보다 더 커질 수 있다”고 주장하는 등 경제적 파급력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 AI 인프라를 향한 투자 규모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JP모건은 향후 수년간 대형 기술기업들이 AI 인프라 구축에 최대 5조달러를 투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막대한 투자만큼 경제적 효과가 나타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는 시각도 있다. 스탠퍼드 디지털이코노미랩은 AI 인프라 투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노동시장과 산업 전반에 대규모 변화를 가져왔다는 결정적인 증거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전기·물 먹는 데이터센터…트럼프 지지층도 반발
데이터센터가 미국 각지에 들어서면서 지역사회의 분위기는 백악관의 기대와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대규모 시설을 가동하는 데 막대한 전력과 물이 필요하고, 주민들이 기대하는 것만큼 장기적인 일자리가 많이 생기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서다.
지난달 미시간주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 행사에서는 데이터센터 건설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대가 연설을 방해했다. 여기에는 평소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해온 보수 성향 인사들도 포함됐다.
보수 성향 시민단체 ‘휴먼스 퍼스트’를 이끄는 에이미 크레이머는 지난달 미국 42개 주에서 데이터센터 건설 반대 시위를 조직했다. 크레이머는 “국민은 자신들을 대변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느끼고 있고, 매우 화가 나 있다”고 말했다.
반발은 정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미주의회협의회(NCSL)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미국 15개 주에서 데이터센터 건설을 제한하는 방안이 검토됐다.
텍사스에서는 공화당 소속 그레그 애벗 주지사가 신규 데이터센터 사업에 에너지 감사를 실시하도록 했다. 켄터키도 데이터센터 때문에 일반 가정의 전기요금이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를 내놨다. 뉴욕에서도 지난 7월 데이터센터 건설을 일시 중단하는 방안이 시행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움직임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데이터센터를 세수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액체 황금(Liquid Gold)’이라고 부르며 경제적 효과가 지역사회의 부담보다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기료 안 오른다”…백악관은 낙관론 유지
전기요금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도 의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초 데이터센터 확충에 필요한 전력망 개선 비용을 기술기업들이 부담하도록 하는 자발적 합의를 중재했다. 그러면서 데이터센터 때문에 일반 소비자의 전기요금이 오를 수 있다는 우려에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AI 자체에 대한 경계도 일부 강화했다. 백악관은 최근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 등과 AI 모델의 보안 위험을 점검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다만 규제보다는 산업 육성과 투자 확대에 무게를 두는 기존 기조에는 변화가 없다는 평가다.
마이클 크라치오스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은 “과거 정부가 AI의 부정적 측면을 지나치게 강조해 오히려 대중의 불안감을 키웠다”고 주장했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데이터센터의 지역경제 효과를 강조했다. 그는 “수십 년간 발전이 이뤄지지 않았던 조용한 지역사회에 데이터센터가 들어선다면 그 마을 주민들은 매우 기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