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1일 노란봉투법의 노동쟁의 기준을 보다 명확하게 마련하도록 주문하는 한편 논란이 된 세제개편안에 대해서도 수정 가능성을 열어뒀다. 노란봉투법의 모호한 기준을 둘러싸고 기업들의 우려가 커지고 부동산 세제 개편에 대한 반대 여론이 확산하는 상황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정부가) 안을 내는 건 변경의 여지가 있는 것”이라고 밝히며 현장의 의견을 최대한 수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노란봉투법에 의한 쟁의 대상인지, 아닌지에 대해 사례 등을 명확하게 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했는데 ‘규정을 안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있더라”며 고용노동부를 사실상 질타했다. 지난달 21일 국무회의에서도 김영훈 노동부 장관에게 같은 취지의 지시를 했지만 뚜렷한 움직임이 없자 공개 석상에서 재차 기준 마련을 압박한 것이다.
김 장관은 “시행령으로 만드는 것은 안 된다는 취지”라며 “행정해석으로 이미 다 내렸다”고 해명했다. 실제 노동부는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노동쟁의 범위 등을 시행령으로 구체화하기보다 기존 행정해석 지침에 사례와 설명을 보강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모법에 명시적인 위임 규정이 없는 만큼 시행령으로 구체적인 기준을 정할 경우 행정부의 월권 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대통령은 그러나 “법률의 시행에 필요한 세부 사항을 정하는 것은 헌법이 정한 행정부의 권한”이라며 “법에 없으니까 못 정한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행정해석과 법률이 정한 기준을 제시하는 것은 다르다”고 분명히 했다. 김 장관도 결국 “더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노동부는 앞으로 기존 해석 지침을 구체화하는 한편 시행령 신설 가능성 등도 검토할 방침이다.
이 대통령은 최근 논란이 된 세제개편안에 대해서도 국민의 반론을 적극적으로 수용할 것을 당부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에게 “세금을 다루는 사람은 반드시 욕을 먹게 돼 있다”며 “바뀌어서 혜택을 보는 쪽은 가만히 있고 부담이 늘어나는 쪽은 엄청난 반감을 가지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 부총리에게 웃으며 “무조건 기어서 다니시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같은 언급은 정부가 정책을 내놓은 뒤에도 국민 여론에 따라 수정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국민 의견을 듣는 데 반론이 있으면 받아들이는 게 바람직하다”며 “이견이 없는 명백한 진리와 정책은 다르다. 확정된 안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게 아니라 정부가 안을 내는 건 변경의 여지가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년을 중심으로 투자자들의 반발이 컸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개편과 ‘주가누르기방지법’ 등의 전면 재검토를 지시한 만큼 이번 이 대통령 발언이 앞으로 부동산 세제를 포함한 다른 쟁점에 대한 추가적인 수정·보완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구 부총리도 “이번 세제개편안은 정부 확정안이 아니다”라며 국민 의견을 반영해 수정·보완한 뒤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답했다.
정부 내에서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것을 ‘정책 엇박자’로 보는 시각에도 선을 그었다. 최근 주 52시간제 예외 적용을 놓고 산업통상부 장관은 필요성을 제기한 반면 노동부 장관은 신중론을 밝히면서 부처 간 충돌이라는 지적이 나온 데 대한 반박이다.
이 대통령은 “각 부처 간 내부 의견을 다 조율한 다음 외부에 정리된 의견, 확정된 의견만 내고 관철해가는 게 사실 과거에 지적받았던 밀실 행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초기 논의 단계부터 의견들을 자유롭게 내고, 국민들이 의견을 내고, 갑론을박하고, 논쟁해 조정해가면서 일정한 결론에 이르는 과정이 가장 민주적”이라고 강조했다.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 이후 커진 경찰의 권한도 거론했다. 이 대통령은 범죄 피해 확대와 피해 구제 및 진상 규명, 범인 체포와 처벌 등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거론하며 “일반적 범죄 피해에 대한 대응을 어떻게 할지 정리해서 적정한 시기에 대책을 보고해주기 바란다”고 경찰청에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반도체를 이을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데도 정부가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3대 메가 프로젝트와 함께 우리가 키워갈 미래의 씨앗들을 추가 발굴하는 노력도 계속해야 되겠다”며 “소형모듈원전(SMR), 재생에너지, 양자컴퓨터, 우주항공, 첨단 바이오 등은 글로벌 미래 산업의 패권을 좌우할 핵심 분야”라고 언급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세종시가 ‘세종’이라는 공식 명칭을 얻은 지 20주년이 되는 해라는 점을 언급하며 “우리 정부 임기 내에 대통령 세종 집무실 시대를 열고 임기 마지막 국무회의도 세종 집무실에서 개최한다는 자세로 총력을 다해달라”고 주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