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동차 기업 ‘호존’은 2020년대 초 중국 정부의 공격적인 보조금 정책에 힘입어 중국 내 신생 전기차 4강 자리에 올랐다. 2022년 호존의 대표 브랜드 ‘네타(NETA)’ 판매량은 연간 15만 2000대에 달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판네이쥐안(反內卷·과잉 경쟁 방지) 정책을 시행하자 호존은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했고 지난해 6월 결국 파산 절차에 돌입했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전기차 브랜드 네타의 몰락은 중국 보조금 정책의 이면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중국이 매년 천문학적인 규모의 보조금을 자국 내 기업들에 지급한 결과 글로벌 대기업이 탄생했지만 정부 지원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한 기업들도 우후죽순 생겨난 것이다.
실제로 전기차·태양광 등 정부가 보조금을 대거 투입했던 산업들은 구조적 공급과잉을 겪으며 제 살 깎아 먹기식 출혈 경쟁 상태에 놓여 있다. 10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국유 기업 광저우자동차(GAC)는 올해 상반기 40억 6000만~45억 7000만 위안(약 9000억~1조 원)의 순손실을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상반기 순손실(25억 3800만 위안) 대비 1.5배 이상 급증한 규모다. 또 다른 주요 자동차 업체 세레스 역시 상반기 최대 18억 위안(약 4000억 원)의 순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김한솔 한국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원은 “2024년 기준 중국에는 약 130개의 전기차 제조사가 있는데 이 가운데 흑자를 기록한 곳은 BYD·테슬라차이나·리오토·지리 등 4개 기업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기업은 상업적으로 장기간 생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글로벌 자문사 알릭스파트너스에 따르면 2030년까지 재무적으로 생존 가능할 것으로 평가되는 중국 전기차 업체는 전체 기업의 12% 수준인 15곳에 불과했다.
중국 상위 8대 태양광 제조업체들의 누적 손실은 2024~2025년 9월 말 기준 629억 위안(약 13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손실 규모는 연간 보조금 지급액이 정점을 찍으며 호황기에 놓였던 2021~2023년 총수익의 44%에 달하는 수준이다.
중국의 보조금 정책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유럽연합(EU) 등 주요국과의 무역 마찰로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생산능력을 대폭 확충한 기업들이 내수 부진과 공급과잉에 직면하자 해외로 저가 물량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산업통상부 무역위원회에 따르면 무역위가 설치된 1987년 7월부터 올해 상반기 말까지 중국산 제품에 대한 반덤핑 조사가 신청된 건은 124건으로 집계됐다. 2위인 일본(59건)보다 2배 더 많은 규모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총 403건 중 30.7%에 달한다. 올해 1~6월 무역위가 조사 중인 반덤핑 품목 7건의 피제소국 역시 전부 중국이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6월 발간한 ‘2026 철강 보고서’에서 “중국 철강 기업의 자산 규모 대비 보조금 수령액은 다른 국가의 기업 평균보다 15배나 더 많았다”며 “이렇게 생산된 철강 및 파생 상품은 저가로 해외에 수출돼 다른 국가 생산자들에 큰 손해를 끼친다”고 지적했다. OECD에 따르면 중국 철강 업체들이 지난해 수출한 철강은 역대 최대 규모인 1억 3100만 톤으로 2020년 대비 153% 급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