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꿈의 직장’으로 통했던 외국계 제약사들의 희망퇴직이 잇따르고 있다.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특허 만료로 성장 정체가 우려되자 한국 법인들도 선제적 감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한국BMS제약 노동조합은 6일부터 서울 강남구 사옥 앞에서 “불법적인 희망퇴직 강요를 중단하라”며 항의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사측이 지난 6월 커머셜 조직 10년 이상 근속자 대상의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공지하면서 갈등이 불거진 것이다. 노조는 “사실상 특허 만료 품목 비중이 높은 이뮤놀로지 사업부와 신제품 발매 이후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헤마톨로지 사업부를 겨냥한 구조조정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회사는 “글로벌 방향성과 한국 시장의 포트폴리오, 환자 니즈, 시장 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전략적 결정일 뿐 인력 구조조정 차원에서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BMS는 혈전 예방약 ‘엘리퀴스’, 다발골수종 치료제 ‘레블리미드’ 등 한때 회사의 매출을 견인했던 주력 품목들의 잇단 특허만료로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오리지널 약의 특허 만료로 약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고 제네릭(복제약)이 쏟아져 나온 데다 자가면역질환 신약인 ‘제포시아’, ‘소틱투’의 판매 성적도 기대에 못 미쳤다. 한국BMS제약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기준 매출은 2787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나타냈지만 영업이익은 145억 원으로 4년 새 23.3% 하락했다.
BMS만의 문제는 아니다. 올 들어 한국MSD와 한국다케다제약, 한국노바티스 등 4곳이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위고비와 마운자로의 흥행에 힘입어 영업조직을 대폭 키운 한국릴리와 한국노보노디스크제약을 제외하면 대다수 외국계 제약사가 특허 만료 제품의 판권이나 영업·마케팅 업무를 외부 파트너에 넘기는 식으로 국내 조직을 단순화하고 있다. 한국아스텔라스제약, 한국얀센 등도 희망퇴직을 시행하진 않았지만 대외협력 조직을 타 부서와 통합하면서 관련 인력을 줄였다.
업계에서는 블록버스터 특허 만료로 매출이 급감하는 ‘특허 절벽’을 피하기 위한 조직 슬림화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평가했다. 외국계 제약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영업사원 숫자가 경쟁력이었다면 이제 신약 경쟁력과 포트폴리오가 시장의 성패를 좌우한다”며 “비만·항암·희귀질환 등 성장 분야에 인력과 자원을 집중하는 흐름이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