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반도체 수출 호조에 소비 개선까지 더해지면서 우리 경제의 개선세가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중동 정세 불안과 미국의 관세 조치를 위험 요인으로 지목해 대외 불확실성은 커졌다는 평가다. 또 고용 증가세가 낮은 수준에 머물고 물가상승률도 여전히 높은 높다고 봐 경기 회복의 변수로 꼽았다.
KDI는 10일 발표한 ‘경제동향 8월호’에서 “우리 경제는 반도체 관련 부문을 중심으로 개선세가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과 서비스업 호조에 힘입어 “완만한 개선 흐름을 유지”한다고 진단했던 것과 비교하면 경기 판단을 한 단계 끌어올린 것이다. KDI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과 설비투자가 높은 증가세를 보인 가운데 소비도 내구재를 중심으로 증가 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거시 경제 지표는 경기 개선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6월 전산업생산은 전년 동월보다 4.2% 늘어 5월(1.9%)보다 증가 폭이 확대됐다. 광공업생산은 5.8% 증가해 5월(-1.1%) 감소에서 증가로 전환했다. 반도체 생산 증가율은 1.5%에서 2.2%로 소폭 높아지는 데 그쳤지만 자동차(-5.3%→12.6%)를 비롯한 대다수 업종이 반등했다. 서비스업생산도 금융·보험업 등을 중심으로 5.3% 증가했다.
특히 소비 개선세가 내구재를 중심으로 뚜렷해졌다. 6월 소매판매액은 전년 동월보다 4.2% 늘어 5월(1.5%)보다 증가세가 강해졌다. 내구재 판매는 3.6% 감소에서 10.9% 증가로 전환했고 승용차(-10.7%→12.2%)와 가전제품(1.5%→13.1%) 판매가 큰 폭으로 늘었다. 승용차 판매 증가에는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를 앞두고 수요가 선반영된 영향도 있었다는 게 KDI의 설명이다.
설비투자는 반도체 관련 투자를 중심으로 증가 폭이 커졌다. 6월 설비투자는 전년 동월보다 21.7% 늘어 5월(9.7%)의 두 배를 웃도는 증가율을 기록했다. 수출 호조도 이어졌다. 7월 수출은 전년 동월보다 62.8% 늘었고 일평균 기준으로는 69.6% 증가했다. 정보통신기술(ICT) 품목의 일평균 수출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178.2% 급증했다. 무역수지도 303억 2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다만 KDI는 대외 불확실성에 대한 경계 수위를 높였다. KDI는 미국의 관세 조치와 중동 정세 불안이 지속되는 가운데 물가상승률이 아직 높은 수준을 보이고 고용 여건도 둔화돼 “대내외 불확실성이 상존”한다고 평가했다. 중동 정세 불안은 지난달 종합평가에서 빠졌다가 한 달 만에 다시 위험 요인으로 거론됐고 미국 관세 조치는 지난 2월 이후 6개월 만에 재등장했다. 그 동안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가려져 있던 해외 변수를 다시 리스크로 지목한 것이다.
고용과 물가도 경기 개선세에 부담이 될 것으로 봤다. 데이터처에 따르면 6월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보다 6만 3000명 늘어 5월 4만 명 감소에서 반등했지만 1분기 평균 증가 폭인 18만 3000명을 크게 밑돌았다. 제조업 취업자는 9만 7000명, 건설업은 6만 7000명 줄었다. KDI는 “노동시장은 고용 증가세가 낮은 수준에 그치는 등 둔화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물가 상승세는 다소 둔화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국제유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6월 3.2%에서 2.8%로 낮아졌다. 하지만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2.5%에서 2.6%로 오히려 소폭 높아졌다.
건설투자는 주거용 건축을 중심으로 부진이 이어졌다. 6월 건설기성은 전년 동월보다 4.0% 감소했지만 경상 기준 비주거용 건축은 22.9% 늘며 개선 흐름을 보였다. KDI는 반도체 공장 등이 포함된 공장·창고 수주는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주택 인허가와 착공은 낮은 수준에 머물러 건설투자의 회복 속도는 완만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경제의 성장세 둔화도 부담이다. KDI는 세계경제가 “성장세 둔화 흐름이 지속되는 가운데 중동 정세 불안으로 고유가 위험 및 금리 인상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