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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은 홀로 오지 않는다…약한 고리 파고드는 ‘40도 폭염’

10.08.2026 1분 읽기

숨 막히는 폭염이 한반도를 덮쳤습니다. 최고 기온 40도를 웃도는 사례들도 발생하고 있는데요. 이번 폭염이 ‘재앙 수준’ 이라고 걱정하는 목소리를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꼭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화불단행, 즉 홀로 오지 않는 재앙의 특성을 반영하기라도 하듯 폭염이 다른 자연 재해를 동반하기 때문입니다.

가뭄, 산불까지 동반되는 복합재난

이번 폭염의 가장 큰 특징은 ‘복합재난’이라는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많이 보도되고 있는 것처럼 경상도와 전라도, 제주 지역 등 많은 지역에서 가뭄이 동시에 발생해 저수율이 크게 떨어지고, 농업과 생활용수가 부족한 곳도 생겨났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가뭄으로 땅이 메마르면 지표가 더 쉽게 뜨거워져 폭염이 심해지고, 강해진 폭염은 다시 땅의 수분을 빠르게 말려 가뭄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불러온다고 분석합니다. 이런 현상은 외국에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발생하고 있었습니다. 유럽과 북미, 호주 지역에서는 폭염과 가뭄, 산불 등이 연쇄적으로 일어났는데요. 예를 들어 2022년 유럽에는 폭염과 함께 약 50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이 닥쳤습니다. 가뭄으로 건조해진 토양은 산불을 걷잡을 수 없이 확산시켰습니다. 유럽연합(EU) 공동연구센터(JRC)에 따르면 2022년 EU에서 산불로 탄 면적은 약 83만 7000헥타르로 2006년 집계 시작 이후 두 번째로 컸다고 합니다.

이제 우리나라도 이런 동시다발적 복합재해에서 예외가 아니다, 이렇게 봐도 무방할 것 같은데요. 물론 이렇게 서로가 서로를 강화하는 폭염과 가뭄이 올해 처음으로 국내에서 발생한 것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만, 최소한 그 경향이 뚜렷해지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위협 증폭기’

폭염이 결합하는 것은 자연 재해만이 아닌 듯합니다. 인프라나 물류 공급망 등 경제·산업 분야로 파장을 미치기도 하죠. 앞서 말씀드렸던 2022년 유럽 폭염 당시 독일 라인강은 가뭄으로 수위가 낮아지면서 당시 선박 적재량이 일시적으로 평시의 25%로 뚝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라인강은 독일의 대량 화물을 운반하는 중요한 물류 통로라고 하는데요. 2023년 심각한 가뭄을 맞았던 파나마운하에서는 통행 선박 대수가 절반 가까이 감소해 그 여파가 글로벌 공급망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연재 기사를 통해 몇 차례 전해드렸던 것처럼 폭염은 냉방 수요를 크게 증가시켜 전력 공급상 부담을 키우기도 하죠. 이 또한 전력이라는 핵심 기반 인프라가 폭염에 영향을 받는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관련 연재 기사: 에어컨 ‘풀가동’했는데…폭염 대처는 왜 더 복잡해졌나>

폭염은 산업 현장에서 업무 효율성을 저하시키고, 근로자의 건강과 안전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있기도 합니다. 폭염에 따른 온열질환은 고령층 등 취약계층에 더욱 위험하게 다가옵니다. 자칫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리하자면 폭염이라는 이상 고온 현상은 가뭄과 산불이라는 자연 재해로 그 파급이 미쳐 재난을 복합적인 양상으로 만드는가 하면, 사회와 산업, 경제 등 각 분야에도 타격을 가해 재난의 복잡성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그냥 영향을 미치는 수준이 아니라 각 취약점을 더욱 위태롭게 만든다는 점 또한 문제입니다. 복합재난이 물 부족 지역에서 발생할 경우 피해는 더 심각해질 가능성이 큽니다. 노후한 전력망은 폭염으로 급증한 냉방 수요를 견디기 어렵겠죠.

‘기후 안전망’이 필요하다

미국 안보정책 싱크탱크 전략위험위원회(CSR)는 기후변화의 특성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개념으로 ‘위협 증폭기(Threat Multiplier)’를 제시합니다. 기후안보 분야에서 이 표현이 널리 알려진 계기는 2007년 미국 비영리 연구기관 CNA가 전직 미군 장성·제독들과 함께 내놓은 보고서였다고 하는데요. CSR은 기후변화가 기존의 위협·불안정 요인과 상호작용해 그것들을 악화시키고, 그 결과 안보 위험을 키운다고 설명합니다. 기후변화가 분쟁을 직접 일으킨다기보다 물 부족과 식량난, 빈곤, 정치적 불안정처럼 이미 존재하던 위험과 상호작용해 안보 위험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폭염 대책 역시 단순히 에어컨을 늘리거나 온열질환자를 보호하는 차원을 넘어설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폭염과 가뭄, 산불이 동시에 발생해도 전력과 물이 공급되고, 병원과 물류망이 작동하며, 산업현장과 취약계층을 보호할 수 있도록 사회 전체의 회복력을 높이는 방향 말입니다. 일종의 ‘기후 안전망’입니다.

이는 모든 문제의 원인을 기후변화에서 찾는 ‘기후결정론’과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오히려 기후변화가 어떤 사회에서는 작은 충격에 그치고 다른 사회에서는 거대한 재난으로 번지는 이유가 무엇인지 살펴보자는 데 가깝습니다. 탄소 배출을 줄이는 노력만큼이나 이미 닥치고 있는 기후 충격을 사회가 얼마나 견딜 수 있도록 만들 것인지 고민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는 앞선 기사에서 전해드렸던 ‘기후변화 적응’의 중요성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앞으로도 폭염이 가져오고 있는 크고 작은 변화들의 의미를 계속 고민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관련 연재 기사: 이미 뜨거워진 지구… 탄소 감축만큼 중요한 ‘기후 버티기’>

※석유(Petro)에서 전기(Electro)까지. 에너지는 경제와 산업, 국제 정세와 기후변화 대응을 파악하는 핵심 키워드입니다. 기자 구독, 또는 [조양준의 페트로-일렉트로] 연재 구독을 누르시면 에너지로 이해하는 투자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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