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최근 한국 증시의 높은 변동성이 금융권 전반의 신용도를 흔들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다만 주가 약세가 장기화하면 소비보다 주택시장과 투자심리를 통해 실물경제로 충격이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증권사는 거래대금과 신용융자 감소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가장 먼저 나타날 업종으로 지목됐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피치는 최근 ‘한국 증시 변동성, 단기 신용위험 영향 제한적’ 보고서에서 한국 경제의 견조한 성장 흐름과 금융회사의 건전성 관리 장치가 증시 충격을 상당 부분 흡수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피치는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의 연결고리에 주목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5월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주식 자본이득 가운데 소비로 이어지는 비중은 1.3%에 불과했다. 이는 미국·유럽 등 주요 선진국의 3~4%보다 낮다. 반면 무주택 가계는 주식에서 얻은 자본이득의 약 70%를 부동산으로 이동시키는 것으로 추정됐다. 주가 상승의 자산 효과가 소비보다 주택 구매로 집중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증시 침체가 장기화할 경우 당장 소비가 급격히 꺾이기보다는 주택 구매 여력과 부동산 투자심리가 먼저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게 피치의 판단이다. 한국은행 역시 최근 신용융자 등 레버리지 투자가 늘어난 만큼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 자산 감소와 채무 부담이 동시에 커져 경기 하방 압력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은행과 보험업권의 직접적인 충격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율은 올 들어 5월까지 전년 대비 3.8% 수준에 머물렀으며 주식 투자를 위해 가계가 차입을 급격히 늘렸다는 징후도 아직 뚜렷하지 않다. 보험사의 직접 주식투자는 운용자산의 0.5% 미만, 자본 대비 2.3% 수준이어서 주가 하락이 지급여력에 미치는 영향 역시 제한적이라고 피치는 진단했다.
금융권에서는 주가 하락으로 인해 증권사가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증시 약세가 지속되면 거래대금 감소로 위탁매매 수수료가 줄고 신용융자 잔액 감소에 따라 이자수익도 둔화할 수 있다.
다만 올 상반기 실적을 공개한 주요 증권사 대부분은 위탁매매와 신용융자 이자수익 증가에 힘입어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약 두 배로 늘어 운용 손실을 버틸 수 있는 방어막으로 평가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