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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급은 자사주, 적자 땐 임금조정” SK하이닉스 임단협 ‘난기류’

09.08.2026 1분 읽기

SK하이닉스(000660) 노사가 올해 임금·단체협약을 놓고 정면충돌하고 있다. 사측은 성과급 일부를 자사주로 지급하고 적자 발생 시 임금까지 조정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며 임금체계 개편에 나섰다. 노조는 지난해 합의한 성과급 체계를 사실상 뒤집고 경영 위험을 직원에게 떠넘기는 방안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 6월 말 협상을 시작한 뒤 다섯 차례 본교섭에서도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단체행동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노사는 지난 4일 2026년도 임단협 5차 본교섭에서 큰 이견을 표출하며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최대 쟁점은 초과이익분배금(PS) 지급 방식이다. 사측은 현재 현금 중심으로 지급하는 PS의 절반 이상을 자사주로 지급하고 일정 기간 매도를 제한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지난해 마련한 성과급 합의를 불과 1년 만에 바꾸는 것이라며 사측의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 위험을 직원이 떠안아야 하고, 주식 지급일 시가를 기준으로 근로소득세가 과세되는 등 세금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무엇보다 현금으로 받아야 할 성과 보상을 투자 위험이 있는 자산으로 지급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 노사는 지난해 임금 인상률 6%에 연간 영업이익의 10%를 PS 재원으로 활용하는 대신 기존 기본급 1000%였던 지급 상한을 폐지하는 임단협에 합의했다. 개인별 산정액의 80%는 해당 연도에 지급하고 나머지 20%는 이후 2년에 걸쳐 나눠 지급하는 방식으로 향후 10년간 유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인공지능(AI) 반도체 호황으로 영업이익이 급증하면서 ‘영업이익 10% 성과급’ 규모가 예상보다 커졌다. 회사 안팎에서는 대규모 현금 유출과 주주·협력사 등 이해관계자와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15일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 기자간담회에서 성과급과 관련해 “이해관계자의 행복을 깨면서 구성원만 행복해져서는 안 된다”고 밝히면서 임단협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최 회장은 “성과급이 주주를 비롯한 이해관계자에게 실제로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지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후 임단협에서는 성과급 일부를 현금 대신 주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본격적으로 논의됐다. 사측은 자사주를 활용하면 현금 유출을 줄이는 동시에 임직원이 장기적인 기업가치 제고에 참여하도록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첨단 팹 건설에 수십조 원이 필요한 반도체 산업 특성상 현금 확보가 미래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나아가 사측이 노조에 제안한 ‘적자 시 임금 조정’도 도화선이 되고 있다. 사측은 메모리 업황 변동성이 큰 만큼 호황기에 성과를 나누는 대신 불황기에는 인건비를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불황이었던 지난 2023년 연간 7조700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적이 있다.

노조는 이를 사실상의 ‘적자 시 임금 삭감’으로 받아들이며 반발하는 상황이다. 회사의 경영 판단과 반도체 업황에 따른 위험을 임직원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노조 내부에서는 조합원의 희생을 전제로 한 사측의 주장이 유지될 경우 교섭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며 단체행동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조합원들은 지난해 수준(6%)의 임금인상률과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동일한 수준인 5억 원 수준의 사내 주택담보대출 제도 시행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SK하이닉스의 사내 주택대출 한도는 1억 원이다.

양측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협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에도 노사는 장기간 줄다리기 끝에 9월 5일 임금협상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해 체결한 성과급 합의를 다시 손보는 문제에 임금 조정이라는 새로운 쟁점까지 더해지며 해법을 좀처럼 찾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임단협이 길어지면 SK하이닉스의 주요 매출원인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생산 확대 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 2분기 HBM4 양산 출하를 시작했다. 하반기부터 생산량을 본격적으로 확대할 계획인데 노조가 단체행동에 나설 경우 생산 일정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성과급뿐 아니라 기본 임금체계까지 협상 테이블에 올라온 만큼 양측 모두 쉽게 양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HBM4 생산 확대가 본격화하는 시점에 노사 갈등이 생산 현장으로 확산되는 것은 회사와 노조 모두 부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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