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과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국내 패션업계가 미소 짓고 있다.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환산 효과와 외국인 관광객들의 인바운드 소비 확대 덕분이다. 다만 기업별로 재고 부담과 관세 영향, 비용 구조 차이에 따라 실적 희비도 엇갈렸다.
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영원무역의 올해 2분기 컨센서스(시장 전망치 평균)는 매출 1조 1730억 원, 영업이익 186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0%, 27.8% 증가할 것으로 집계됐다. 증권가는 환율 효과와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의 견조한 주문이 실적을 이끈 것으로 보고 있다. 허제나 DB증권 연구원은 “OEM 달러 매출은 전년 대비 5% 성장했지만 원·달러 환율이 약 7% 우호적으로 작용하면서 원화 기준 매출은 12% 성장할 것”이라며 “아크테릭스가 상위 고객사로 자리 잡았고 관세 부담에도 생산단가 인하 압박이 경쟁사 대비 제한적이었다”고 분석했다.
정지윤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아크테릭스와 온(On) 등 글로벌 아웃도어·러닝 브랜드의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으며 OEM 재고자산도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해 향후 매출 가시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박현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노스페이스와 파타고니아 등 견조한 고객사 성장에 더해 아크테릭스 매출 비중이 10%를 넘어서는 등 고객사 포트폴리오가 한층 강화됐다”고 진단했다.
브랜드 업체 가운데서는 F&F가 인바운드 소비 수혜를 톡톡히 누렸다. F&F는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3996억 원, 영업이익 865억 원으로 각각 5.5%, 2.9% 증가했다. 서울 명동 등 주요 상권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증가로 MLB 판매가 호조를 보였고 중국 사업도 환율 효과가 더해지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갔다. SK증권은 “국내 MLB 매출이 두 자릿수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외국인 관광객 유입 확대가 오프라인 판매를 견인했다”고 짚었다. 중국 사업 역시 위안화 기준 성장률은 제한적이었지만 환율 효과로 원화 환산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시장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하는 실적이라는 평가다. 이혜인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 대리점 재고 관리를 위한 전략적 출고 조정과 광고선전비 증가가 컨센서스 하회의 원인”이라면서도 “광고비 부담은 하반기로 갈수록 완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물산 패션부문도 소비 회복 기조에 힘입어 양호한 성적을 거뒀다. 2분기 매출은 5930억 원, 영업이익은 540억 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6.3%, 63.6% 급증했다. 빈폴과 에잇세컨드 등 자체 브랜드뿐 아니라 아미, 르메르, 이세이 미야케 등 수입 브랜드 판매가 고르게 늘면서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동시에 이뤘다는 평가다.
반면 한섬과 한세실업은 시장 기대에 다소 못 미치는 실적을 기록하거나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섬은 2분기 영업이익이 46억 원으로 전년 대비 525% 크게 뛰었지만 시장 컨센서스(115억 원)를 하회했다. 신규 수입 브랜드의 재고 조정 과정에서 매출총이익률(GPM)이 하락한 것이 수익성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다만 증권가는 하반기에는 분위기가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혜인 삼성증권 연구원은 “장기간 진행한 재고 소진이 상당 부분 마무리됐고 정상가 판매 비중도 확대되고 있다”며 “스킴스(SKIMS) 등 신규 글로벌 브랜드 도입이 매출 성장에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장호 iM증권 연구원도 “7월 백화점 의류 소비가 반등했고 고소득층 소비심리도 견조하다”며 “반도체 업종 성과급 효과까지 더해지면 하반기 백화점 고가 소비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세실업은 환율 수혜에도 불구하고 관세와 비용 부담이 발목을 잡았다. DB증권은 2분기 연결 매출 5363억 원, 영업이익 162억 원을 예상하면서 영업이익은 시장 기대치를 밑돌 것으로 전망했다. 허제나 DB증권 연구원은 “강달러로 원화 매출은 두 자릿수 성장했지만 바이어들의 관세 부담 전가와 저가형 고객사 주문 감소, 내년 가동 예정인 과테말라 공장 관련 비용이 선반영되면서 수익성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2분기 패션업계 실적을 이끈 핵심 요인으로 환율과 인바운드 소비를 꼽았다. 원·달러 환율 상승이 OEM 업체들의 실적에 우호적으로 작용했고, 외국인 관광객 증가는 MLB와 빈폴 등 주요 브랜드의 오프라인 판매 확대를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환율 효과뿐 아니라 소비 회복 여부와 브랜드 경쟁력, 재고 관리 능력이 실적을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정상가 판매 비중 확대와 백화점 소비 회복, 신규 브랜드 효과가 더해지는 기업은 실적 개선세를 이어가는 반면, 관세 부담과 비용 증가가 지속되는 업체들은 둔화가 예상된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