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찾은 부산 강서구 국제산업물류도시의 롯데마트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 롯데 마트가 부산·영남권 온라인 장보기 시장 공략을 위해 구축한 핵심 거점이다. 센터 내부에 들어서자 바둑판처럼 촘촘하게 깔린 거대한 격자형 물류 설비 ‘하이브’ 위로 로봇 ‘봇’ 수 백대가 초속 4m의 속도로 쉴 새 없이 오가고 있었다. 서로 충돌할 듯 가까이 오갔지만 중앙제어시스템과 초당 10회 통신하며 각자 계산된 최단 경로를 따라 정확하게 움직였다.
공정은 대부분 사람 손을 거치지 않고, AI 로봇이 처리한다. 작업자의 손이 필요한 구간은 상품이 센터로 입고된 초기로 작업자가 상품을 검수·분류해 최대 21단 높이로 쌓인 전용 바스켓 ‘하이브 토트’에 담는 단계에 그친다. 이후부터는 AI가 주도권을 넘겨받는다. 시스템이 계절과 날씨, 주문 패턴 등을 분석해 상품별 수요를 예측하고 하이브 안의 보관 위치를 수시로 바꾼다. 주문 가능성이 높은 상품은 로봇이 빠르게 꺼낼 수 있도록 상단으로 이동시키는 방식이다.
실제로 이날 고객이 제타 앱에서 과일과 채소, 냉동식품 등을 주문하자 봇은 해당 상품이 담긴 토트를 즉시 찾아 냉장·냉동·상온별 피킹 공간으로 옮겼다. 피킹은 보관된 상품 가운데 주문한 상품을 찾아 골라내는 작업을 뜻한다. 이후 피킹 공간에서는 AI 로봇팔이 상품을 집기 가장 적합한 위치를 판단한 뒤 제품을 하나씩 집어 올려 포장했다. 내장 센서를 활용해 상품이 찌그러지거나 손상되지 않도록 힘을 조절하는 모습이 특히 눈에 띄었다. 피킹을 마친 상품은 레일을 따라 이동해 배송용 바스켓인 ‘딜리버리 토트’에 담긴 뒤 권역별 배송 차량으로 옮겨졌다.
배송에도 AI가 활용된다. 실시간 교통 상황을 반영해 최적의 배송 경로를 설계하고 새벽부터 저녁까지 2~3시간 단위로 하루 최대 13회 배송한다. 센터 관계자는 “먼저 부산과 창원·김해 등은 센터에서 직접 배송하고 내년부터는 울산·대구 등 영남권 400만 세대로 배송 권역을 넓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영국 리테일테크 기업 오카도와 손잡고 2022년 부터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OSP)’ 도입을 추진했다. 상품 입고부터 보관, 주문, 피킹, 배송에 이르는 전 과정을 AI와 로봇 기술로 연결하는 방식으로 온라인 구매 비율이 늘어나는 신선식품 시장의 변화에 발맞춘 투자다.
실제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은 연면적 4만㎡(1만 2000평) 규모로 최대 3만 5000개 상품을 취급할 수 있는 규모다. 하루 최대 처리 가능한 주문도 3만 3000건에 이른다. 이는 센터가 연중 최대 수준으로 가동될 경우 연간 약 9600억원의 매출을 낼 수 있는 규모다.
차우철 롯데마트·슈퍼 대표이사는 이날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은 롯데마트의 신선식품 노하우와 오카도의 인공지능(AI) 로봇 물류 기술을 결합한 차세대 온라인 물류센터”라며 “앞으로 국내 온라인 장보기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고 자신했다.
롯데마트가 이 센터를 통해 가장 기대하는 부분은 첨단 자동화 기술에 오프라인 유통에서 오랜 기간 축적한 신선식품 소싱 역량을 결합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센터에는 상품 입고부터 배송까지 적정 온도를 유지하는 ‘엔드 투 엔드 콜드체인’을 구축하고 오카도 파트너사 최초로 냉동 영역까지 자동화한 ‘오토 프리저’를 도입해 냉동 상품의 신선도를 배송 직전까지 유지하도록 했다.
이를 바탕으로 롯데마트는 영남권을 시작으로 제타 스마트센터를 앞세워 쿠팡·컬리 등 이커머스 업체들이 선점한 온라인 장보기 시장에서 경쟁력을 빠르게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정재우 롯데마트 온라인사업단장은 “약 30년간 마트와 슈퍼를 운영하며 구축한 전국 산지 네트워크와 신선품질혁신센터를 바탕으로 신선식품 경쟁력을 키워왔다”며 “여기에 AI와 콜드체인을 접목해 온라인에서도 경쟁사 대비 우위를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부산·영남권은 약 400만 세대가 밀집해 있고 온라인 장보기 역시 이미 대중화된 만큼 사업을 확대하기에 적합한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