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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D·태양광 악몽 재현되나…중국 반도체 공습 시작됐다

07.08.2026 1분 읽기

중국 메모리 업체들의 진격으로 삼성전자(005930) 와 SK하이닉스(000660) ·마이크론이 과점하던 글로벌 메모리 ‘3강’ 구도에 균열이 일고 있다. 그동안 철저히 내수시장에 머물며 ‘도광양회(韜光養晦·조용히 실력을 기름)’ 전략을 펼치던 중국 기업들은 전 세계적인 메모리 품귀 현상을 틈타 글로벌 공급망에 빠르게 파고들고 있고 기술력도 빠르게 끌어올리며 국내 기업들을 위협하는 상황이다.

6일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중국 최대 D램 업체 창신메모리(CXMT)의 시장 점유율(매출 기준)은 7%로 집계됐다. 1년 전인 지난해 2분기(4%) 대비 단숨에 3%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33%에서 39%로, 마이크론은 22%에서 25%로 늘었지만 SK하이닉스는 39%에서 26%로 감소했다. 중국이 기존 ‘빅3’가 과점하던 메모리 시장에서 점유율을 잠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메모리 공급 부족 상황이 심화하면서 굳게 닫혀 있던 글로벌 제조사들의 중국 기업에 대한 빗장도 풀리기 시작했다. 닛케이아시아 등에 따르면 휴렛패커드(HP)와 에이수스(ASUS), 에이서(ACER) 등 글로벌 주요 PC 제조사들은 최근 CXMT D램의 품질 인증을 마치고 일부 보급형 노트북에 탑재했다. 미국의 대중 제재를 의식해 미국 외 지역으로 판매망을 제한했지만 자국 기업에만 납품하던 중국산 메모리가 글로벌 시장의 틈새를 뚫어낸 것이다.

중국 메모리 기업들의 높아진 위상은 부품 업체들을 치밀하게 관리해온 애플의 최근 행보에서도 확인된다. CXMT는 최근 아이폰용 D램 협상 과정에서 애플의 단가 인하 요구를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그치지 않고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와 비슷하거나 더 높은 수준의 가격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샤오미 등 자국 스마트폰 업체는 물론 텐센트와 4조 5000억 원 규모의 서버용 장기 공급 계약을 맺는 등 든든한 내수 기반을 확보하면서 애플의 까다로운 조건을 수용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메모리 기업들은 독자적인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며 생산 능력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업계는 CXMT가 중국 내 공급망을 활용해 생산 능력을 현재 30만 장(월 웨이퍼 투입량 기준)에서 2년 뒤인 2028년에는 55만 장까지 늘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내년에는 낸드플래시가 주력이던 양쯔메모리(YMTC)마저 5만 장 규모로 D램 생산에 뛰어든다. 겹겹이 쌓인 미국의 반도체 장비 제재가 오히려 중국의 국산화 속도를 높이는 촉매가 됐다는 평가다. 시장조사 업체 욜그룹에 따르면 중국의 반도체 장비 국산화율은 2021년 8%에서 2025년 23.2%로 높아졌다. 식각(에칭)과 증착, 화학적기계연마(CMP) 등 핵심 장비의 자국산 대체도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단기간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중국 정부는 2014년 ‘반도체 산업 발전 추진 요강’을 발표한 데 이어 2015년 ‘중국제조 2025’를 통해 반도체 자립을 국가 핵심 과제로 격상했다. 이후 국가 반도체 펀드를 조성하고 장비·소재·설계·메모리 분야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며 산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를 추진했다. 초기에는 팹리스(설계)와 후공정 분야에 집중했던 중국은 최근에는 제조 공정과 핵심 장비까지 영역을 넓히며 미국의 기술 봉쇄에 맞선 독자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의 추격 배경에는 막대한 정부 지원과 거대한 내수 시장이 자리 잡고 있다. 중국 정부는 국가 반도체 펀드를 통해 장비·소재·메모리 분야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며 자급률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범용 D램 시장은 최첨단 공정보다 기술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아 중국 업체들이 빠르게 따라잡을 수 있는 분야다. 중국 기업들은 낮은 인건비와 정부 지원을 기반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뒤 축적한 생산 경험을 바탕으로 고부가 제품으로 영역을 넓히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과거 액정표시장치(LCD)와 태양광 산업에서 나타났던 중국의 공급 확대 전략이 메모리 반도체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기술 격차도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CXMT는 지난달 27일 상하이증권거래소에 상장해 중국 본토 증시 사상 최대 규모인 약 12조 5600억 원을 조달했다. 확보한 막대한 자금을 고대역폭메모리(HBM)에 투입해 연내 4세대(HBM3) 시제품을 내놓고 내년에는 5세대(HBM3E) 양산에 진입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에 한때 4~5년으로 평가되던 양국 간 HBM 기술 격차가 3년 이내로 좁혀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아직 CXMT의 수율(양품 비율)이 10~20%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빠른 추격 속도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중국이 범용 D램에서 가격 주도권을 확보하고 HBM 수율까지 끌어올리면 한국 반도체의 시장 지배력은 직격탄을 맞게 된다”며 “단기 점유율 경쟁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기술 개발 속도를 높이고 빅테크와의 동맹을 더욱 공고히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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