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역상권 활성화 정책의 무게중심을 지원금을 통한 시설 개선과 단기 소비 촉진에서 지역을 대표하는 창업자와 앵커기업 육성으로 옮긴다. 지역의 자원과 콘텐츠를 사업화하는 로컬기업을 발굴한 뒤 성심당과 테라로사처럼 방문객을 끌어모으는 앵커기업으로 키워 주변 상권까지 함께 성장시키겠다는 구상이다.
7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앞으로 지역상권 정책을 창업과 상권, 지역 확산을 연결하는 방법으로 추진한다. 개별 로컬기업을 발굴해 주변 점포와 상권으로 연결하고 사람과 기업의 유입을 지역 전체로 확산하는 정책으로 발전시키는 방식이다. 구체적으로는 연간 로컬창업가 1만 명, 로컬기업 1000개사를 육성하고 2030년까지 2000억 원 규모의 투자 기반도 마련한다.
정책의 출발점은 지역을 대표할 앵커기업 육성이다. 중기부는 대전 성심당과 부산 삼진어묵, 강릉 테라로사, 군산 이성당, 전주 풍년제과 등을 대표 모델로 제시했다. 이들처럼 점포 한 곳의 성장에 그치지 않고 외지인을 지역으로 불러들여 식당과 카페·숙박시설 등 주변 상권의 소비까지 늘리는 기업을 집중적으로 발굴한다.
이는 기존 지역상권 정책의 방향을 건물과 행사에서 창업자와 콘텐츠로 전환하겠다는 의미다. 그동안 골목상권과 전통시장 지원은 지역축제 개최, 상품권 할인 등 소비를 일시적으로 늘리는 데 주력해왔다. 앞으로는 지역에서 장기간 사업을 이어갈 창업자를 키우고 경쟁력 있는 상품과 서비스가 상권에 계속 축적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한다.
지방정부와 지역기업의 역할도 커진다. 중앙정부가 일률적인 사업 모델을 제시하기보다 지방정부와 민간기업이 지역의 자원과 생활 문화, 소비 특성을 바탕으로 상권 브랜드를 공동으로 만들도록 지원한다. 앵커기업을 중심으로 창업자와 소비자가 유입되고 주변 점포의 협업과 투자가 뒤따르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계획이다.
앵커기업 육성 등을 위한 지역 투자 기반 마련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중기부는 올 3월과 4월 ‘지역성장펀드’ 조성 지역을 선정하고 펀드 결성을 본격화했다. 현재 울산, 대전, 서남권(광주, 전남), 대경권(대구, 경북), 전북이 한국벤처투자와 함께 펀드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벤처투자가 2800억 원, 각 지역이 총 1700억 원을 투입해 4500억 원 이상 규모 펀드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전통시장 정책도 단순 시설 개선을 넘어 창업과 브랜드 육성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바뀐다. 정부는 지방정부와 협력해 브랜드 구축과 공간 구성, 대표 상품 개발을 묶어 지원하는 ‘백년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온라인 배송도 늘려 전통시장 상인의 판로를 지역 방문객에서 전국 소비자로 넓힌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지역 점포의 경영 부담을 줄이는 방안도 추진한다. 식재료 발주와 전표 정리 등 식당 운영에 필요한 부수 업무를 AI가 처리하는 ‘AI 자율경영 식당’ 모델을 2027년부터 확산할 예정이다. 인력난과 비용 상승에 시달리는 소상공인이 상품과 서비스 개발에 집중하도록 생산성을 높이려는 취지다.
온누리상품권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지원이라는 본연의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편한다. 상품권 부정유통 등 행위에는 부당이득금의 최대 3배까지 과징금을 부과하고 매출액 30억 원 초과 점포와 병·의원 등 전문 업종은 가맹 대상에서 제외한다. 지역화폐와 중복되는 사용처를 줄이는 한편 온누리상품권 애플리케이션에서 지역화폐를 이용할 수 있도록 플랫폼 연계도 추진한다.
중기부 관계자는 “단순한 재정 지원을 넘어 지속 가능한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경쟁력 있는 로컬기업을 발굴해 지역 상권을 이끄는 앵커기업으로 육성하겠다”며 “이를 통해 지역 고유의 가치를 높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