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정우체국 직원들이 받아온 별정우체국연금(별정연금)이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는다. 앞으로 들어오는 신규 직원은 별정연금 대신 국민연금에 가입시키는 이원화 방안이 유력하다. 20년 가까이 적자를 낸 연금 자산이 내년이면 바닥나기 때문이다.
7일 서울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우정사업본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별정연금의 재정 안정성 확보와 관련한 용역연구를 진행한 뒤 ‘2027년경 연금 자산이 소진됨에 따라 제도 이원화 등 구조적 개혁을 통해 안정적인 연금 운영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결론을 전달받았다. 이에 우본은 보고서가 제시한 △연금 이원화 △모수개혁 △제도 통합 등 다양한 개혁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르면 이달 말까지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은 개편 방향을 확정해 노동조합 및 별정우체국중앙회 등과 협의를 시작할 계획이다. 당장 내년에 발생하는 약 65억 원 규모의 부족한 금액을 보전받기 위해 기획예산처와의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
별정연금은 산간·도서벽지 등에서 일반 우체국과 같은 업무를 수행하는 별정우체국 직원들에게 퇴직연금을 지급하기 위해 1982년 시작된 공적연금이다. 연금 자산 규모는 지난해 기준 약 1713억 원이다. 하지만 현직자가 감소하는 사이 연금 수급자가 빠르게 늘며 2008년부터 연금수지(보험료-연금급여) 적자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앞서 2024년에도 한국재정학회는 별정연금 적립금이 2014년 정점을 찍은 뒤 저부담·고급여의 수급구조와 적자 상태가 지속되며 2027년 바닥을 드러낼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올해 진행된 용역연구에서는 내년부터 연금수지 적자가 더욱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2년 전 한국재정학회가 2034년 연금수지를 약 615억 7600만 원의 적자로 추정한 반면 새로운 보고서는 적자 규모를 856억 9600만 원으로 상향했다. 2036년에는 927억 2600만 원을 기록한 뒤 2039년에 1000억 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경고도 이어졌다.
가장 현실적인 대책으로 제시된 것이 기존 가입자에게는 별정연금 제도를 유지하되 신규로 입직하는 직원부터 가입을 막고 국민연금으로 연계 적용하는 방안이다. 이 경우 별정연금은 수급자 감소에 따라 폐지 수순에 접어든다. 보고서는 “수용성 문제 등을 고려했을 때 사실상 이원화가 유일한 대안”이라고 평가했다. 국민연금 대신 공무원연금을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지만 “공적 체계 적용 시에는 공무원 신분 전환이 전제되기에, 별정우체국 직원에게 적용하기 위해 예외 규정을 신설하는 등 법적 정비가 폭넓게 수반된다”는 것이 보고서의 분석이다.
이번 개편 논의는 우편 사업 환경 변화와 급격한 수익성 악화에 따른 결과로 읽힌다. 2년 주기로 인상돼오던 우편요금은 2021년 마지막 인상 후 물가 안정 시책에 따라 동결된 상태다. 노동집약적 사업 특성상 인건비 상승에 따른 재정 부담도 커지고 있다. 이에 우본은 연금 이원화와 더불어 별정 집배원 퇴직 시 정규직을 충원하지 않고 위탁집배원으로 대체하는 방안까지 함께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농어촌 지역의 인구 급감에 따른 별정우체국 감소도 한몫했다. 1966년 843곳이었던 별정우체국은 올해 669곳까지 줄었다. 재직자 3186명에 수급자 2921명으로 부양비가 1에 근접했다.
별정우체국연금관리단이 진행해온 자구 노력 역시 적자를 메우기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관리단은 1560억 원대에 달하는 서울 공덕역 소재 사옥을 21년 만에 매각했다. 지하 6층~지상 18층 규모인 이 빌딩은 관리단이 보유한 유일한 현물 부동산 자산이었다. 관리단 자체 인력 규모를 최근 몇 년 사이 지속적으로 축소하고 자체적으로 진행하던 대부사업도 중단하는 등 유동성 확보를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왔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했다는 평가다.
다만 국민연금으로의 이원화가 이뤄질 경우 단기 적자 폭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가 제시한 재정 시나리오에 따르면 이원화 개편 시 2036년 연금수지 적자는 1102억 5200만 원으로 현행 체계보다 175억 2600만 원 많다. 하지만 근본적인 적자 발생 구조를 해결하지 못한 현 체계가 지속적인 적자 상승 곡선을 그리는 반면 이원화 제도의 경우 2052년께부터 적자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우본 관계자는 “이원화 제도가 시행되더라도 매우 장기적 관점의 개혁일 것”이라며 “이미 연금을 받고 있는 직원들에 대한 확정부채에 대해서는 정부 지원이 불가피하되, 미래부채 규모에 대한 관리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별정우체국 직원들의 반발도 넘어야 할 과제다. 최유진 별정우체국중앙회장은 이날 이원화 방안과 관련해 “별정연금 역시 군인연금, 사학연금 등 직역연금과 마찬가지로 국고 지원을 받고 공무원연금에 준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면서 “지금까지 우부이 제대로 된 재정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책임을 수급자들에게 떠넘기는 행위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