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새 인수·합병(M&A)을 단행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인수 자회사의 수익성 부진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신사업 확대와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 최대 수조 원을 투자했지만 적자가 이어지면서다. 이에 따라 추가 자금 지원과 경영진 교체를 통해 사업 정상화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올해 들어 미국 진단 자회사인 메리디언의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해 약 5720억 원을 투입했다. 1월 1467억 원을 지원한 데 이어 지난달 20일 1173억 원을 추가로 대여했다. 3월에는 메리디언 인수에 함께 참여했던 재무적투자자가 투자금 회수를 위한 주식매수청구권(풋옵션)을 행사하자 교환사채 전량을 3081억 원에 인수했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2023년 메리디언을 약 2조 원에 인수한 뒤 재무 부담이 커졌다. 메리디언의 모회사 콜럼버스홀딩컴퍼니는 지난해 매출 3235억 원, 순손실 7244억 원을 기록했다. 진단 신제품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지연으로 매출 전망치가 낮아지면서 영업권·무형자산에 손상차손을 반영한 영향이다. 에스디바이오센서도 지난해 5134억 원의 순손실을 냈다.
이에 따라 회사는 경영진 교체와 함께 메리디언의 사업 정상화에 착수했다. 지난해 말에는 메리디언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지낸 재무 전문가 앤디 키츠밀러를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했다. 이정우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리디언 인수 후 재무 구조가 순현금에서 순차입 상태로 전환됐다”며 “메리디언의 실적 개선이 에스디바이오센서의 실적 회복을 좌우할 핵심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LG화학도 2023년 약 7000억 원에 인수한 미국 항암 신약 자회사 아베오의 수익성 회복이 과제다. 아베오는 미국 FDA 승인을 받은 신장암 치료제 ‘포티브다’를 보유했다. LG화학은 면역항암제 병용요법과 적응증 확대로 포티브다의 매출을 늘릴 계획이었지만 개발이 지연되면서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아베오의 지난해 매출은 2817억 원, 순손실은 313억 원에 달했다.
LG화학은 후속 항암제의 상업화를 통해 아베오의 수익성을 개선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항체 신약 ‘파이클라투주맙’의 두경부암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며 2028년 상업화를 목표로 삼고 있다. 또 지 난달에 마이클 페라레소 최고상업책임자(CCO)를 신임 CEO로 앉혔다. 포티브다의 매출 확대와 후속 제품 출시 준비에 속도를 내기 위한 조치다. LG화학 관계자는 “ 포티브다의 매출은 매년 두 자릿수로 성장하고 있다”며 “아베오의 항암제 판매망을 활용해 두경부암 신약도 허가 후 직접 판매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대원제약은 2023년 약 400억 원에 인수한 화장품 자회사 에스디생명공학의 실적 부진으로 재무 부담을 안고 있다. 마스크팩 브랜드 ‘SNP’로 알려진 에스디생명공학은 지난해 매출 301억 원, 순손실 54억 원을 기록했다. 역대 최대인 1566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2018년과 비교하면 지난해 매출은 당시의 5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올해 6월 영입한 아모레퍼시픽 출신 김혜원 대표를 중심으로 제품군을 재정비하고 국내외 유통 역량을 강화할 예정이다.
동화약품도 2023년 베트남 진출을 위해 현지 약국 체인 중선파마를 보유한 TS케어의 지분 51%를 약 391억 원에 인수한 바 있다. 현지 약국 유통망을 통해 까스활명수 등 일반의약품의 판매 기반을 확장하기 위한 전략에도 TS케어는 지난해 매출 796억 원, 순손실 106억 원을 기록해 적자를 이어갔다.
동화약품은 올해 들어 중선파마의 수익성 회복에 집중하고 있다. 인수 당시 약 140개였던 점포를 연내 400개까지 늘릴 계획이었지만 200개 수준에서 점포 확장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