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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물 위에 사람이 떠 있다” 드들강 여고생 살인사건의 시작…범인은 모범수를 꿈꿨다

07.08.2026 1분 읽기

그날의 뉴스는 지나갔지만, 그 의미는 오늘에 남아 있습니다. ‘오늘의 그날’은 과거의 기록을 통해 지금을 읽습니다.<편집자주>

2016년 8월 7일. 광주지검은 장기 미제로 남아 있던 ‘드들강 여고생 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인 무기수 김모(당시 39세)씨를 강간살인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사건 발생 15년 만이었다.

2015년 10월부터 수사를 시작해 약 9개월간의 재수사를 벌인 검찰은 김 씨가 범행을 부인하기 힘든 새로운 증거를 확보했다며 유죄 입증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김 씨는 “합의하에 성관계를 한 것으로 (살인)사건과는 전혀 상관없다”며 끝까지 혐의를 부인했다.

◇새벽 사라진 여고생…드들강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드들강 여고생 살인’은 2001년 2월 4일 새벽 전라남도 나주 드들강 유역에서 여고생 A양(당시 17세)이 성폭행을 당한 뒤 물에 잠겨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사건 당일 새벽 6시경 A양의 어머니는 한 통의 전화를 받고 잠에서 깼다. 아무 말도 없이 끊긴 전화였다. 대수롭지 않게 여긴 어머니는 두 딸이 자고 있는 방을 확인했다가 큰딸 A양이 사라진 사실을 알게 됐다.

같은 날 오후 4시께 전남 나주 드들강 인근에서 잉어집 식당을 운영하던 사장은 알몸 상태로 물에 떠 있는 여성 시신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키 160cm 가량에 30cm 길이의 생머리를 한 피해자는 성폭행을 당한 뒤 살해된 것으로 추정됐다.

부검 결과 시신에서는 얼굴이 붉게 변하는 안면울혈이 확인됐다. 목이 강하게 졸렸다는 흔적이었다. 여기에 기도와 폐기관지에서는 다량의 포말(거품)이, 폐와 신장 조직에서는 플랑크톤이 검출됐다. 피해자가 물속에서 살아있는 상태로 물을 들이마시며 숨졌다는 의미였다.

당시 사건을 수사했던 남설민 형사는 “검시를 하면서 상처 같은 것들이 확인됐는데, 성폭행을 당했을 때 나타나는 상처들이 확인됐다”며 “강간살인 사건으로 생각하고 수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DNA는 있었지만…증거 부족으로 한 차례 무혐의=초반에 범인을 검거하지 못해 오랫동안 미제로 남았던 사건은 2012년 전환점을 맞았다. 시신에서 확보한 체액 DNA와 일치하는 인물이 드디어 나타난 것이다.

그 인물은 2003년 “1kg짜리 금괴 24개를 싸게 판다”며 전당포 주인 등 2명을 전남 장성으로 유인한 뒤 둔기로 살해하고 약 1억원을 빼앗아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김 씨였다.

2010년 강력범들의 DNA 신원확인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관리하는 일명 ‘DNA법’(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교도소 수감자들의 DNA 채취 과정 중 김 씨와 드들강 사건 현장의 체액 DNA가 정확히 일치한다는 감정 결과가 나왔다.

김 씨는 수사팀이 추정했던 범인상과 꽤 일치했다. 드들강 사건 당시 20대 중반이었던 김 씨는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었고, 피해자 A양과는 일면식조차 없는 관계였다. 또 2003년 강도살인 이전에도 이미 절도와 폭력 등 다수의 범죄 전과를 가지고 있었다.

수사팀은 교도소를 찾아가 접견 조사를 진행했다. 전략적으로 DNA 일치 사실을 숨긴 채 “드들강을 아느냐”고 묻자 김 씨는 “왔다 갔다 해서 잘 안다”고 답했다. 그러나 “피해자 A양을 아느냐”는 질문에는 “모른다. 만난 적도 없고 성관계도 한 적 없다”며 전면 부인했다.

이후 경찰이 “시신에서 발견된 DNA와 당신의 DNA가 일치하는데 어떻게 된 것이냐”고 압박하자, 김 씨는 갑자기 흥분하며 방문을 걷어차는 등 격렬하게 반발했다.

이후 검찰 조사로 넘어가자 김 씨는 진술을 번복했다. “정액이 나왔다니 성관계를 한 사실은 인정하겠다. 하지만 합의에 의한 관계였을 뿐 살인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결국 2014년 검찰은 살인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한 차례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가석방 꿈꾸던 무기수, ‘태완이법’으로 붙잡히다=자칫 묻힐 뻔했던 사건은 2015년 살인죄 공소시효를 폐지한 ‘태완이법’이 시행되면서 다시 물꼬를 텄다. 전남경찰청 미제사건수사팀과 광주지검은 사건을 원점에서 재수사했다.

당시 사건을 맡은 박경섭 광주지검 검사는 “다른 검사가 무혐의 결론을 낸 사건이라 제대로 된 결론을 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지만, 망자의 한을 풀어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할 수 있는 건 모두 다시 했다”고 회상했다.

그 사이 김 씨는 교도소 안에서 모범수 가석방을 노리고 있었다. 2003년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김 씨는 복역 20년이 지나면 가석방 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노려 목공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었다.

수감 중에도 여성과 편지를 주고받으며 핑크빛 미래를 계획하던 그는 가족에게 “어머님, 자격증을 많이 따면 모범수나 가석방에 도움이 됩니다. 이 막둥이, 얼른 엄마 곁으로 가겠습니다”라는 편지를 보냈고, 박 검사에게도 “모범수로 가석방을 준비 중이니 신속히 불기소 처분을 해달라”는 자필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수사팀은 교도소 압수수색을 통해 김 씨가 알리바이 위장을 위해 찍어둔 과거 사진과 재판에 대비해 문답을 연습한 흔적을 확보했다.

결정적으로 피해자의 일기장과 건강 기록 분석을 통해 사건 당일 A양이 생리 중이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법의학자들은 생리 중인 여성의 체액 및 신체 정황을 토대로 성관계 직후 곧바로 살해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이는 “살인과 무관하다”는 김 씨의 주장을 반박하는 증거가 됐다.

결국 검찰은 사건 발생 15년 만인 2016년 8월 김 씨를 강간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1심 재판부는 “죄질이 매우 나쁘고 반성하지 않는다. 사회에서 반영구적으로 격리해 참회하도록 해야 한다”며 김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는 2심과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됐다.

가석방으로 세상 밖을 나갈 꿈을 꾸던 무기수의 계획은 끈질긴 재수사 끝에 멈췄다. 드들강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다면 그는 가석방 심사를 거쳐 우리 사회로 돌아왔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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