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38도 안팎의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인천국제공항이 고령층의 새로운 피서 공간으로 떠오르고 있다. 냉방이 하루 종일 유지되는 데다 교통비 부담까지 적어 이른바 ‘공캉스(공항+바캉스)’를 즐기는 노인들이 꾸준히 증가하는 모습이다.
6일 공항철도에 따르면 올해 7월 공항철도 노인 이용객은 165만4112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7.0% 늘었고, 2년 전과 비교하면 증가 폭은 20%를 넘어섰다. 공항철도 전체 이용객 역시 외국인 관광객 증가와 서울·인천 지역 환승 수요 확대에 힘입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인천공항 제1·2터미널역에서 내리는 65세 이상 승객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 하루 평균 하차 인원은 1582명으로 지난해보다 늘었으며, 제2터미널역 이용객은 2년 전보다 40% 가까이 증가했다. 만 65세 이상은 수도권 전철 무임승차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이동 비용 부담이 적은 점이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공항을 찾는 어르신들은 시원한 냉방시설뿐 아니라 무료 와이파이와 휴대전화 충전시설, 깨끗한 화장실 등 편의시설도 이용 이유로 꼽는다. 한낮 더위를 피해 몇 시간 머물다 돌아가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갈 곳이 없다”…무더위쉼터 한계가 만든 공항 피서
전문가들은 이번 현상을 단순한 이색 풍경으로만 볼 일이 아니라 공공 냉방시설의 접근성 문제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분석한다.
행정안전부가 전국에 운영 중인 무더위쉼터는 9만3000여 곳에 이르지만, 최근 점검에서는 안내 표지 미흡과 위치 정보 오류 등 운영상 문제가 다수 확인됐다. 상당수 시설은 평일 저녁이나 주말 운영 시간이 제한돼 실제 이용이 쉽지 않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된다.
서울을 비롯한 지방자치단체들이 폭염특보 기간 운영 시간을 일부 연장하고 있지만 대부분 한시적이다. 경로당이 문을 닫는 오후 시간이나 휴일에는 머물 공간이 부족해 왕복 수 시간이 걸리더라도 공항을 찾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민폐” vs “폭염 속 살기 위해”…온라인서 엇갈린 반응
공항을 피서지로 찾는 현상을 두고 온라인에서는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비판하는 측은 공항이 해외 관광객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공간인 만큼 장시간 눕거나 돗자리를 펴는 행동은 공공장소 예절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공항철도 좌석 부족과 혼잡이 여행객 불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부에서는 공항철도 무임승차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했다.
반면 “폭염 속에서 에어컨 없는 집보다 공항이 더 안전한 공간일 수 있다”, “비난하기보다 냉방시설을 더 확충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충분한 무더위쉼터가 있었다면 굳이 공항까지 찾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도 이어진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공항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공시설인 만큼 단순히 오래 머문다는 이유만으로 퇴거를 요구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다른 이용객에게 불편을 주는 행위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현장 관리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사람 녹을듯…” 기상청 역사상 첫 ‘폭염중대경보’ 발령
이대로면 1년 중 폭염이 116일이나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