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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탄난 지 이미 21년”…崔∙盧, 9440억 재산분할 수용하나

06.08.2026 1분 읽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간의 재산분할 소송 재상고 시한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달 24일 서울고법 파기환송심에서 내려진 9440억 원의 재산 분할 판결을 양 측 모두 수용할 지 관심이 쏠린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두 사람은 이미 20여 년 전부터 부부라고 부르기 어려운 남보다 못한 관계로 지내왔다. 서로에 대한 애정은 커녕 최소한의 신뢰조차 사라진 두 사람을 묶어온 것은 ‘법적 혼인’이라는 형식적 굴레였다.

기나긴 재판 과정과 법정 안팎에서 제기된 이야기들을 종합하면 두 사람의 혼인 파탄은 2005년 시작됐다. 최 회장 측은 이때부터 각방을 쓰면서 대외적으로만 부부 행세를 하는 이른바 ‘쇼윈도 부부’ 생활을 해왔으며 혼인 관계는 실질적 파탄에 이르렀고 법적인 혼인 상태만 20여 년간 위태롭게 유지돼 왔다고 주장한다. 실제 이 시기 양측은 서로 이혼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 측은 부부로서 신뢰가 완전히 무너진 결정적 사건을 2011년 SK(034730) 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로 꼽는다. 노 관장이 당시 청와대 고위관계자를 통해 최 회장에 대한 수사를 청탁했다는 게 최 회장 측 주장이다. 2015년 8월 광복절 특별사면을 앞두고 노 관장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최 회장의 사면을 반대하는 편지를 보낸 일도 있었다고 한다. 두 사람이 오래 전부터 정상적인 부부 관계가 아님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다.

사면·복권된 최 회장은 2015년 12월 말 혼외자의 존재를 알리고 이혼 의사를 재차 분명히 했다. 2017년 7월 최 회장의 조정 신청에 이어 2018년 2월 이혼 소송 제기로 시작된 법정 공방은 2019년 12월 노 관장이 이혼에 응하는 대신 지주사인 SK㈜ 지분 절반에 해당하는 재산분할을 청구하는 맞소송을 내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했다.

‘세기의 이혼’이라는 별칭처럼 재판부 판단도 극적으로 엇갈렸다. 2022년 12월 서울가정법원 1심은 SK 주식을 분할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재산 분할금은 665억 원에 그쳤다. 2024년 5월 서울고법 항소심은 1심 판단을 180도 뒤집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1991년경 최종현 선대회장에게 300억 원을 대줬다는 노 관장 측 주장을 받아들인 게 결정적이었다. SK 주식을 부부 공동재산으로 보고 분할 비율을 65 대 35로 정하면서 재산분할금은 1조 3808억 원으로 불어났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대법원은 300억원을 노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 뇌물 성격 자금으로 보인다며 기여도 반영을 부정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내면서 재반전이 일어났다. 지난달 24일 파기환송심은 SK주식을 분할 대상으로 보면서도 최 회장에게 3분의 2, 노 관장에게 3분의 1을 배분한 뒤 노 관장 몫 9440억 원을 현금으로 건네라고 판결했다. 최 회장 측은 20년에 가까운 혼인 해소 과정에서 많은 분들께 걱정을 끼쳐 죄송하다며 상고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했고 노 관장 측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오는 15일까지 양측 모두 재상고하지 않는다면 지난해 10월 대법원에서 이혼이 확정된 두 사람의 관계는 실질적 파경 21년 만에 금전적인 부분까지 최종 정리된다. 재계 관계자는 “사실상 헤어진 것과 마찬가지인 부부를 법으로 구속하는 혼인 관계가 진정 의미가 있는 것인지 등 다양한 메시지를 남긴 사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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