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을 맞아 전국에 무궁화 축제가 한창이다. 서울과 수원, 대전, 전남광주, 경북 봉화를 비롯해 각 지역의 식물원과 수목원에서 대규모 무궁화 행사가 열리고 있다. 8월은 무궁화가 가장 활짝 피어나는 시기다. 7월부터 10월까지의 개화 기간 중 강렬한 햇볕이 쏟아지는 이 시기에 무궁화가 가장 화려하고 풍성하게 핀다.
8월 8일은 무궁화의 날이다. 이날은 어린이들의 고사리손으로 만들어졌다. 시작은 한 어린이의 질문이었다. “왜 무궁화의 날은 없나요”라고 올린 인터넷 게시글이다. 어린아이의 순수한 물음에 전국의 어린이들과 시민단체가 공감했다. 이후 1만 명이 넘는 어린이들의 서명으로 무궁화의 날이 만들어졌다. 2007년 8월 8일 어린이 단체가 무궁화의 날을 선포한 후 민간에서도 매년 이날을 기념하고 있다.
8월 8일에도 특별한 의미가 담겼다. 숫자 ‘8’을 눕히면 무한대를 나타내는 기호 ‘∞’가 된다. 끝없이 피고 지는 무궁화(無窮花)의 속성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한 날이다. 8월은 광복절이 있는 만큼 무궁화의 의미를 새기기도 좋은 시기다. 하지만 무궁화의 날은 공식 기념일이 아니다. 법적 근거가 없어 민간 기념일로 지내고 있다. 무궁화가 공식 국화(國花)로 법제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서부터 국민 인식을 제고하고자 ‘나라꽃 무궁화 법제화’를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을 펼치고 있다.
무궁화는 한민족의 역사와 함께해왔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근역(槿域), 즉 ‘무궁화가 많은 땅’으로 불렸다. 신라시대 공식 외교문서에는 우리나라를 ‘근화향(槿花鄕)’, 다시 말해 ‘무궁화의 나라’로 표현했던 기록도 남아 있다. 특히 일제강점기를 지나며 무궁화는 민족의 꽃으로 자리 잡았다. 독립운동가들이 무궁화를 사랑했는데 무궁화와 한민족에 공통점이 많기 때문이다.
먼저 강인한 생명력을 지녔다. 무궁화는 햇빛을 좋아한다. 여름철 뜨거운 햇볕과 폭염·장마 속에서도 살아남아 꽃을 피운다. 어떠한 시련에도 굴하지 않고 이겨낸 우리 민족과 닮았다. 무궁화는 끈기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7월부터 10월까지 100여 일 동안 매일 피고 진다. ‘영원무궁하다’라는 표현처럼 불굴의 의지와 굳건한 인내로 우리 민족은 고유한 역사와 전통을 이어오며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
기품이 있다는 점도 훌륭하다. 보통 다른 꽃들은 필 때는 아름답지만 질 때는 대부분 지저분해지는 반면 무궁화는 만개했던 꽃봉오리를 천천히 닫으며 정갈하게 떨어진다. 꽃잎을 가벼이 날리지도 않는다. 이런 마지막 순간까지 깨끗한 모습에서 기품이 느껴진다. 그래서 무궁화는 역사적으로 우리 민족의 국가 상징물로 자주 사용돼왔다. 조선시대 과거에 급제한 사람에게 왕이 내리는 어사화 장식으로 쓰였고 현재 태극기의 깃봉도 무궁화 꽃봉오리 모양이며 대한민국의 최고 훈장 이름도 무궁화대훈장이고 국민의 대표 국회의원 배지도 무궁화 모양이다.
연일 기록적인 폭염으로 전국이 펄펄 끓고 있다. 하지만 이 더위에도 무궁화는 지치지 않고 매일 피고 지며 아름다운 꽃을 활짝 피운다. 무궁화가 어떤 고난도 이겨내는 새로운 희망을 상징하는 이유다. 우리도 곳곳에 피어난 아름다운 무궁화꽃을 보면서, 또 더위도 식힐 겸 내가 있는 지역의 무궁화 축제도 가보면서 나라 사랑하는 마음도 키우고, 불굴의 무궁화처럼 우리 모두 뜨거운 8월을 극복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