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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만 팔아선 생존 한계”…‘바오퇀추하이’로 기술 표준도 장악

05.08.2026 1분 읽기

지난달 23일 찾은 태국 수도 방콕 인근 논타부리주(州)에 있는 전시장 ‘임팩트’. 이곳에서 개막한 ‘태국·중국 협력 엑스포’ 현장은 중국·태국 기업인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제조 현장에서 쓰이는 중국산 로봇이 음악에 맞춰 쿵후 동작을 선보이자 참석한 태국 정·재계 인사들은 일제히 탄성을 질렀다. 태국 라용에서 산업단지 ‘LK-RICH’를 운영하는 트라이베카엔터프라이즈의 리용 낏띠폰 부사장은 입주사인 중국 업체 센추리타이어의 산업인터넷(스마트공장)을 태블릿 PC로 참석자들에게 소개했다. 그는 “중국은 현지에 공장 하나만 세우는 게 아니라 부품, 물류, 정보기술(IT) 시설까지 함께 들여온다”며 “이런 진출 방식을 ‘바오퇀추하이(抱團出海·무리 지어 해외로 나간다)’라고 부른다”고 소개했다. 중국의 제조 플랫폼이 태국 현지를 어떻게 장악하는지 체감할 수 있었다.

중국 기업들이 산업인터넷 같은 제조 플랫폼 수출에 적극 나서는 것은 과거처럼 단순 제품 수출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수출 단가가 하락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정책에 수익성이 갈수록 둔화될 것으로 보이자 전략 수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로 세계은행에 따르면 중국 수출물가지수(2015년=100)는 2021년 104.9에서 2022년 114.5까지 오른 후 2023년 106, 2024년 99까지 떨어졌다. 김선진 한국은행 조사국 중국경제팀장은 “중국은 과잉 설비, 내수 부진에 따른 저가 출혈 경쟁으로 제조업 디플레이션이 가중돼 수출 단가가 하락하고 있다”며 “이에 주요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되는 등 성장의 질 측면에서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플랫폼 수출로 영역을 확대해 수익구조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는 평가다. 예를 들어 중국 건설기계 업체 쉬공은 굴착기를 판매한 뒤 자체 개발한 산업인터넷 ‘한운( 漢雲)’ 까지 카자흐스탄·브라질 등에 수출해 원격 장비 관리 및 유지 보수 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속적인 수익 창출을 도모한다. 중국 공업정보화부에 따르면 중국 산업인터넷이 적용된 산업의 부가가치는 2021년 4조 1500억 위안에서 지난해 5조 3300억 위안까지 늘어 4년 새 28.4% 증가한 것으로 예측됐다.

현지 생산법인까지 제조 플랫폼을 도입하면 중국의 현지 제조업 장악력은 더욱 커진다. 플랫폼에 연결된 중국 부품 ·장비 업체의 현지 공급망 참여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중국 중심의 산업 생태계가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

나아가 산업인터넷은 중국의 기술 표준 확대 전략의 최적 수단으로 평가받는다. 중국 정부는 최근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의 경제·사회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중국 중앙 국민경제 및 사회발전 제15차 5개년 규획 건의’를 심의해 통과시켰는데 여기서 글로벌 무역·투자·데이터에서의 규범·표준 주도권 확보와 자국 표준의 세계 확대 추진 방침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산업인터넷이 확산하면 자연스레 중국의 기술 표준 적용 범위도 늘어나고 중국 후방 공급업체의 제품도 많이 쓰게 돼 록인 효과로 글로벌 제조업에서 영향력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고 진단한다.

조은교 산업연구원 중국분석팀장은 “중국은 제조업 플랫폼과 법 ·제도·표준의 연계를 통해 중국 중심의 경제권을 안정적으로 확장하려는 전략을 추구한다”며 “ 중국이 유리한 영역에서는 규칙 설계자(rule-maker)로서의 역할을 명확히 하려는 의도 ”라고 설명했다.

중국 산업인터넷 플랫폼이 해외에 비교적 잘 뿌리내리는 것은 이미 내수시장에서 철저히 검증됐기 때문이다. 세 계 최대 제조업 국가라는 장점을 기반으로 자동차·철강·전자·섬유 등 다양한 산업에서 성능을 검증한 뒤 신흥국 시장 중심으로 수출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현지에 인프라 등 기반 시설을 함께 구축하는 점도 주요 요인이다. 중국 기업들은 산업인터넷을 도입하려면 이를 뒷받침할 기반 시설이 필요하다는 것을 고려해 신흥국에 통신망·데이터센터·광케이블 등 네트워크와 같은 패키지를 함께 제공한다. 일대일로(BRI) 전략의 일환으로 산업인터넷 수출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국내의 한 대기업 관계자는 “중국 기업은 현지에 산업인터넷 관련 공동 연구센터를 설립하고 기술 인력도 양성한다”며 “이는 단순한 제품 수출보다 중국 기술 생태계를 정착시키는 데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이 같은 제조업 업그레이드 전략은 우리나라에도 시사점을 준다. 조 팀장은 “중국은 인공지능(AI)을 제조·물류 현장에 대규모로 투입해 자국 중심의 작업표준을 선점하고 나아가 글로벌 표준 선도를 추진하고 있다”며 “한국도 반도체·제철·조선 등 분야에서 축적해온 암묵지와 데이터를 활용해 한국형 제조 대규모언어모델(LLM)을 구축하고 이를 기존의 제조 강점과 결합해 글로벌 가치사슬을 주도할 ‘K제조아키텍처’를 완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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