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학계가 정부의 부동산 세제개편안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실거주 여부를 기준으로 세 부담을 차등화하면 임대주택 공급이 줄고 노동시장의 거주 이동도 위축될 수 있는 데다 세금만으로 집값을 안정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재정학회는 5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2026년도 세제개편안 평가를 위한 전문가 간담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논의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부동산 세제 개편에 따른 실거주 중심 과세가 임대주택 공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자가에 거주하지 않고 전세나 월세로 사는 가구 비중이 상당한데 실거주에만 세제 혜택을 집중하면 집을 임대하려는 유인이 약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성명재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장기보유특별공제는 집주인이 직접 거주하지 않더라도 장기간 임대주택을 공급하도록 유도하는 기능도 있었다”며 “실거주만 우대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바뀌면 임대 물량이 감소해 결국 세입자에게 부담이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다운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조세연구본부 연구위원 역시 “시가 20억~30억원 사이 주택 소유자들이 종부세를 피하려고 직접 실거주를 하면 원래 살던 세입자들은 쫓겨날 수밖에 없다”며 “이는 전세 시장과 그보다 저렴한 주택 시장 가격까지 흔드는 연쇄적인 반응을 낳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거주 중심의 세제개편안은 노동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혼이나 직장 이동, 지방 발령 등으로 다른 지역에서 거주해야 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데 세제 혜택을 유지하기 위해 거주 이전을 포기하거나 미루는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수도권 인재를 지방으로 이동시키거나 지역 간 노동 이동을 활성화하려면 거주 이전이 자유로워야 한다”며 “실거주 여부를 지나치게 강조한 과세 체계는 노동시장 효율성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집값 안정 효과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주택 가격 상승의 근본 원인이 공급 부족인 만큼 세금만으로 시장을 안정시키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성 교수는 “보유세를 높이면 단기적인 가격 조정은 가능하겠지만 공급 확대 없이 집값 상승 흐름 자체를 바꾸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번 세제개편안의 정책 목표를 ‘세 부담 정상화’와 ‘공정과세’라고 설명했지만, 실거주 중심 과세가 이같은 정책 목표를 뒷받침하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심혜정 전 국회예산정책처 조세분석심의관은 “보유세 강화와 장기보유특별공제 조정으로 세 부담이 크게 달라지는 만큼 정책 목적부터 분명해야 한다”며 “주택시장 안정을 목표로 한다면 가격과 거래, 매물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평가해야 하고, 재분배가 목적이라면 세 부담이 누구에게 귀착되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2026년 세제개편안을 통해 실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를 현행 12억 원에서 14억 원으로 높여 시가 약 20억 원 이하 주택은 사실상 종부세를 내지 않도록 했다. 반면 비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는 9억 원으로 낮추고, 시가 약 45억 원을 넘는 초고가 주택에는 기존 다주택자 수준의 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담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