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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 숨기면 총수도 과징금”…공정위, 대기업 규제 개편

05.08.2026 1분 읽기

앞으로 대기업이 계열사를 고의로 숨겼다가 적발되면 회사뿐 아니라 동일인(총수) 개인도 과징금을 물게 된다. 대기업의 지배구조 정보는 지금보다 더 많이 공개되고, 총수 일가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규제도 강화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6년 하반기 주요업무 추진계획’을 보고했다. 가장 큰 변화는 총수의 책임 강화다. 지금까지는 대기업집단이 계열회사 명단을 누락해도 주로 법인에 책임을 묻는 경우가 많았지만 앞으로는 총수 개인에게도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꾼다. 계열사를 일부러 숨겨 대기업집단 지정을 피하거나 공시 의무를 회피하는 일을 막겠다는 취지다. 과징금 규모에 대해선 앞서 주병기 공정위원장이 최대 200억 원 수준을 검토중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사안이 중대하거나 반복적으로 계열사를 누락한 경우에는 고발도 확대할 방침이다.

또 계열사를 숨겨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지 않았더라도, 그 기간 동안 총수 일가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등 부당한 내부거래가 있었다면 사익편취규제를 적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구체적인 적용 방식은 추가 검토를 거쳐 마련하기로 했다.

총수 일가의 편법 승계를 막기 위한 규제도 강화된다. 총수 일가 회사에 사업기회를 몰아주거나 계열사가 무상으로 신용을 보강해 주는 행위 등을 집중 감시한다. 또 총수 일가 지분율을 산정할 때는 앞으로 자사주를 제외한다. 자사주 때문에 총수 일가 지분율이 실제보다 낮게 계산되는 문제를 막기 위해서다.

아울러 공정위는 대기업집단의 자발적인 지배구조 개선을 유도하기 위해 처음으로 소유·지배·행태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계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평가지표도 개발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법을 위반했는지를 사후에 제재하는 방식이었다면, 앞으로는 기업집단의 지배구조 수준 자체를 평가하는 체계가 도입되는 셈이다.

ESG 경영 강화를 위해 지배구조 관련 공시 항목도 확대한다. 분리선출 감사위원 수, 소수주주권 행사 결과, 공정거래 자율준수프로그램(CP) 운영 여부 등을 새롭게 공시하도록 하고, 반복적으로 공시 의무를 위반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과태료 가중 비율을 크게 높인다.

민생과 직결되는 담합 단속도 한층 강화한다. 공정위는 화학제품과 페인트, 석유제품 등 공급망과 밀접한 업종의 담합을 집중 점검하고, 복지시설 식자재 납품 과정에서 발생하는 리베이트 등 불공정행위도 신속히 조사할 계획이다. 반복적으로 담합을 저지른 기업에는 과징금뿐 아니라 등록취소나 영업정지, 필요하면 사업부 매각이나 영업양도 같은 구조적 조치까지 검토하기로 했다. 이 같은 움직임에 최근 CJ 등 일부 기업은 담합 재발 방지를 위해 사업부를 매각하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남동일 공정위 부위원장은 “담합을 근절하려는 기업의 자율적인 노력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기업 차원의 컴플라이언스 강화 노력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규율도 강화된다. 공정위는 배달앱과 온라인쇼핑몰, 앱마켓의 불공정행위를 신속히 심의하고, AI 서비스 시장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해 경쟁 제한 요소와 소비자 피해 가능성을 점검할 계획이다. AI 유료구독 서비스의 다크패턴과 해외 플랫폼의 위해상품 유통에 대한 감시도 확대한다.

공정거래법 집행 방식에도 변화가 생긴다. 현재 공정위만 행사할 수 있는 전속고발권을 개편해 일정 수 이상의 국민과 중앙행정기관, 광역 지방정부에도 직접 고발권을 부여할 계획이다. 다만 무분별한 고발을 막기 위해 기관별로 ‘고발심의위원회’를 설치해 책임 있는 고발이 이뤄지도록 할 방침이다. 또 하반기부터는 검찰이 아니라 중수청에 고발할 계획이다.

지방정부의 역할도 커진다. 하도급법과 가맹사업법, 대리점법 등 이른바 ‘갑을 관계’를 다루는 법률과 표시광고법의 일부 위반 행위는 앞으로 광역 지방정부도 직접 조사하고 시정할 수 있게 된다. 남 부위원장은 “지방정부의 전문성과 인력 부족 문제를 고려해 단계적으로 권한을 확대할 것”이라며 “공정위 인력 파견 등 지원 방안도 함께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조사 역량도 크게 강화된다. 공정위는 올 3월 가맹유통심의관과 경인사무소 신설 등을 포함한 1차 증원(167명)을 마친 데 이어 올해 10월에는 중점조사기획단과 경제분석국을 신설하고 237명을 추가 증원할 계획이다. 공정위는 이를 통해 독과점과 담합, 디지털 플랫폼 등 신산업 분야에 대한 조사·분석 기능을 한층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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