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의 미래를 두고 갈라섰던 일론 머스크와 샘 올트먼이 인공지능(AI) 기기 시장에서 경쟁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세기의 AI 재판’으로 불린 최근 소송에서 서로를 ‘거짓말쟁이’와 ‘기억상실증 환자’로 비난했던 두 인물이 새로운 AI 결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돼 관심이 쏠립니다.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는 AI 모델 ‘그록’ 개발을 넘어 이를 탑재한 기기 사업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일부 투자자에게 핸드셋 형태의 AI 기기 시제품(프로토타입)을 선보였다는 보도가 지난달 나오기도 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JS)에 따르면 이 시제품은 아이폰보다 얇고 매끈한 디자인으로 기획되고 있다고 합니다. 독자적인 운영체제(OS)를 탑재하며 퀄컴의 스냅드래곤 칩셋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해졌습니다.
머스크는 아직 확실한 입장을 정하진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지난해 10월 “전화기를 만든다고 생각하면 죽고 싶지만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우리는 그렇게 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이후 올해 2월 스페이스X가 위성 전화 서비스인 스타링크를 이용할 수 있는 기기를 제작할 것이라는 보도에 대해 직접 부인했습니다.
기존에 저궤도 위성통신망 스타링크는 지상 이동통신망이 닿지 않는 오지나 바다에 항해하는 선박 또는 항공기를 위한 기업간거래(B2B) 서비스 성격이 강했습니다. 미국에선 T모바일 등 대형 통신사와 협력해 위성망 접속 권한을 주는 방식으로 통신 서비스를 제공해 왔습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스타링크의 미래를 고려할 때 이를 활용한 AI 기기의 출시 가능성은 상당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스타링크가 전 세계에서 어느 정도 보편적인 서비스로 자리 잡으면서 B2C 서비스 영역으로 확장될 시점이 됐다는 분석입니다. 이와 관련해 그윈 숏웰 스페이스X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최근 한 투자설명회에서 “스타링크의 소매 상품 출시와 미국 내 자체 지상 이동통신망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소매 상품이 곧 AI 기기를 의미하는 것이겠죠.
로켓이나 위성을 직접 만든 스페이스X의 하드웨어 제조 역량을 고려하면 스마트폰과 같은 폼팩터 제작은 기술적으로는 어렵지 않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자체 생산이 아니더라도 성숙기에 있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외주 제작 협력사를 구하는 것은 쉬울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더구나 머스크가 테슬라를 통해 구축해온 B2C 분야 마케팅 역량을 새로운 AI 기기 시장에서도 활용해 큰 파급 효과를 낼 수도 있습니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기존 빅테크 생태계에 의존하지 않는 머스크의 전략은 AI 기기 출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이런 가운데 샘 올트먼이 이끄는 오픈AI 또한 AI 기기를 선보이려 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애플에서 아이폰 디자인을 이끈 조니 아이브가 설립한 AI 기기 스타트업 ‘io’를 65억 달러(약 9조 5000억 원)에 인수했습니다. 아이브의 디자인 회사 러브프롬과 전직 애플 엔지니어들도 제품 개발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현재 보도에 따르면 오픈AI가 구상하는 차세대 AI 기기는 스마트폰처럼 눈을 사로잡는 화면 중심의 기기가 아니라고 합니다. 스크린을 없애고 음성, 비전 감지 센서, 정교한 반응형 메카니즘을 탑재한 ‘앰비언트(Ambient) AI’ 폼팩터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조니 아이브 특유의 아날로그적 감성과 챗GPT 성능이 합쳐져 새로운 경험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두 인물이 이끄는 AI 기기의 방향성이 어찌 됐든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한 애플로부터 종속되지 않겠다는 의지만큼은 분명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AI 산업의 경쟁 구도가 이젠 단순히 모델 성능 경쟁을 넘어 효율화 및 차별화된 경험 제공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