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무더위 속에서 나타나는 땀과 빈맥은 대개 계절 탓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휴식을 취해도 두근거림과 손떨림이 사라지지 않고, 먹는 양은 줄지 않았는데 체중만 빠진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갑상선호르몬이 과다 분비되는 갑상선기능항진증의 신호일 수 있어서다.
4일 고려대안암병원 설명을 종합하면, 목 앞쪽 나비 모양 기관인 갑상선은 체온·심장박동·에너지 대사를 관장하는 호르몬을 만들어내는데, 이 호르몬이 필요량을 넘어서면 신체 여러 기능이 과활성 상태에 빠진다.
임상적으로는 더위에 유난히 취약해지고 땀이 늘어나는 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변화다. 맥박이 불규칙해지거나 심장이 두근거리는 증상, 손떨림, 불안, 신경과민, 불면 등이 뒤따르기도 한다. 특이한 점은 식욕이 줄지 않거나 오히려 왕성해지는데도 체중이 감소한다는 것이다. 배변 횟수 증가나 설사, 여성의 경우 생리량 감소·주기 불규칙 같은 변화도 동반될 수 있다.
원인별로 보면 면역계 이상으로 갑상선이 과자극돼 호르몬을 과잉 생산하는 자가면역질환, 그레이브스병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 밖에 결절 자체가 호르몬을 자체 생산하는 독성결절, 다수의 결절에서 호르몬이 과다 분비되는 독성다결절갑상선종, 염증으로 저장 호르몬이 혈액으로 유출되는 갑상선염도 원인으로 꼽힌다.
치료 방법은 크게 세 갈래다. 항갑상선약물 복용, 방사성요오드 치료, 갑상선절제술 중 환자의 연령·증상·갑상선 크기·동반질환·임신 여부를 따져 선택한다. 국내에서는 약물치료가 1차 치료로 가장 많이 쓰인다는 게 병원 측 설명이다.
다만 치료 기간 내내 혈액검사를 통한 용량 조절이 필요하고, 부작용이나 재발이 발생하거나 갑상선이 지나치게 크거나 암이 의심되는 결절이 함께 있는 경우엔 수술이나 방사성요오드 치료로 전환하기도 한다.
생활관리만으로 발병을 원천 차단하기는 힘들다는 게 병원 측 입장이다. 다만 가족력이나 과거 병력이 있는 사람, 갑상선 결절·갑상선종 보유자는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고령층, 출산 후 여성, 요오드 함유 약물 복용자도 주의군에 해당한다.
요오드가 다량 함유된 건강기능식품이나 해조류 농축제품은 의료진 상담 없이 과다 섭취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위험군에 속한다면 정기적으로 의료진과 상담해 갑상선기능검사가 필요한지 점검해야 하며, 원인 불명의 체중 감소나 지속적 두근거림·손떨림, 유별난 더위 민감성이 있다면 정기검진 시기를 미루지 말고 곧바로 검사받는 게 낫다는 설명이다.
특히 갑상선기능항진증 환자에게서 고열, 급격한 빈맥, 의식 혼란이 동시에 나타나면 생명을 위협하는 ‘갑상선중독발작’일 가능성이 있어 즉각적인 응급치료가 요구된다. 감염, 외상, 분만, 항갑상선제의 갑작스러운 중단 등이 이 같은 발작의 유발 요인으로 지목된다.
김경진 고려대 안암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갑상선기능항진증은 피로나 스트레스 또는 더위로 인한 증상과 비슷해 진단이 늦어질 수 있다”며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부정맥과 심부전 골다공증 등 여러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지속적인 두근거림이나 손떨림 원인을 알 수 없는 체중 감소가 있다면 정확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진단 후에도 정기적으로 갑상선호르몬 수치를 확인하고 의료진의 지시에 따라 꾸준히 치료하면 증상과 합병증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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