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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좌절의 시대… 독서가 시련 극복의 힘”

04.08.2026 1분 읽기

올해 6월 열린 ‘2026 서울국제도서전’에 16만 명이 방문하며 역대 최대기록을 다시 세웠다. 성인 독서율은 2025년 38.5%까지 떨어졌지만, 독서 축제는 흥행을 다지는 기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도서전 주최 측은 “취업난과 주거 사다리의 붕괴 등 벼랑 끝에 선 청년들이 ‘텍스트’에서 다시 희망을 찾는 문화가 확산하며 나타난 현상”으로 설명했다.

도종환 시인은 3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청년층의 독서문화 확산과 관련 “책은 사람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며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 시인은 중학교 국어 교사로 재직하다 1984년 시인으로 등단했다. 이후 2012년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정치권에 입문해 2017년 문재인 정부 초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역임했다. 그는 2024년 시집 ‘정오에서 가장 먼 시간’을 펴내며 문인으로 복귀했고, 최근 산문집 ‘상처와 결별하기’을 집필했다.

도 시인은 독서의 본질이 깊이 있는 사유라는 점을 강조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연간 종합독서율은 2013년 72.2%에서 2025년 38.5%로 반 토막이 났다. 연간 종합독서율은 1년 동안 일반도서를 1권 이상 읽거나 들은 사람의 비율을 의미한다. 국민들이 책과 멀어지는 가운데 20대(만 19~29세)만 독서율이 반등했다. 20대의 종합독서율은 75.3%로, 2023년 조사보다 0.8%포인트 늘었다. 도 시인은 “검증된 고전, 세계적인 석학 등 한 분야를 깊이 있게 공부한 사람들의 책을 읽으면 깊이 있는 생각을 할 수 있다”며 독서의 치유 능력이 이 같은 결과를 불렀다고 평가했다.

그가 이번에 집필한 산문집도 상처 어루만지기를 다뤘다. 그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바치는 시 ‘운명’을 낭송하는 등 친노 지지자의 상처를 보듬는 데에도 역할을 해 왔다. 그는 “사람들은 매일 상처를 받으며 살아간다. 상처의 회복은 새로운 몸과 마음으로 거듭나는 것이라는 다산 정약용 선생의 철학을 많은 사람에게 알리기 위해 이번 산문집을 썼다”고 설명했다.

독서를 통해 시련을 극복한 경험도 전했다. 그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활동으로 교사직에서 해직됐다가 9년 만에 복직했다. 하지만 건강 악화로 요양 치료를 받다 결국 사직서를 제출해야 했다. 그는 호스피스 운동의 창시자인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책 ‘인생 수업’을 통해 고난의 시기를 이겨낼 수 있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 책은 죽음을 앞둔 사람들과 대화를 통해 삶의 고통과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다뤘다”며 “삶에서 시련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하지 않는다면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갈 수 없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책을 통한 깊이 있는 사유가 인공지능(AI) 시대에 인간의 생존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생성형 AI에 ‘도종환풍 서정시’를 만들라고 지시하니 금방 그럴듯한 결과물이 나왔다”며 “그런데 영혼이 담겨 있거나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시는 아니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AI가 할 수 없는 새로운 창작을 위해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깊이 있는 사유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도 시인은 최근 극단적인 사회 갈등에 대해 심각한 우려도 표했다. 그는 “우리 사회의 갈등이 정신적 내전 상태에 이를 정도로 극심하다”며 “이성적 사유와 질문이 사라지고, 극단적인 주장과 확신에 찬 언어들이 반복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여야 갈등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의 극심한 분열에 대해서도 “어떤 방향을 지향하는지, 무엇이 올바른 가치인지 고민하고 숙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학을 통해 사회적 갈등을 누그러뜨리고 싶다는 뜻도 드러냈다. 그는 문학계를 떠나 정치인·공직자로 생활한 12년의 세월을 오디세우스가 자신의 왕국 이타카를 떠난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도 시인은 “전쟁터에서 온갖 풍랑을 만나고 괴물들과 싸우다 다시 문학의 이타카로 돌아왔다”며 “귀환한 오디세우스가 한층 성숙해져 자신의 왕국을 재건한 것처럼 문학으로 우리 사회의 분노를 멈추게 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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