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임금 분야에서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노동위원회의 판정이 나왔다. 서울경제신문 보도에 따르면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올 5월 배송 차주로 구성된 한국노총 전국건설산업인노조가 식품 유통 업체 SPC GFS를 대상으로 제기한 교섭 요구 사실 미공고 시정 신청을 인용했다. 하청 운수사의 도급 단가와 기준을 통해 하청 근로자의 보수를 사실상 결정한다면 계약관계가 아니라도 임금도 원청 교섭 대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원청이 운임 범위와 수당·유류비 기준 등의 협의 과정에 관여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그동안 정부는 원청과의 임금 교섭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가능해 교섭 의제로 다룰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 때문에 하청 노조는 안전 등을 의제로 원청과의 교섭권을 확보한 뒤 임금 인상 압박을 높이는 전략을 취해왔다. 하지만 이번 판정으로 하청 노조들이 처음부터 임금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커졌다. 경영계에서는 물류·택배, 청소·경비, 사내 하청 등 도급 체계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노란봉투법 시행의 폐해와 후폭풍은 이미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사용자 개념이 모호하고 노동쟁의 범위를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 결정으로까지 확대한 탓이다. 노동위가 노조에 편향된 판정을 잇따라 내놓자 기업의 불복 소송도 본격화하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는 호남권 반도체 공장 건설 문제도 교섭 의제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오죽하면 이재명 대통령조차 “이런 식으로 확장하면 끝이 없다”며 명확한 기준 마련을 지시했겠는가.
정부는 ‘3대 메가 프로젝트’ 특구에 적용할 특별법에 기간제 사용 기간 확대, 주 52시간 예외 등을 포함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도 기업 투자를 유도하려면 노동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해야 한다는 점을 인정한 꼴이다. 정부와 국회는 기업 투자 의욕이 꺾이기 전에 노란봉투법부터 보완 입법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정부의 가이드라인은 법적 구속력이 없어 현장의 혼선을 해소하기 어렵다. 이대로 가다가는 노사 갈등과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가 산업 경쟁력마저 갉아먹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