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오픈웨이트(가중치 공개형) 모델 ‘키미(Kimi) K3’로 최첨단 인공지능(AI) 모델 성능을 구현해 낸 문샷AI의 양즈린. 미국 거대 AI 기업 개발 비용 10분의 1만 쓰고도 유사 성능을 가진 오픈소스(개방형) 모델 ‘R1’을 만들어 낸 딥시크의 량원펑. 미중 인공지능(AI) 패권 싸움에서 오픈AI·앤트로픽·구글이 버티는 미국에 맞서는 중국의 천재 과학자들이다. 1985년생인 량원펑과 1992년생 양즈린은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대표 주자로서 중국 인재 육성 정책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량원펑과 양즈린은 대외 노출을 잘 하지 않고 최고 사양의 AI 모델을 만들었다는 점에서는 닮았지만 두 천재 창업가의 학업 배경은 많이 다르다. 량원펑은 해외 유학 없이 중국에서 공부한 창업가다. 량원펑은 광둥성 잔장시 우촨 출신으로 대입 시험에서 지역 수석을 기록한 뒤 저장대에 입학했다. 석사 과정을 밟으면서 AI 관련 기술을 퀀트(계량) 투자에 적용했고, 2015년 퀀트 헤지펀드를 설립하고 이후 딥시크까지 만들었다.
반면 광둥성 산터우 출신인 양즈린은 칭화대 컴퓨터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카네기멜런대(CMU) 컴퓨터과학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페이스북 AI 리서치, 구글 딥러닝 인공지능 연구팀인 구글 브레인 등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애플에서도 탐내는 인재였지만 미국에 남지 않고 중국으로 돌아가 문샷AI를 세웠다. 그는 올해 3월 인터뷰에서 “중국은 수십 년에 걸쳐 전 세계 최고의 인재 시스템을 구축했다”라면서 “의무교육에서 고등학교, 대학교, 박사까지 우리는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탐구력을 가진 사람들을 양성할 수 있으며 이미 일종의 시스템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후버 연구소와 스탠퍼드대 AI 연구소(HAI)가 내놓은 연구 보고서를 보면 어떻게 량원펑과 양즈린이 배출됐는지, 미중 AI 전쟁에서 중국의 인재 육성 기조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짐작해볼 수 있다. 해외에 나가지 않고 중국 안에서만 실력을 쌓은 과학자, 미국 대학에서 공부하고 빅테크에서 경험을 쌓은 뒤 중국으로 돌아온 과학자들이 중국의 AI 굴기를 이끌고 있다.
보고서는 2024년부터 2025년 사이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 ‘아카이브(arXiv)’에 등재된 딥시크 논문 5편, 올해 4월 개발자 플랫폼 허깅페이스에 올라온 딥시크 논문 2편 등 7편을 분석했다. 딥시크 논문 작성 참여자 중에서 소속 기관 파악이 가능한 271명을 분석한 결과가 보고서에 담겼다. 각자 근무기간이 1년 단기부터 5년 이상 장기까지 다양하고 논문 참여 횟수에서도 차이가 있어 정확한 분석에 한계가 있지만 전반적인 흐름은 파악할 수 있다.
소속이 확인된 연구자 271명 중 53.5%( 145명)가 평생 중국 기관에서만 연구 활동을 했다. 딥시크 논문에 이름을 올린 저자 절반 이상은 중국 외 기관에서는 일해 본 적이 없다는 의미다. 271명의 현재 소속 기관을 살펴본 결과 84.5%가 중국이었다. 미국이 6.64%로 2위를 차지하기는 했지만 중국과 큰 격차를 보였다. 영국(1.48%), 대만(1.11%), 일본(1.11%), 싱가포르(0.74%) 순이었다. 한국 소속은 0.37%였다.
주목할 집단은 연구 경력 가운데 미국 기관이 한 번이라도 있는 80명이다. 80명의 미국 경력을 분석한 결과 5년 이상이 13명(16.3%), 2~4년이 39명(48.8%), 1년이 28명(35.0%)으로 조사됐다. 미국 기관을 경험한 80명은 평균 4108건의 논문 인용 횟수를 기록하며 가장 뛰어난 연구 성과를 보여준 집단이었다.
80명은 단기간이든 장기간이든 113개 미국 기관에서 연구 경력을 쌓다가 현재는 대부분 중국으로 돌아갔다. 80명 가운데 중국에서 첫 경력을 시작해 미국 등을 거쳐 중국으로 돌아간 사람이 31명(38.8%), 미국에서 첫 경력을 시작해 중국으로 돌아간 사람이 19명(23.8%), 미국이나 중국이 아닌 나라에서 첫 경력을 시작해 중국으로 돌아간 사람이 7명(8.8%)로 1~3위를 차지했다. 미국 기관을 경험한 딥시크 논문 참여자 10명 중 7명은 어디에서 출발했든 종착지는 중국이라는 것이다. 미국 연구 시스템에서 배운 노하우가 중국으로 유입된 셈이다.
딥시크 연구 기여자 분석 결과의 핵심은 두 가지다. 연구자 절반 이상이 중국에서만 연구에 매진했다는 점, 미국 기관 경험자 71%가 중국으로 돌아갔다는 점이다. 량원펑과 양즈린처럼 중국의 토종 연구자와 미국 기관을 거친 해외 인재가 중국 AI 굴기를 이끌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후버 연구소와 HAI는 “ 딥시크 연구원 절반 이상이 중국 밖 기관에 소속된 적이 없다”며 “미국에서 공부한 연구원 대부분은 고국으로 돌아갔고, 체류 기간은 귀국 여부를 유의미하게 예측하는 요인이 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두 기관은 “분석 결과는 미국 정책에 두 가지 문제점을 시사한다. 하나는 미국 기관이 양성한 연구원은 대부분 미국을 떠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중국은 전례 없는 규모로 미국을 전혀 거치지 않고도 최고의 AI 연구원들을 배출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중국 AI 인재 양성 시스템은 통념보다 훨씬 규모가 크고 역량이 뛰어나다는 점을 시사한다. 중국의 인재나 노하우가 뒤처졌다는 미국의 생각은 현실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