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가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를 넘어 북미, 유럽까지 수출 시장을 넓혀가는 가운데 기업들이 단순한 제품 판매를 넘어 유통과 플랫폼, 큐레이션 등으로 사업 범위를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그동안 K뷰티는 제조와 유통, 마케팅 등을 전문 기업들이 분담하는 구조를 기반으로 소비자 취향을 반영한 제품을 신속하게 선보이며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왔다. 그러나 K뷰티 3.0 시대에는 기획부터 제조, 유통, 마케팅까지 가치사슬 전반을 직접 확보하는 ‘밸류체인 수직계열화’가 새로운 성장 전략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3일 뷰티업계에 따르면 구다이글로벌은 지난달 처음 공개한 공식 홈페이지에서 회사를 ‘글로벌 뷰티 플랫폼’으로 소개했다. 미국과 일본 법인도 ‘유통 채널(Distribution Channel)’로 규정했다. 기존 자사 브랜드 중심의 판매 사업을 넘어 글로벌 유통 플랫폼으로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을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해외 법인의 역할도 자사 브랜드 판매를 넘어 타 브랜드의 글로벌 유통까지 담당하도록 넓혔다. 이를 위해 지난 2월 미국 주요 리테일 채널에 K뷰티 인디 브랜드를 공급해온 유통 전문기업 한성USA를 인수해 ‘구다이글로벌 USA’로 출범시켰고, 4월에는 ‘구다이글로벌 재팬’도 설립했다. 현재 구다이글로벌 USA는 마녀공장과 퓌, 일본 코세그룹의 세키세이 등 다양한 브랜드의 미국 유통과 채널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다. 구다이글로벌 재팬 역시 자사 브랜드인 조선미녀와 티르티르, 스킨1004뿐만 아니라 어노브, 퍼셀, 코페르, 삐아 등의 일본 유통을 맡고 있으며, J뷰티 브랜드를 발굴한 뒤 구다이글로벌 USA를 통해 북미 시장으로 공급하는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행보가 유통 사업을 새로운 수익축으로 키워 특정 브랜드 의존도를 줄이려는 전략으로 보고 있다. 트렌드 변화가 빠른 글로벌 뷰티 시장에서 일부 브랜드의 성장세가 둔화되더라도 다양한 브랜드를 유통하며 위험을 분산할 수 있는 것이다. 구다이글로벌 관계자는 “구다이글로벌 재팬의 핵심 과제는 ‘글로벌 유통 허브’의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한국의 유망 브랜드를 소싱해 일본 시장에 최적화된 운영 및 유통 솔루션을 제공하고, 경쟁력 있는 J뷰티 브랜드를 발굴해 구다이글로벌 USA의 북미 리테일 네트워크에 공급하는 등 아시아와 북미를 잇는 유통 허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해외 리테일러와 유통업체에 K뷰티 제품을 공급해온 실리콘투는 오프라인 판매 채널 확보에 나서고 있다. K뷰티 편집숍 ‘모이다(moida)’를 앞세워 소비자 접점을 확대하며 B2C 사업을 강화하는 전략이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현재 16개인 모이다 매장은 연말까지 최대 40개로 늘어날 전망이며, 내년에는 월 매출이 1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실리콘투가 편집숍 사업을 확대하는 배경에는 실적 안정화가 있다. 유통 사업만 영위할 경우 거래 브랜드가 현지 직진출을 선택하면 계약이 종료돼 실적이 크게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8월 주요 고객사인 에이피알이 유럽 현지 법인을 강화하며 B2C 사업을 직접 추진하겠다고 발표하자 실리콘투 주가는 장중 큰 폭으로 하락했다. 실리콘투는 사업보고서를 통해 “모이다를 신규 인디 브랜드 소싱 및 인큐베이션을 기반으로 한 체험형 오프라인 플랫폼으로 전개할 것”이라며 “이러한 오프라인 전략을 기존의 B2B·B2C 온라인 유통 역량 및 글로벌 물류 인프라와 유기적으로 결합함으로써 K뷰티 밸류체인 전반에서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CJ올리브영도 단순한 판매 채널을 넘어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큐레이터’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1월 글로벌 뷰티 유통기업 세포라와 파트너십을 체결했으며, 하반기부터는 북미와 아시아 일부 국가의 세포라 매장에 올리브영이 직접 큐레이션한 ‘K뷰티존’을 운영할 예정이다.
PB(자체 브랜드) 육성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올리브영이 운영하는 K뷰티 PB는 14개이며, 최근 5년간 이들 브랜드의 연평균 매출 성장률은 162%를 기록했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현재 미국에서 운영 중인 2개의 매장은 물론 세포라와의 협업을 통해 올리브영과 K뷰티에 대한 현지 소비자 접점을 빠르게 확보할 계획”이라며 “국내에서 성공적으로 육성한 자체 브랜드를 기반으로 글로벌 고객에게 K뷰티의 존재감을 알리는 전파자 역할도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는 이 같은 변화를 K뷰티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전략적 전환으로 평가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K뷰티 브랜드 수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며 “특정 브랜드나 제품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수익 기반을 다변화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