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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밥캣 이후 19년만에 빅딜…반도체·전력·로봇 ‘AI 인프라’ 완성

31.07.2026 1분 읽기

올해 창업 130년을 맞은 두산(000150) 그룹이 SK(034730) 실트론 인수를 최종 확정하며 반도체 소재 수직 계열화를 완성해 주력 사업의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섰다.

실트론 인수는 2007년 밥캣 인수로 두산이 소비재에서 기계·중공업으로 본격 탈바꿈한 데 이은 ‘두 번째 전환’으로 평가받는다. 전통 제조업 틀에서 벗어나 인공지능(AI), 반도체 첨단 소재 기업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정의하면서 시장의 평가도 근본적인 변곡점을 맞게 됐다.

특히 두산에너빌리티(034020) 의 소형모듈원전(SMR) 및 가스터빈(전력), 두산로보틱스의 공정 자동화(로봇)에 반도체 소재가 결합하며 박정원 회장이 구상해온 ‘에너지·로봇·반도체’를 아우르는 ‘AI 인프라’ 기반이 완성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사업 재편의 핵심은 반도체 제조 공정 전반에 걸쳐 주요 단계가 연결되는 ‘수직 계열화’의 완성이다. 두산은 2022년 테스나(현 두산테스나)를 인수해 반도체 후공정 테스트 사업에 진출했고, 두산 전자BG를 통해 AI 가속기용 동박적층판(CCL)을 공급해왔다. 여기에 반도체 전공정의 출발점이자 국내 유일의 실리콘 웨이퍼 생산 기업인 SK실트론이 합류하면서 두산의 반도체 영토 확장은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두산은 ‘웨이퍼(소재)→동박적층판(기판)→후공정 테스트’로 이어지는 완결형 포트폴리오가 구축돼 반도체 밸류체인 내 존재감이 커졌다.

수직 계열화는 실질적인 사업 성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두산테스나가 쌓아온 국내 고객망과 실트론의 소재 공급력을 묶으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상대로 패키지 형태의 사업 제안이 가능해 가격 협상력이 강화될 것으로 본다. 김수현 DS투자증권 연구원은 “SK실트론 고객사는 삼성 비중이 27.7%, SK하이닉스 26.5%로 글로벌 최상위 메모리 업체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며 “단기 업황에 좌우되지 않고 고정 고객 기반과 반복 수요에 의해 구조적으로 높은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마진을 유지하는 사업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실트론은 지주사 두산의 자체 사업 부문의 하나로 편입될 가능성이 크다. 이를 통해 독보적 성과를 올리고 있는 전자BG와의 시너지를 높일 수 있다. 두산 전자BG는 AI 가속기 및 고성능 메모리에 필수적인 동박적층판 등 하이엔드 제품 수요에 힘입어 2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다. 여기에 연 매출 2조 원 규모의 실트론이 더해지면 반도체 부문은 두산에너빌리티·두산밥캣(241560) 에 이어 그룹의 이익 체력을 이끄는 핵심 주력 사업군으로 도약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번 인수는 ‘AI 인프라 생태계’를 두산 내에 완성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박 회장은 2016년 취임 후 2020년 회사가 채권단 관리 체제에 들어가는 위기에서도 사업 방향을 명확히 세워 그룹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했다. 그렇게 살아남은 에너지, 로봇, 전자 소재는 AI 산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 기반이다.

박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AI 기반 경쟁력을 갖춘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은 머지않아 완전히 다른 선상에 있게 될 것”이라며 전사적 AI 전환( AX)을 강조한 바 있다.

한편 인수 과정에서 손실 요인이 선제적으로 걸러진 점도 두산에는 긍정적이다. 올 1분기에만 541억 원의 손실을 낸 미국 실리콘카바이드(SiC) 웨이퍼 생산 법인 SK실트론CSS의 청산이 진행되면서 두산은 적자 부담을 덜고 수익성 높은 300㎜(12인치) 실리콘웨이퍼 본업의 가치만 온전히 취하게 됐다. 메리츠증권은 “청산 결정은 성장 옵션의 축소가 아니라 적자 사업을 정리해 본업의 가치를 부각하는 긍정적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두산은 향후 실트론 웨이퍼 사업이 연평균 7%대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2031년 실트론의 매출 목표를 약 3조 원으로 잡고 있다. 두산 관계자는 “실트론 인수로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게 됐다”며 “실트론은 상장하지 않고 안정적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두산 주주가치 제고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넘어야 할 산 또한 명확하다. 최대주주 변경 후 SK하이닉스를 비롯해 기존 SK실트론이 확보한 거래 관계를 얼마나 유지할지가 관건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SK하이닉스가 구매하는 웨이퍼 중 SK실트론 비중은 50% 안팎이다. 신규 증설 시 조(兆) 단위 투자가 요구되는 자본집약적 산업 특성을 관리하는 것 역시 두산의 숙제다.

한편 이번 매각으로 SK그룹은 사업 재편 작업을 대부분 마무리하게 됐다. SK는 비핵심 계열사를 정리하고 중복 사업을 합치며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760% 증가한 3조 6700억 원을 기록했고, 계열사 수도 2년 만에 219개에서 151개로 줄었다.

이번 딜에서는 최태원 SK 회장이 보유한 실트론 지분 29.4%는 제외됐다. 최 회장 지분은 과거 취득 과정에서 사익 편취, 배임 논란이 있어 이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경영권을 수반하지 않는 소수 지분이어서 SK 보유 지분과 동일한 가격을 적용하기 어렵고, 별도 프리미엄을 적용하면 특혜 논란이 재점화될 소지가 있어 가격 산정 자체가 민감한 문제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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