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상장지수펀드(ETF) 신탁의 단기 반복매매 과정에서 고객에게 불리한 선취수수료가 집중 적용돼 수수료 부담이 과도하게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은행이 고객의 투자 기간과 거래 성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불리한 수수료 방식을 권유했는지 점검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은행권 ETF 신탁 거래와 관련해 소비자경보 ‘주의’ 단계를 발령하고 투자자가 반드시 확인해야 할 유의사항을 30일 공개했다.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 5월까지 6개 주요 은행이 판매한 ETF 신탁 규모는 64조원, 거래 건수는 103만건에 달했다. 지난 5월 한 달간 판매액은 10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12월의 1조2000억원과 비교해 8.8배 증가했다.
거래 특성은 장기 투자보다는 단기 반복매매에 가까웠다. 평균 보유 기간은 42일에 불과했고 지난해 1월 이후 같은 고객이 ETF 신탁에 가입한 횟수는 평균 5.5회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서는 단기매매 성향이 더욱 강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거래의 94.6%가 가입 후 6개월 이내에 매도됐지만 수수료 방식은 단기 투자에 불리한 선취형이 91.7%를 차지했다.
선취수수료는 상품에 가입할 때 투자금의 1% 안팎을 한꺼번에 내는 방식이다. 반면 후취수수료는 해지 시점에 연 1% 안팎의 수수료를 실제 보유 일수에 따라 계산해 납부한다.
ETF 보유 기간이 짧을수록 후취수수료가 유리하며 투자 기간이 1년을 넘어야 선취수수료의 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아진다.
한 70대 투자자는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은행의 상장지수펀드(ETF) 신탁 상품에 1억원을 맡겨 수수료를 제외하고 7842만원의 수익을 거뒀다. 높은 수익을 냈지만 투자 과정에서 은행에 지급한 수수료만 1704만원에 달했다.
매수할 때마다 수수료를 내는 선취수수료 방식을 선택한 탓이다. 매도 시점에 실제 보유 기간만큼 수수료를 내는 후취수수료를 골랐다면 부담액은 56만원에 그치고 수익은 1억305만원으로 늘어날 수 있었다.
낮게 설정된 목표수익률도 잦은 매매와 수수료 증가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조사 대상 계좌 가운데 목표수익률을 5% 이하로 설정한 비중은 58.1%였다. 목표수익률이 3% 이하인 계좌는 20.8%, 1% 이하로 설정된 계좌도 1.1%에 달했다.
목표수익률이 지나치게 낮으면 수익 목표를 달성할 때마다 상품을 매도하고 다시 가입하는 거래가 반복될 수 있다. 이때 매번 선취수수료를 내면 투자자가 부담하는 비용도 빠르게 불어난다.
금감원은 “소비자가 목표수익률을 낮게 설정할수록 잦은 매매가 발생하고, 선취수수료 선택시 수수료 부담 증가 및 수수료 납부분에 대한 투자기회 상실로 손해가 가중되고 있다”고 짚었다.
해당 기간 6개 은행의 ETF 신탁 고객이 거둔 매각차익은 총 2조9100억원이었다. 은행이 벌어들인 신탁수수료 수익은 3948억원으로 고객 매각차익의 13.6%에 해당했다.
금감원은 “주가하락에 따른 손실 부담이 고객에게 귀속된 상태에서, 은행은 잦은 매매, 선취수수료 수취를 통해 고객이익의 14%를 수수료로 받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낮은 목표수익률과 선취수수료가 결합하면서 은행이 받은 수수료는 고객이 가장 유리한 방식을 선택했을 때보다 7.2배 많았던 것으로 분석됐다. 고객이 최적의 수수료 방식을 적용받았다고 가정하면 은행의 신탁수수료는 545억원 수준에 그쳤을 것으로 추산됐다.
금감원은 “고령층 등 투자 취약계층의 거래가 증가하는 가운데 단기매매 및 선취수수료 증가로 소비자의 수수료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에서 가입하는 ETF 신탁은 증권사를 통해 ETF를 직접 사고파는 것보다 신탁수수료 등 거래 비용이 더 많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짧은 기간 반복적으로 거래하는 투자자에게는 적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또 은행에서 판매하는 상품이라도 ETF 신탁은 예금과 달리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다. 은행 신탁 계좌에서는 증권사 계좌처럼 ETF를 실시간으로 거래하기 어렵다는 점도 가입 전 확인해야 한다.
금감원은 은행권과 관련 협회 등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꾸려 ETF를 포함한 신탁상품의 수수료 체계와 은행 내부 성과평가 지표, 판매 절차 전반을 개선할 계획이다.
선취·후취수수료를 비롯해 중도해지수수료와 매매수수료 등 신탁 수수료 체계를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고, 금융소비자의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대부분의 은행이 내부 성과평가에 반영하고 있는 ‘고객 투자수익률’의 산정 방식과 배점이 적절한지도 살펴본다.
금감원은 고객의 자산 수준과 연령, 투자 목적, 예상 투자 기간에 맞는 판매 전략을 마련하고, 일선 영업점에서도 이를 일관되게 적용할 수 있도록 판매 절차를 개선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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