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병’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만큼 부산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지역 소비도 활기를 띠고 있다. 부산병은 부산 여행 후 도시의 풍경과 감성을 잊지 못해 다시 찾고 싶어 하는 현상을 뜻한다. 특정 관광지를 넘어 지역 맛집과 뷰티숍, 카페 등 상권 전반으로 외국인 소비가 확산하는 모습이다.
맛집 찾아 줄 선 외국인들
업계에 따르면 식당 예약 플랫폼 캐치테이블 글로벌 앱에서 올 상반기 부산 지역 외국인의 식당 이용 건수는 예약과 웨이팅을 합쳐 전년 동기 대비 290% 증가했다. 특히 웨이팅 건수가 예약 건수보다 약 6배 많았는데, 이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사전 예약을 넘어 현장에서 직접 인기 맛집을 찾아가는 등 로컬 미식 경험에 적극적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캐치테이블 글로벌 앱은 한국 전화번호가 없는 외국인도 이메일로 손쉽게 가입할 수 있다. 구글맵 식당 예약 링크를 앱과 연동하고 국내 이용자들의 식당 리뷰를 실시간 번역해 제공하는 등 외국인 관광객들의 편리한 미식 여행을 지원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광안리가 650% 증가해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해운대와 서면·전포도 각각 240%, 190% 늘며 일제히 상승세를 나타냈다. 월별 예약 건수는 6월이 348% 증가하며 가장 많았다. 여름 성수기 시작과 함께 6월 12~13일 ‘BTS 월드투어 아리랑 IN 부산’ 공연이 열리면서 부산을 찾는 외국인이 크게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부산시에 따르면 BTS 공연 주간 공연장 인근 외국인 유동인구는 전주 대비 약 342% 급증했고 지출도 115%가량 늘었다.
242만 외국인, 부산에서 지갑 열었다
올해 상반기 부산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총 242만 629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9% 증가했다. 상반기 전체 방한 외국인(1071만 명) 5명 중 1명이 부산을 찾은 셈이다. 국가별로는 중화권인 대만과 중국 관광객이 각각 47만 7606명, 46만 8876명으로 1·2위를 차지했다. 일본(29만 1141명), 미국(21만 9147명), 필리핀(9만 3061명)이 뒤를 이었다.
외국인의 씀씀이도 커졌다. 한국관광공사 분석 결과 올 상반기 부산의 외국인 신용카드 지출액은 591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3% 증가했다. 전국 평균 증가율(55%)을 웃도는 수치다. 지난해 해운대구(32.7%)에 쏠렸던 지출도 올해는 부산진구(26.7%)와 해운대구(25.9%), 기장군(13.6%) 등으로 분산되며 외국인 소비가 지역 상권 전반으로 확산하는 흐름을 보였다.
올영·카페 필수 코스로
뷰티 업계에서도 외국인 특수가 뚜렷했다. CJ올리브영의 올 상반기 부산 지역 외국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2%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4월 문을 연 올리브영의 자체 건강 간식 브랜드 매장 ‘딜라이트 프로젝트 해운대점’은 외국인 비중이 오픈 초기 60%에서 최근 70%까지 확대됐다. 부산에서만 운영되는 이곳은 씨앗호떡 달고나, 해운대 빨미까레 기프트 컬렉션 등 부산 특화 상품도 출시해 매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관광 명소에 위치한 카페도 외국인 관광객의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다. 부산 지역 148개 스타벅스 가운데 중화권 관광객이 주로 사용하는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 위챗·알리페이 결제가 가장 많이 이뤄지는 스타벅스 해운대 엑스더스카이점의 경우, 올 상반기 해당 간편결제액이 전년 동기 대비 약 68% 늘었다. 이 매장은 해운대와 광안대교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과 매장 한정 굿즈를 앞세워 수요를 이끌고 있다.
부산역 앞에 위치한 던킨 부산역라마다점은 지역 특화 메뉴로 광안리 소금우유 크림도넛과 남포동 씨앗호떡 츄이스티, 삼진어묵과 협업한 고로케 도넛 등을 판매하며 매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파스쿠찌 역시 광안리와 서면에 젤라또 특화 매장을 운영하며 관광 상권 수요를 공략하고 있다. 지상 4층 규모의 센트로광안리점은 올 상반기 방문객 수가 전년 동기 대비 약 13%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인들의 부산 관광이 유명 관광지를 둘러보는 단순 방문형에서 지역의 미식과 특화 공간을 직접 경험하는 체류형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부산의 일상과 지역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상권까지 관광 동선에 포함되면서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 영역도 자연스럽게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