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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국 아닌 근대의 시작…다시 만난 대한제국

30.07.2026 1분 읽기

국립중앙박물관이 사실상 ‘대한제국 역사 바로 세우기’에 나섰다. 박물관 내 대한제국실의 전면 개편을 통해서다. 그동안 대한제국 시기는 ‘구한말’이라고 불리면서 잊고 싶은 역사로 취급받았다. 일제강점기로 이어진 시기라는 이유로 ‘망국의 과정’으로 인식한 견해가 적지 않았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30일 대한제국실 재개관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국립박물관의 전시는 국정교과서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면서 “박물관 전시를 통해 대한제국이 스스로의 노력으로 시대적 전환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은 근대의 출발을 제대로 살피기 위한 중요한 과정”이라고 말했다.

국립중앙박물관 대한제국실은 박물관 상설전시장 입구 왼쪽에 자리하고 있다. ‘조선3 전시실’이 끝나는 곳에 ‘대한제국실’이라는 안내판을 선명하게 내걸었다. 기존에는 조선실과 대한제국실의 구분이 불분명해서 마치 대한제국이 조선말의 한 시기처럼 인식됐다.

전시는 국새 ‘칙명지보’(勅命之寶)와 데니 태극기, 안중근 의사 유묵 ‘용공난용연포기재’ 등 보물 7점을 포함해 총 65점의 자료로 대한제국의 면면을 비춘다. 박물관 측은 “조선 왕조가 근대 주권 국가로 탈바꿈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대한인’(大韓人)이라는 정체성에 주목했다”고 소개했다.

개편된 대한제국실 입구에는 황색 곤룡포를 입고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고종 어진(임금의 초상화)이 있는데 약 7년 만에 수장고에서 나와 관람객과 만난다. 초상화가로 이름 높았던 채용신(1850∼1941)이 그렸다고 전하는 그림이다. 대한제국 황제 즉위식 과정을 담은 ‘대례의궤’도 함께 소개한다.

이어 서양식 예복에 착용한 예검, 당시 각국이 설치한 공사관이 표시된 1902년 한성 지도 등이 눈길을 끈다. 1905년 일제가 대한제국 외교권을 박탈한 을사늑약이 강제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어 저항한 민영환(1861∼1905) 관련 유물, 안중근(1879∼1910) 의사의 글씨도 주목할 만하다.

‘용공난용연포기재’(庸工難用連抱奇材)라고 적힌 유묵은 1910년 안 의사가 뤼순 감옥에서 순국하기 전 쓴 것이다. ‘서투른 목수는 아름드리 좋은 목재를 다루기 어렵다’는 뜻으로, 나라를 잘 다스릴 수 있는 인재를 기용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고종의 외교 고문으로 활동한 미국인 오언 데니(1838∼1900) 유족이 기증한 ‘데니 태극기’는 1890년대 제작돼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태극기로 알려져 있다.

이번 전시에는 1996년 조선총독부 청사 건물을 철거할 때 발견된 상량문 및 초석(머릿돌) 은판 등 2점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근대 문물인 전등과 대한제국 황실의 상징인 이화문을 담은 OLED 영상,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영상 등 최신 기술을 더한 점도 돋보인다.

대한제국을 새롭게 강조하면서 자연스럽게 조선말과 일제강점기를 제대로 정리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실제 ‘조선3 전시실’에서 약간의 조정이 있었다. 유 관장이 기증한 ‘박영효·김가진 유묵 병풍’이 새로 전시됐는데 두 사람은 조선말 개화파였다가 대한제국 시기에 갈라졌다. 박영효(1861∼1939)는 ‘친일’로 변절했고, 김가진(1846∼1922)은 ‘독립운동’에 헌신했다. 일제강점기 별도 전시실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지만 공간 부족 문제로 향후 상설전시장 2관이 세워지면 추진할 예정이라고 박물관 측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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