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높은 주거비를 감당하기 어려워진 청년들이 경기, 충청권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반도체 경기 호황으로 양질의 일자리가 있고 상대적으로 주거비 부담이 낮은 지역으로 주거 수요가 이동한 결과다.
29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6년 6월 국내인구이동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읍·면·동 경계를 넘어 거주지를 옮긴 이동자는 48만 1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0.6%(3000명) 증가했다. 이는 6월 기준으로 2021년(54만 4000명)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데이터처는 4∼5월 주택 매매량이 13만 600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3% 늘어난 영향이 6월 이동 증가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했다.
지역별로는 경기도, 충청권으로의 유입 현상이 두드러졌다. 경기도는 5161명이 순유입돼 전국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끌어들였다. 이어 인천(2229명), 충북(863명), 충남(786명), 강원(445명) 등이 순유입을 기록했다. 반면 서울은 5697명이 순유출되며 전국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빠져나갔다. 부산(-1149명), 대구(-822명), 광주(-792명), 울산(-456명) 등도 인구가 순유출됐다.
올 상반기 기준으로도 비슷한 흐름이었다. 경기(2만 3337명), 인천(8182명), 충북(6214명) 등이 순유입을 기록했고 서울은 1만 2304명이 빠져나가면서 전국에서 가장 큰 순유출 규모를 나타냈다.
이동을 주도한 건 청년층이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이동자는 30대가 34만 3000명으로 가장 많았고 20대도 32만 5000명에 달했다.
청년층의 이동 배경에는 주거비 문제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의 집값과 전월세 부담이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주거비가 저렴한 경기·인천 ·충청으로 거주지를 옮기는 수요가 이어진 것이다. 이에 대해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서울 내 부동산 공급 부족과 집값 상승으로 청년들이 서울에서 주거할 수 있는 집이 사라지면서 경기권으로 밀려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더해 경기 남부, 충청권을 중심으로 첨단산업 투자가 확대되면서 청년들이 일자리를 따라 이동한 영향도 있다. 용인 국가산업단지와 평택 반도체 클러스터, 화성·이천, 충북 청주, 충남 아산 등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대규모 생산시설과 협력업체가 집적돼 있어 신규 고용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서울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주거비와 직주근접 여건이 맞물리며 청년층을 끌어들이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도 이날 발표한 ‘지역경제보고서’를 통해 경기도를 중심으로 한 수도권과 충청권의 경기가 개선됐다고 분석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수도권은 인공지능(AI) 서버용 메모리 수요 확대에 따른 반도체 호황으로 올해 상반기 제조업 생산이 지난해 하반기에 이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충청권도 반도체, 전기 장비 등 제조업이 호조를 보이면서 역시 경기 개선세가 지속됐다. 건설업은 중동 사태에 따른 비용 상승 등으로 부진했지만 반도체 경기 호황이 이를 상쇄했다고 봤다.
한은은 이러한 성장세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수도권과 충청권을 중심으로 반도체 공장 증설과 공공 인프라 착공 등이 이어지면서 제조업과 건설업이 상반기보다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민수 한은 조사국 지역경제조사팀장은 “수도권은 반도체, 동남권은 자동차와 조선, 호남권은 철강 및 반도체, 강원권은 의료기기·의약품 등을 중심으로 개선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서울의 높은 주거비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운 데다 수도권·충청권 중심의 첨단산업 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청년층의 이동 역시 당분간 일자리와 주거 여건을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허정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1인 가구 등은 물론 신혼부부 청년들 서울의 높은 전월세 가격 때문에 경기·충청권에서 집을 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청년층의 서울 순유출과 경기·충청권 순유입 확대 흐름은 앞으로도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