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 프로젝트의 첫 사업으로 액화천연가스(LNG) 복합 화력발전소를 검토하게 된 핵심 이유는 미국의 전력난이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 등에 따라 전력수요가 급등하면서 전기요금까지 치솟자 가장 빠르게 전력난을 해소할 수 있는 LNG 발전소에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한국이 미국의 전력 수요 기업과 직접 전력 구매 계약(PPA)를 맺으면 안정적인 수익을 벌어들일 수도 있다.
미국의 전력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30년 미국 내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지난해의 2배 규모인 426TWh(테라와트시)에 달해 미국 전체 전력 수요의 9%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데이터센터를 24시간 가동할 안정적인 전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발전소 부족, 송전망 병목, 전기 요금 상승 등 각종 부담 요인이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전력망 여건이 상대적으로 양호해 미국 데이터센터 용량 중 약 42%가 쏠린 텍사스주와 버지니아주 역시 전력 확충 부담을 떠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텍사스주 소재 데이터센터 인근에 LNG발전소를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선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텍사스는 태양광과 풍력 등 에너지원이 비교적 풍부한 지역으로 분류되지만 전력계통 균형과 송전망 설치 등을 감안하면 가장 빠른 시일 내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LNG 발전소가 최적의 대안으로 지목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텍사스는 2021년 2월 유례 없는 한파와 대정전으로 250여명이 사망하는 최악의 에너지 참사를 겪은 지역이기도 하다.
여기에 데이터센터를 안정적으로 가동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는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나 원자력발전보다 LNG발전이 더 유리하다는 점도 양국이 화력 발전을 추진하게 된 배경으로 꼽힌다. 해가 뜰 때만 전기를 만드는 태양광 발전은 24시간 전력이 필요한 산업 시설에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연계해도 하루 중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시간은 최대 18시간 가량에 그친다. 원전의 경우 신규 원전을 건설하는 데만 8년 이상이 걸려 당장 급증하는 수요를 해소하기가 어렵다. 한국 역시 광주 메가팹에 LNG 발전소를 우선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양국은 텍사스주 소재 LNG발전소 건설 사업뿐만 아니라 다른 LNG 건설 사업 및 원전 사업 등 복수의 에너지·자원 프로젝트를 속도감 있게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20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 프로젝트의 연간 집행액 한도는 200억 달러지만 투자 계획 자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느 2029년 1월 말까지 모두 발표해야 하기 때문이다. 투자 집행금이 한 번에 몰리는 일을 막으려면 올해 최소한 이번과 유사한 규모의 투자를 2~3건 더 진행해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 정부는 LNG 발전 설비 외에도 원전, 소형모듈원전(SMR) 등 인프라 산업을 중심으로 몇몇 투자 프로젝트에 대한 막판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