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생산연령인구는 39만 3000명 감소했다. 부산 해운대구 주민 전체가 통째로 사라진 것과 맞먹는 규모다. 고령화와 저출생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일할 수 있는 인구가 급격히 소멸하고 있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의 속도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14%에서 20%로 높아지는 데 불과 7년이 걸렸다. 일본은 같은 문턱을 넘는 데 12년, 이탈리아는 20년, 독일은 36년이 걸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을 회원국 가운데 고령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국가로 평가했다.
생산연령인구 감소와 고령인구 증가의 격차는 이미 뚜렷하다. 15~64세 인구는 2020년 3728만 8000명에서 지난해 3587만 명으로 5년 동안 141만 8000명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65세 이상 인구는 828만 7000명에서 1072만 3000명으로 243만 6000명 늘었다.
이 같은 인구구조 변화는 경제의 성장 동력을 떨어뜨린다. 일할 사람이 줄어 노동 투입이 감소하면 잠재성장률이 낮아지고 세수와 사회보험료 기반도 약해진다. 노동력 감소로 기업의 투자 수익성까지 낮아질 경우 자본 투입과 기술 혁신이 함께 둔화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생산연령인구 감소로 노동 투입의 성장 기여도가 2030년을 전후해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했다. 총요소생산성이 최근 10년간의 추세를 이어갈 경우 잠재성장률은 2030년 1%대 초반으로 낮아지고 2040년대에는 0% 안팎까지 떨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구조 개혁이 지체되면 역성장 진입 시점도 2040년대 초반으로 앞당겨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재정 압력도 갈수록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료와 세금을 낼 인구는 줄지만 연금·의료·요양 수요는 빠르게 늘기 때문이다. OECD는 2024년 한국경제보고서에서 한국의 건강·장기요양·연금 관련 재정 부담이 2배 이상 증가해 2060년 국내총생산(GDP)의 17.4%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성장률 하락으로 세입 기반까지 약해지면 고령층 관련 지출을 감당할 재정 여력은 더 빠르게 줄어들 수 있다.
관건은 줄어드는 노동력을 생산성 향상으로 얼마나 보완하느냐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AI)과 로봇을 제조업뿐 아니라 유통·숙박·음식·돌봄 등 서비스업 전반으로 확산해 근로자 한 명이 만들어내는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제언한다. 기술 도입과 함께 교육·직업훈련을 강화해 산업 현장의 인력 수요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령층이 주된 일자리에서 조기에 밀려난 뒤 저임금 일자리로 이동하는 구조도 바꿔야 한다. 한국의 65~69세 고용률은 2024년 57%로 OECD 평균인 26%의 2배를 웃돈다. 고령층이 오래 일하고는 있지만 상당수가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한 뒤 임금과 고용 안정성이 낮은 일자리로 옮겨간다. 고용률은 높지만 일자리의 질은 충분히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고령층의 계속고용을 확대하려면 단순히 정년만 늘리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연공서열형 임금체계를 그대로 둔 채 고용 기간만 연장할 경우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커지고 청년 채용이 위축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고령자 고용을 늘리되 청년 노동시장과 급변하는 산업구조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일본처럼 70세까지 계속 일할 수 있도록 고용 체계를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령층의 계속고용만으로 생산연령인구 감소를 모두 메우기 어려운 만큼 외국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정착시키는 정책도 병행해야 한다. 지난해 15~64세 외국인은 188만 3000명으로 전년보다 5만 명 증가했다. 외국인 증가분이 내국인 생산연령인구 감소분의 11%가량을 메웠다.
농어촌과 제조업 밀집 지역에서는 외국인이 지역 노동시장을 떠받치는 핵심 인력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전체 인구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10%를 넘은 시군구는 전국 229곳 중 12곳이었다. 전남 영암군은 주민의 19.8%가 외국인으로 5명 중 1명꼴이었고 충북 음성군은 17.7%, 경기 안산시는 13.4%에 달했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인구의 숫자뿐 아니라 질적 특성과 산업구조의 변화까지 함께 고려해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