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내년 고객사에 투입된다. 아틀라스가 현대차(005380) 그룹의 ‘울타리’를 넘어 타 기업에 인도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그룹은 아틀라스에 표정이나 손짓 등 비언어적 표현을 능숙하게 구사할 수 있는 역량까지 탑재해 상용화에 속도를 붙일 계획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로보틱스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는 22일(현지 시간) 웨비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아틀라스 기술 개발 현황 및 납품 계획을 공유했다. 웨비나에는 아틀라스 제품관리팀을 이끈 마리오 볼리니 인간·로봇 상호작용 담당과 리랜드 헤플러 수석 디자이너가 연사로 참석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이 자리에서 내년 글로벌 기업에 아틀라스를 납품해 첫 번째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모기업인 현대차그룹의 제조 데이터를 통해 육성한 아틀라스를 낯선 산업현장에 투입해 새로운 데이터를 학습시키고 상용화 역량을 끌어올리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현장에 투입된 아틀라스 한 대가 새로운 조작 능력을 익히면 이 역량이 같은 사업장에 있는 다른 모든 아틀라스에게도 자동으로 적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어 능력과 직접 연관된 데이터를 공유해 아틀라스의 생산능력과 안전성을 빠르게 끌어올리려는 것이다. 볼리니 담당은 “특정 고객사가 보유한 모든 아틀라스 로봇은 일종의 집단지성을 갖게 된다”면서 “아틀라스 한 대가 조작 능력을 개선하거나 특정 방식으로 행동을 해야 한다는 점을 배우면 이 역량이 해당 고객사의 모든 로봇에 자동으로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아틀라스가 비언어적 표현을 능숙하게 구사할 수 있도록 해 인간이 예측 가능한 로봇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현장 작업자와 아틀라스 간 안전거리를 2m로 설정했을 때, 이 범위 안으로 작업자가 오면 아틀라스는 몸을 돌리고 작업자를 향해 조명을 깜빡여 경계 신호를 보낸다. 거리가 더 가까워지면 아틀라스는 들고 있던 짐을 바닥에 내려놓아 안전사고를 사전에 예방한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아틀라스가 정보를 처리하기 위해 멈춰 서 있을 땐 머리를 긁적이는 동작도 해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고장이 나서 멈춘 게 아니라는 신호를 작업자에게 보내는 것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이 같은 비언어적 기능에 공을 들이는 것은 아틀라스를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로봇을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안전이 중요한 산업현장에서 로봇이 어떤 행동을 할지 예측할 수 없다면 이를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아틀라스 조작 형태와 관련해 음성인식뿐만 아니라 휴대용 컨트롤러를 이용한 원격 조작 방식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소음이 심한 제조현장에서 아틀라스를 보다 정밀하게 조작하기 위해서다. 볼리니 담당은 “시끄러운 환경에서 작업자가 누군가 ‘멈춰’라고 외쳤을 때 로봇은 반드시 멈출 수 있어야 한다”면서 “안전과 관련된 모든 것은 확실하게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현대위아를 통해 물류로봇과 무인 지게차 등 자동화 설비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현대위아는 로봇 사업에 중장기적으로 40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는 현대위아의 지난해 로봇 관련 매출 2500억 원의 1.6배에 달하는 자금으로 현대차그룹이 발표한 영남권 투자 계획과는 별개다. 투자금은 창원공장 등에 로봇 생산 시설을 구축하고 자동화 기술 초기 확보를 위한 AI 스타트업에 대한 전략적 투자 등에 쓰일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스턴다이내믹스에 이어 현대위아의 기술력이 궤도에 오르면 현대차그룹으로서는 ‘인공지능 전환(AX) 팩토리’를 구현할 수 있는 주요 로봇을 고객사에 통합 제공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