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시대의 글로벌 주도권 선점을 위한 SK그룹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5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엔비디아와 총 5000억 달러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메모리반도체 장기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29일 발표될 2분기 성적표도 영업이익 64조 원이 예상되는 등 쾌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같은 역사적 대전환기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사적 분쟁이 걸림돌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서울고법은 지난주 이혼 재산 분할 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9440억 원을 현금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심(665억 원)보다 늘었지만 2심(1조 3800억 원)보다는 줄어든 규모다. 양측은 다음 달 7일까지 재상고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현재 시가총액 1300조 원으로 성장한 SK는 특정인의 노력이나 기여만으로 만들어진 기업이 아니다. 임직원 수만 명의 피와 땀, 협력 업체와 투자자들의 신뢰, 국가의 지원 등이 어우러져 빚어낸 결과다. 9년가량 긴 소송을 이어왔고 정상적 부부 생활이 2006년 무렵 사실상 끝난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두 사람이 사적 분쟁을 더 길게 끌어가는 것은 소모적인 측면도 있다. 국가 경제와 기업의 미래를 생각해 최 회장과 노 관장이 분쟁을 마무리할 때가 됐다는 의견이 이어지는 이유다.
한국 반도체 산업은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용인·호남 반도체 프로젝트 등 국가 차원의 대규모 투자 계획이 본격화됐지만 중국 등의 추격이 위협적이다. 실제로 27일 중국 반도체 자립의 첨병으로 일컬어지는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상하이 증시에 상장돼 단박에 시총 1위에 올랐다. 일본도 TSMC 유치 등을 통해 반도체 재건에 사활을 걸었다. 앞으로 글로벌 반도체 전쟁이 얼마나 더 격해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 점에서 최 회장은 기업 총수로서 AI와 반도체 시대를 이끌 책무가 있다. 전직 대통령의 자녀인 노 관장 역시 그간 다져온 문화예술계 자산을 바탕으로 사회 공헌에 힘쓰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K반도체와 SK가 초격차 경쟁력을 키워갈 수 있도록 두 사람의 성숙한 결단을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