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권
논설위원
‘돈 선거’ ‘조직 선거’는 금품·단체를 암암리에 동원해 표심을 왜곡·조작하는 후진적 정치 풍토다. 우리나라는 이를 막고자 1960년대부터 정치자금에관한법률(현 정치자금법)과 정당법을 만들었다. 1994년에는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현 공직선거법)을 마련했다. 이로써 공직 후보 지출 비용 중 일부나 전부를 국가 예산으로 부담하는 선거공영제 등이 도입됐다.
그럼에도 선출직 도전에는 많은 비용과 인력이 소요된다. 지난달 치러진 제9회 지방선거에서 시도지사 후보 1인당 선거 비용은 평균 9억 4000만 원이었다. 7회 지선(약 7억 6000만 원), 8회 지선(9억 원)보다 크게 늘어난 금액이다. 대통령선거 비용도 마찬가지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대선 지출 합산액은 2025년 985억 원까지 치솟았다. 이대로면 양당의 차기 대선 지출액이 총 1000억 원을 돌파할 수 있다.
선거공영제에 기대서 펑펑 쓴 돈은 당선무효 시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2022년 대선 당시 국민의힘 후보였던 윤 석열 전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1심 재판부가 27일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이 같은 당선무효형이 최종심에서 확정되면 국민의힘은 혈세로 보전받은 대선 비용 39 7억 원을 돌려줘야 한다. 앞서 민주당은 434억 원의 선거 보전 비용을 반환할 위기에 처했다가 모면하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022년 민주당 대선 후보 당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다가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아서다.
공직 선거든, 당내 경선이든 비용 대부분은 지지층을 모으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그 부담을 줄이려다가 특정 단체의 불법 조력 유혹에 넘어가는 정치인도 적지 않았다. 과거 통일교의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개입 의혹에 이어 최근 민주당 차기 당 대표 후보 경선을 앞두고 종교단체 신천지 관여 의혹이 불거졌다. 이는 진위 여부를 떠나 여전히 돈 선거, 조직 선거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한 우리 정치의 현주소를 되돌아보게 한다. 정당과 선거제도의 개혁이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