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도시재생 사업이 단기간의 시설 조성과 방문객 수 확대에 치중하면서 장기적인 지역 변화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유럽처럼 도시 이미지와 공동체, 주민 삶의 질 변화를 함께 평가하고 사업 종료 이후의 운영 체계까지 초기 단계부터 설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임진명 영국 시티세인트조지스런던대 문화·창의산업센터 연구원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은 도시재생 성과를 짧은 기간 안에 물리적 지표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지만 유럽의 우수 사례는 대부분 장기적인 사회 변화까지 함께 살핀다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유럽은 1970~1980년대 철강·석탄·섬유산업 쇠퇴로 도시 침체를 먼저 겪었다. 1990년 유럽 문화 수도로 지정된 영국 글래스고는 조선업 중심지였던 클라이드강 일대에 문화시설을 조성해 도시 이미지를 바꾸고 관광객과 투자를 끌어들였다. 이후 스페인 빌바오와 벨기에 몽스 등으로 문화 기반 도시재생이 확산됐다. 외부 성공 모델을 그대로 옮기기보다 지역의 역사와 산업·문화적 정체성에서 출발한 것이 특징이다.
반면 한국의 도시재생 사업은 통상 3~5년 단위로 추진된다. 조성 공간 수와 방문객, 사업비 집행률 등 단기 성과를 중시하다 보니 시설 건립에 집중되고 사업 종료 후 운영은 뒷전으로 밀리기 쉽다. 유럽이 관광 수입뿐 아니라 주민의 자부심과 공동체 연결감, 청소년 문화 참여, 삶의 질까지 장기적으로 추적해 지원을 이어가는 것과 대비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중심의 사업 구조도 한계로 꼽힌다. 행정이 주도하면 지역의 장기적 변화보다 임기 안에 보여줄 수 있는 시설과 행사에 무게가 실릴 가능성이 크다. 민간과 주민이 사업 기획과 운영에 지속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면 지원이 종료된 뒤 공간이 방치되거나 기존 프로그램이 중단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임 연구원은 “무엇을 측정하느냐가 결국 무엇을 만들지를 결정한다”며 “성과 지표가 물리적이면 사업도 물리적 결과에 수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권이나 단체장이 바뀌어도 사업을 이어갈 독립 운영조직과 전문 인력, 다년도 재원 약정이 필요하다며 “시설 조성과 함께 누가, 어떤 재원으로, 얼마나 오래 운영할지를 사업 초기부터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