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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정책은 다음 세대와의 약속…공교육 경쟁력부터 회복해야”

27.07.2026 1분 읽기

김현수

논설위원

인공지능(AI)이 교육의 판을 바꾸고 있다. 학생들은 생성형 AI로 과제를 하고 사교육 시장은 AI 기반 맞춤형 학습과 입시 컨설팅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공교육은 수십 년간 축적한 교육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채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학령인구 감소와 교육 예산의 불균형을 이유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논의도 거세지고 있다. 교육정책 전문가인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27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AI는 교사를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공교육의 경쟁력을 되살릴 수 있는 도구”라며 “교육 개혁의 출발점은 국민이 학교를 다시 믿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 교수는 “학교와 대학이 축적한 공공데이터를 AI와 결합해 맞춤형 학습과 진로 설계를 지원하고 교육재정도 미래 교육에 맞게 재설계해야 한다”며 “교육은 정권의 정책이 아니라 국가의 장기 프로젝트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 개혁은 어디서부터 풀어야 하나.

△공교육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가장 먼저다. 교육은 최소 10년, 길게는 한 세대를 내다보고 설계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과정과 입시제도를 손질해왔다. 학부모들이 학교보다 정책 변화부터 걱정하는 이유다. 교육은 정부의 단기 성과를 위한 사업이 아니라 국가의 장기 시스템이다. 정권이 바뀌어도 교육의 큰 방향만큼은 흔들리지 않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AI는 교육의 적인가, 동반자인가.

△AI가 대체해야 할 것은 교사가 아니라 교사의 반복 업무다. 학생 30명의 보고서를 교사가 일일이 읽고 점검하려면 몇 시간이 걸리지만 AI를 적절히 활용하면 반복적인 검토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교사는 절약한 시간을 학생의 학습 수준과 진로, 정서 상태를 세밀하게 살피는 데 쓸 수 있다. AI는 교사의 전문성을 약화시키는 기술이 아니라 교사가 학생에게 더 집중하도록 돕는 도구다. 물론 AI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교사가 검증하고 책임지는 체계가 전제돼야 한다.

-AI가 교육의 본질도 바꿀까.

△AI는 어디까지나 도구일 뿐 교육의 본질을 바꾸지는 못한다. 과거 정부마다 정보통신기술(ICT) 교육, 창의교육, 융복합교육 같은 구호를 내세웠지만 결국 교육은 창의성과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일로 귀결된다. 학생이 스스로 질문을 만들고 자료를 검토해 답을 찾아가는 기본 틀은 달라지지 않는다. 스탠퍼드대에서도 AI 시대 대학 교육의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기초학문과 사고력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AI 시대일수록 기본기가 더 중요해진다.

-사교육이 계속 커지는 이유는.

△입시 경쟁은 어느 나라에나 있다. 우리나라 사교육이 유독 큰 이유는 경쟁보다 불확실성 때문이다. 정책이 자주 바뀌고 입시 정보는 학교보다 사교육 시장에 더 빠르게 축적된다. 학부모는 불안할수록 학원을 찾는다. 사교육을 없애겠다는 접근보다 학교가 정확한 정보와 충분한 진로 상담을 제공해 불안 때문에 사교육을 찾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현실적인 해법이다.

-사교육을 줄일 현실적인 해법은.

△학생과 교육에 관한 가장 많은 데이터를 가진 곳은 학교와 대학이다. 대학 입시 자료는 대학과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보유하고 있고 학생들의 학습 이력은 나이스에 축적돼 있다. 지금은 이 정보들이 기관별로 흩어져 학생과 학부모에게 제대로 제공되지 않는다. 데이터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면 학생의 학업 수준과 적성·진로를 훨씬 정교하게 분석할 수 있다. 학교가 학생별 학습·진학 정보와 선택 가능한 경로를 제공하면 학원이 독점해온 입시 컨설팅도 상당 부분 공교육으로 가져올 수 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논란이 크다.

△내국세의 20.79%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배정하는 비율을 당장 조정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학령인구 감소와 경제·사회구조 변화를 고려하면 배분 방식과 사용처는 개편해야 한다. 영유아교육과 대학·평생교육으로 투자 범위를 넓히고 AI 기반 맞춤형 학습, 진로 상담 인력, 고교학점제 운영 기반 등 교육의 질을 높이는 분야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얼마를 쓰느냐보다 어디에 투자하느냐다.

-고교학점제는 왜 흔들리나.

△제도 자체가 잘못됐다기보다 운영 기반 없이 시작한 것이 문제다. 미국은 학생마다 카운슬러가 과목 선택과 진로를 함께 설계한다. 반면 우리는 담임교사가 수업과 생활지도, 행정 업무까지 맡는다. 이런 구조에서 학생들의 과목 선택을 제대로 지원하기 어렵다. 학교마다 개설 과목과 교원 여건도 달라 학생의 선택권이 지역과 학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제도만 들여오고 이를 뒷받침할 상담 인력과 공동교육과정 같은 기반은 마련하지 못한 것이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성공할까.

△지방 거점 국립대를 키우겠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예산만 늘린다고 경쟁력이 생기지는 않는다. 국공립대의 경직된 행정과 연공서열식 보상체계, 내부 기득권부터 바꿔야 한다. 중국 대학들은 필요한 인재에게 파격적인 보상과 연구 자율성을 제공하는 반면 우리는 우수 인재를 유치하겠다면서도 복잡한 절차와 획일적인 기준을 적용한다. 성과에 따라 보상받고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지 못하면 ‘서울대 10개’는 이름만 바꾼 재정 지원 사업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지방대를 살릴 현실적 방안은.

△학생이 ‘가고 싶은 대학’을 만들어야 한다. 수도권 대학과 지방 대학이 교육과정을 공유하고 공동 학위나 복수 학위를 운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지역 기업·연구기관과 연계해 대학에서 배운 지식이 취업과 창업으로 이어지는 경로도 보여줘야 한다. 계약학과가 모든 문제의 정답은 아니다. 지금 유망한 반도체 등 첨단산업이 학생이 졸업하는 4~6년 뒤에도 같은 규모의 고용을 보장할지는 알 수 없다. 대학은 변화하는 산업에 적응할 기초 역량과 융합 능력을 키우는 곳이어야 한다.

-교권 위기, 교권 보호에 대한 논의는.

△위기라기보다는 혼란기다. 교사가 어디까지 학생을 지도하고 훈육할 수 있는지 경계가 모호해졌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학부모들이 온라인 수업 등을 통해 교사의 수업을 직접 접했고 교사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교사 입장에서는 학생을 지도하다 민원이나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부담이 크다. 그렇다고 교권보호국이란 조직을 만든다고 문제가 해결될까. 교사의 권한과 책임, 학생의 권리, 학부모의 역할을 사회적으로 다시 정립하는 동시에 교사가 불필요한 행정과 분쟁 대응에 소진되지 않고 교육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학교의 업무 구조도 바꿔야 한다.

-학교 조직이 바뀌어야 하나.

△학교에서 가장 기피하는 업무가 생활지도와 학교폭력, 정보·성적 관리인데 경험 많은 교사보다 신규 교사나 전입 교사가 이런 업무를 맡는 경우가 많다. 가장 어려운 일을 가장 경험이 적은 사람에게 맡기는 구조다. 교육에 대한 열정을 안고 학교에 들어온 교사가 첫 업무부터 민원과 행정에 부딪혀 지치게 된다. 학교폭력과 법률 대응, 정보 관리 등은 별도 전문 인력이 맡고 교사는 수업과 학생 지도에 더 많은 시간을 써야 한다. 교사의 전문성을 수업과 상담에 집중시키는 것이 공교육 경쟁력 회복의 출발점이다.

-영유아 사교육 해법은.

△규제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자녀가 한두 명인 시대에 부모들은 아이에게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해주려 한다. 영어유치원과 각종 조기교육도 결국 뒤처질지 모른다는 불안에서 시작된다. 시험을 금지한다고 불안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영유아 단계부터 공공 교육과 돌봄의 질을 높이고 아이의 언어·인지·정서 발달을 객관적으로 진단해 부모에게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부모가 ‘굳이 사교육에 가지 않아도 된다’고 느낄 만큼 공교육이 믿음을 줘야 한다.

-학교 규율의 지향점은.

△학교 규율의 목적은 처벌이 아니라 책임을 가르치는 데 있다. 학생이 왜 그런 행동을 해서는 안 되는지 이해하도록 만드는 것이 교육이다. 혐오 표현이 공동체에 어떤 상처를 주는지 반복적으로 가르쳐야 한다. 휴대폰도 무조건 금지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 AI 시대 학교의 역할은 기술을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르게 사용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데 있다.

-앞으로 10년 교육에 필요한 것은.

△새로운 제도를 만드는 것보다 교육의 방향을 흔들지 않는 일이 더 중요하다. 교사가 행정과 민원에서 벗어나 학생과 수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학교 조직부터 바꿔야 한다. 학교와 대학이 축적한 공공데이터를 AI와 연결해 학생 개개인에게 맞춤형 학습과 진로 정보를 제공하는 체계도 구축해야 할 것이다. 정권이 바뀌어도 교육과정과 입시의 큰 원칙은 유지된다는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는 일도 시급하다. 교육은 하루아침에 성과가 나타나는 정책이 아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가 사회에 나가기까지는 10년이 넘는 시간이 걸린다. 그 시간을 책임지는 것이 교육의 본질이다. 교육은 한 정권의 정책이 아니라 다음 세대와 맺는 국가의 약속이어야 한다.

He is.

1968년 경기도 김포에서 태어나 인천 선인고와 고려대 교육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교육정책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사회부총리 초대 사회정책자문위원장 등을 역임했고 현재 한반도선진화재단 미래교육연구혁신연구회 회장, 한국대학교수협의회 상임위원장, 교육데이터분석학회 회장 등을 맡고 있다. 2023년 수능 영어 23번 지문 유출 사태를 계기로 사교육 카르텔 문제를 제기하며 교육 시민단체인 ‘반민특위(반민심 사교육 카르텔 척결 특별조사 시민위원회)’ 출범을 주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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