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종합부동산세 과세 축을 주택 수에서 합산가액으로 옮기려는 배경에는 현행 제도가 ‘똘똘한 한 채’ 선호를 부추겼다는 판단이 자리 잡고 있다. 보유 주택의 총가액이 같아도 주택 수에 따라 세율과 공제 혜택이 크게 달라지는 구조를 바로잡아 보유 자산 규모에 걸맞은 세 부담을 지우겠다는 취지다. 다만 현재 2주택 이하와 3주택 이상 보유자에게 달리 적용되는 세율 체계를 실거주 여부와 주택 가격, 소재지, 보유 목적 등을 반영한 차등 과세 방식으로 바꿀 경우 제도가 오히려 복잡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초고가 기준 공시가 30억~40억 원…‘똘똘한 한 채’ 정조준=정부 안팎에서는 종부세 부담이 크게 늘어날 초고가 주택의 기준으로 공시가격 30억~40억 원 선이 거론된다. 아파트 공시가격 현실화율 69%를 적용하면 시가로는 대략 40억~50억 원대에 해당한다. ‘1주택은 보호한다’는 원칙은 유지하되 현행 기본공제 선인 공시가격 12억 원 안팎의 주택과 30억~40억 원 이상의 초고가 주택을 같은 1주택 틀에서 과세하는 현행 체계는 손보겠다는 얘기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달 14일 국무회의에서 초고가 1주택은 실거주 주택이라도 세 부담을 높일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정부 내에서는 시가 40억~50억 원 이상, 공시가격으로는 30억~40억 원 안팎에 별도의 과세 구간을 설정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초고가 구간의 과세표준을 세분화하거나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방안 또한 검토 대상이다.
정부가 합산가액 중심 과세로 방향을 튼 것은 현행 종부세가 초고가 1주택에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이 자리 잡고 있다. 현재는 과세표준이 같아도 3주택 이상 보유자는 별도의 중과세율을 적용받아 세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과세표준이 30억 원 초과 50억 원 이하 구간에서 3주택 이상 보유자의 1인당 종부세는 6666만 원으로 1주택자(2472만 원)보다 4194만 원 더 많았다. 주택 수에 따른 과세 차등이 초고가 1주택으로 수요를 몰아가는 유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12억 원 기본공제 상향 검토=초고가 기준선과 함께 이번 개편의 핵심으로 꼽히는 것은 기본공제 선이다. 현행 종부세는 인별 합산 공시가격에서 1세대 1주택자는 12억 원, 다주택자는 9억 원을 공제한 뒤 공정시장가액비율 60%를 곱해 과세표준을 계산한다.
정부는 최근 주택 가격과 물가 상승을 고려해 1주택자 기본공제를 현행 12억 원보다 소폭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반적인 실거주 1주택자의 부담은 줄이거나 현 수준으로 유지하는 대신 초고가 주택의 세 부담을 집중적으로 높이기 위한 조치다.
전체 과세 체계는 기본공제 이하 비과세 구간과 중부담 구간, 초고가 구간 등 3개 그룹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3주택 이상에 최고 5%의 별도 중과세율을 적용하는 방식은 폐지하거나 일반 세율에 통합하고, 주택 수와 관계없이 인별 합산가액에 동일한 기본 누진세율을 적용하는 구조다. 이후 실거주 여부와 주택 소재지, 보유 목적 등에 따라 공제·감면을 달리하거나 최종 세액에 가중 요소를 반영하게 된다.
◇장기 보유보다 실거주 중심…불가피한 비거주자 예외=종부세 공제 체계는 단순 장기 보유보다 실제 거주 여부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는 1세대 1주택자가 5년 이상 주택을 보유하거나 만 60세 이상이면 실제 거주하지 않더라도 장기보유·고령자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두 공제를 합하면 종부세의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다.
정부는 실거주 주택과 서민·중산층 주택, 지방 주택에는 공제·감면을 확대하되 비거주 초고가 주택이나 다주택, 명백한 투자·투기 목적의 보유에는 혜택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직장 이동이나 해외 파견, 장기 치료, 부모 봉양, 자녀 교육 등 불가피한 사정으로 본인 소유 주택에 거주하지 못하는 1주택자에게는 실거주자로 인정하는 등 예외를 둘 방침이다.
◇‘투기 목적’ 판별 난제…중복 가산 땐 세 부담 급증=종부세 개편 방향을 놓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가 세 부담을 높이겠다고 밝힌 ‘투자·투기 목적 보유’를 세법상 객관적으로 정의하는 일부터 쉽지 않다. 실제 거주하지 않는다는 사실만으로 투기 목적을 단정하기 어렵고, 임대주택도 생계형 임대와 시세 차익을 노린 투자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초고가와 다주택, 비거주, 투기 목적 등의 가중 요소를 어느 범위까지 적용할지 역시 논란거리다. 초고가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하면서 실제 거주하지 않는 사람에게 각각의 가중 요소를 모두 적용하면 세 부담이 과도하게 늘어날 수 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실거주 여부 등을 세법상 객관적인 과세 기준으로 설계하기는 쉽지 않다”며 “보유세 강화라는 방향은 분명하지만 세부 기준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