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그룹이 이달 23일 실적 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중동 사태 여파가 여전히 남아 있고 고유가·고환율이 지속되고 있다”며 “중소법인·소상공인·자영업자 등 취약차주의 건전성 하락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4대 은행의 3개월 이상 연체대출 고정이하여신(NPL) 잔액은 지난해 말 4조 5489억 원에서 올해 6월 말 기준 5조 6444억 원으로 24.1% 급증했다. NPL은 지난해 6월 말과 비교해도 15.2% 늘었다.
중앙그룹 기업회생 신청이라는 일회성 요인을 제외하더라도 은행권 전반의 부실 확대 흐름은 이어졌다. 우리은행의 NPL은 같은 기간 1조 985억 원에서 1조 3493억 원으로 22.8% 늘었고 신한은행도 1조 1540억 원에서 1조 2293억 원으로 6.5% 증가했다. 국민은행은 2분기 중 2790억 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매각·상각한 영향으로 NPL이 16.1% 감소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가 겪는 타격은 더 크다. 실제로 부동산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지방 중소 건설업을 중심으로 상환 부담이 커지고 있다. 6월 말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의 건설업 관련 중기 대출 연체율은 각각 1.33%, 0.76%로 중기 평균 연체율인 0.59%, 0.49%를 크게 웃돈다. 내수 침체에 민감한 숙박·외식업의 사정도 녹록지 않다. 우리은행의 숙박·외식업 중기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0.62%에서 올 6월 말 0.73%로 뛰었다.
시중은행의 한 리스크 담당 임원은 “중동 사태의 영향이 하반기부터 실물경제에 본격적으로 전이될 텐데 원자재와 공사비 상승의 직격탄을 맞는 지방 건설사가 특히 문제”라며 “반도체 대기업은 호황이지만 중소기업 중에서는 한계기업이 늘어나는 추세라 신규 부실과 충당금 적립 부담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은행이 다음 달 추가로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한은은 이달 16일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시장금리도 빠르게 올라 이달 24일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3.959%까지 상승했다. 이는 2023년 11월 2일(3.979%)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브렌트유 선물도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이달 23일(현지 시간) 배럴당 100.69달러를 기록했다.
금리와 원자재 가격이 동시에 오르면 기업은 영업비용과 이자비용이 함께 증가한다. 수익성 악화로 원리금 상환이 지연되고 연체가 장기화할 경우 해당 여신이 NPL로 재분류되면서 은행의 충당금 적립 부담도 커질 수 있다.
문제는 금융사들의 대응 여력이다. 4대 은행의 부실 대출이 올 상반기 24% 넘게 늘어난 반면 대손충당금은 2%가량 증가하는 데 그치면서 손실 흡수력이 약화했기 때문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단순 평균 NPL 커버리지 비율은 지난해 말 172.0%에서 올 6월 말 146.0%로 반년 만에 26.0%포인트 하락했다. NPL 커버리지 비율은 대손충당금을 NPL로 나눈 값이다. 수치가 높을수록 부실 대출에서 손실이 발생해도 미리 쌓아둔 충당금으로 이를 흡수할 여력이 크다는 뜻이다.
은행별로는 우리은행의 하락 폭이 가장 컸다. 우리은행의 NPL 커버리지 비율은 지난해 말 172.6%에서 올 6월 말 132.9%로 39.7%포인트 떨어졌다. 하나은행도 같은 기간 136.3%에서 100.4%로 35.9%포인트 낮아졌다. 신한은행은 173.1%에서 153.4%로, 국민은행은 206.0%에서 197.3%로 각각 하락했다.
이는 부실 대출 증가 속도를 충당금 적립이 따라가지 못한 결과다. 4대 은행의 대손충당금은 지난해 말 7조 7822억 원에서 올 6월 말 7조 9316억 원으로 1.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부실채권 상·매각과 보수적인 충당금 적립 기조를 유지하며 선제적인 관리에 나설 계획”이라면서도 “그만큼 손익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