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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기저귀만 입은 채 냉장고서 발견된 아버지…아들은 밥도 약도 주지 않았다

26.07.2026 1분 읽기

그날의 뉴스는 지나갔지만, 그 의미는 오늘에 남아 있습니다. ‘오늘의 그날’은 과거의 기록을 통해 지금을 읽습니다. <편집자주>

“장례 치를 돈이 없어 냉장고에 넣었다.”

4년 전 오늘인 2022년 7월 26일. 대전지검 서산지청은 치매 아버지를 학대해 숨지게 하고 시신을 냉장고에 유기한 20대 아들 A씨를 존속살해 및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치매 아버지 학대해 숨지게 하고 냉장고에 유기=A씨는 2021년 7월 무렵 아버지 B씨의 치매 증상이 심해지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홀로 간병을 맡았다.

2022년 1월부터는 화를 참지 못한 A씨가 아버지의 뺨을 때리기 시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2월부터 5월까지는 이틀 간격으로 가슴을 때리고 손으로 목을 졸랐다.

3월부터 A씨는 B씨에게 음식과 약을 제대로 주지 않으며 방임을 이어갔다. 평소 당뇨·치매로 거동이 어려워 남의 도움을 받아야 무언가를 먹을 수 있던 B씨의 몸은 점점 기아 수준까지 상했다.

A씨는 B씨가 숨지기 전 7일 동안은 음식과 약을 아예 주지 않았다. 숨지기 사흘 전에는 하반신에 뜨거운 물을 부어 화상을 입힌 뒤 방치하기도 했다.

B씨는 결국 당뇨 합병증으로 눈을 감았고, 나흘 뒤 A씨는 냄새·벌레를 걱정해 시신을 냉장실에 넣었다.

약 한 달 뒤인 6월 30일, 이사를 통보 받은 주택 관리인이 다른 입주자를 받기 위해 냉장고를 대형으로 교체하려다 시신을 발견했다. 관리인은 문을 두드려도 대답이 없자 창문으로 들어가 냉장고를 열어봤고, 칸막이 없는 냉장실 안에 기저귀를 입은 채 쭈그려 앉은 시신이 있었다.

관리인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A씨의 차량번호, 휴대전화 추적 등을 통해 추격하다 서해안고속도로 상행선 서산휴게소에서 그를 붙잡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부검에서 갈비뼈 골절과 다리 화상 흔적을 확인해 외부 충격 가능성을 내놓았다. 경찰은 애초 사체유기 혐의만 적용했다가 학대 정황이 드러나자 학대치사 혐의를 추가해 7월 7일 A씨를 구속 송치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움직이지 못하는 아버지를 돌보면서 방에 누운 배변을 치울 때 예전에 아버지한테 학대 당한 기억이 나 홧김에 뜨거운 물을 뿌리고 주먹과 발로 가슴 등을 폭행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고속도로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자살하려다 겁이 나 죽지 못했다”면서 “아버지가 숨진 뒤 장례 치를 돈이 없어 3일 동안 방 안에 놔뒀다 부패하기 시작해 냉장고에 넣었다”고 했다. 하지만 A씨가 2021년 말까지 직장을 다녔고 차도 있었다는 점에서 장례비가 정말 없었는지에 대해 의혹이 제기됐다.

◇존속살해로 죄명 상향, 법정에 선 아들=이후 보강수사를 벌인 검찰은 치료 중단·사회복지 거부 정황을 확인하고 A씨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결론지었다.

그 결과 학대치사 혐의는 존속학대치사죄(무기 또는 5년 이상)보다 무거운 존속살해죄(사형·무기 또는 7년 이상)로 바뀌었고, 검찰은 7월 26일 이 혐의로 A씨를 구속기소했다. 당시 검찰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패륜범죄에 대해 최고 사형까지 선고될 수 있는 혐의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도움 없이는 생활하기 어려운 피해자에게 음식을 주지 않아 기아 상태에 이르게 하고 학대해 숨지게 했다. 죄질이 매우 좋지 않음에도 살인의 고의를 부인하며 반성하지 않고 있다”며 A씨에게 징역 9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형량이 가볍다며 항소했고, A씨 측도 함께 항소했지만 항소심 도중 스스로 의지를 접었다. 2023년 4월 5일 대전고검은 항소심 재판부에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1심에서 살해 고의를 부인했던 A씨는 2심에서 혐의를 인정했지만, 검찰의 구형량은 15년 그대로였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죄질이 매우 좋지 않으며 비난 가능성이 크고 아버지를 살해한 행동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반인륜적 범죄 행위”라면서도 “피고인이 항소심에 이르러 범행을 모두 자백한 점, 당뇨병과 치매를 앓는 피해자를 피고인이 홀로 간호해온 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의 양형 판단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A씨는 2023년 5월 2일 대전고법에 상고 포기서를 제출했고, 검찰도 상고 기간 안에 상고장을 내지 않으면서 같은 달 징역 9년의 형이 확정됐다. 이 사건은 학대·방임이 죽음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노인 돌봄 공백은 4년이 지난 지금도 숙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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