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마다 수천 톤씩 쏟아지는 폐현수막 처리가 매번 골칫거리로 떠오르는 가운데 제주도가 폐현수막을 파라솔과 에코백 같은 생활용품으로 되살리는 새활용(업사이클링)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폐기물을 줄이는 제도 논의와는 별개로 수거한 현수막을 실제 소비재로 바꿔 쓰는 지자체 차원의 자원순환 실험이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이다.
2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환경부 등에 따르면 2024년 22대 총선에서 발생한 폐현수막은 1235t, 2022년 지방선거에서는 1557t에 달했다. 재활용률은 각각 30%와 24.8%에 그쳐 나머지는 대부분 소각되거나 매립된 것으로 집계됐다.
현수막 한 장(가로 5m·세로 0.9m 기준)을 만드는 제작비도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 여파로 6만원대에서 9만원대까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현수막 1장 무게를 1㎏으로 환산하면 2024년 총선에서는 전국적으로 약 123만 5000장이 제작된 셈인데 여기에 장당 제작비 5만~6만원을 단순 대입하면 총선 한 번에 618억~741억원 규모가 현수막 제작에만 투입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제주도는 이런 폐현수막을 우산, 방재용 모래주머니, 플로깅용 마대 등으로 바꿔 보급해왔다. 2023년에는 우산 100개와 필통 400개, 2024년에는 우산 90개와 쓰레기 마대 4000개를 만들었다. 지난해에는 쓰담달리기용 마대 2350개, 쓰레기 마대 4115개, 모래주머니 750개를 내놨다.
올해는 대상 품목을 넓혔다. 해수욕장 개장 시기에 맞춰 폐현수막 파라솔을 제작해 도내 해수욕장 5곳에 배치했고, 제주관광공사가 주최한 행사에는 에코백 400개와 돗자리 200개를 지원했다. 사업은 도내 사회적기업과 함께 추진하며, 제품 제작에는 발달장애인이 직접 참여해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로도 이어지고 있다.
제주도는 폐기물 발생 자체를 줄이는 방안도 병행한다. 올해 2월부터 생분해성 소재와 친환경 고정 방식을 적용한 ‘친환경 현수막 전용 게시대’를 시범 운영 중이며, 현재 제주시 3기 14면, 서귀포시 1기 5면이 설치돼 있다.
고영훈 제주도 건축경관과장은 “버려지던 현수막이 도민과 관광객이 쓰는 물건으로 되살아나고 있다”며 “재활용 제품 보급과 친환경 게시대 운영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