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고강도 대출 억제 기조를 유지하되 주택 공급에 필요한 이주비와 중도금·잔금 등 집단대출을 예외로 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집값 폭등 원인으로 지목한 전세대출은 공적 보증 한도를 낮추고 비거주 1주택자는 제한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24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 대통령 주재로 진행된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제기된 주택금융 관련 안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이르면 이달 30일 발표할 예정이다.
잔금 같은 집단대출, 청년·신혼부부 등 실수요자 지원 방안, 전세대출 강화 등 토론회에서 제기된 모든 안건이 검토 대상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토론회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검토하고 있다”며 “관계부처 간 협의를 거쳐 이달 말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비거주 1주택자는 전세대출 공적 보증을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수도권과 규제지역의 신규 전세대출 공적 보증 한도를 현행 80%에서 70%로 추가 하향하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 공적 보증 한도가 축소되면 은행의 신용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대출 한도가 낮아지는 효과가 발생한다.
다만 이 대통령이 직장 이동이나 자녀 교육, 질병 치료 등은 ‘거주용’으로 판단해 예외를 인정하겠다고 밝힌 만큼 비거주 1주택은 투기성이 명백한 경우만 규제가 가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 당국은 집단대출은 재개발·재건축 등 주택 공급 확대와 연관된 자금의 성격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완화 방식과 강도에 대한 검토를 이어가고 있다. 당국 안팎에서는 연간 가계대출 증가율 1.5% 목표는 유지하되 집단대출만 예외적으로 취급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다음 달부터 연말까지 입주 예정인 아파트는 116개 단지, 7만 2900가구로 세대당 평균 잔금대출을 3억 원으로 추산하면 22조 원이 필요하다. 올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이 늘릴 수 있는 가계대출 총량이 4조 3300억 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집단대출만 별도로 관리할 필요성이 크다.
청년층은 정책대출 상품을 중심으로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현재 은행의 대출 규제 체계가 연령별 차등을 고려해 설계된 제도가 아니라 민간 금융권이 청년층만 별도로 규제를 완화해주기는 실무상 어려움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보금자리론·디딤돌대출(내 집 마련), 버팀목대출(전세대출)과 같은 정책금융 상품은 지원 대상이나 우대 조건을 신설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현재 보금자리론과 디딤돌대출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상한을 현행 70%에서 80%로 높이거나 청년층을 위한 별도 특례를 신설하는 방안이 언급된다. 청년층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상향도 가능한 선택지로 꼽힌다. 또 다른 금융 당국 관계자는 “정책대출은 정부가 지원 기준을 직접 설계할 수 있는 만큼 다양한 지원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고액 대출, 다주택자에게 별도 부담금을 부과해 대출 수요를 억제하는 ‘거시건전성 관리부담금’ 도입도 선택지에 올려두고 검토 중이다. 대출 10억 원을 받으면 1%에 해당하는 1000만 원 수준의 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사실상의 준조세인 데다 부과 근거가 미비해 최종 도입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