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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결혼에서 9440억 분할까지…최태원·노소영의 38년

24.07.2026 1분 읽기

665억 원에서 1조 3808억 원으로 불어났다가 9440억 원으로 조정된 최태원 SK(034730) 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재산분할 소송은 롤러코스터 같은 행보를 보였다. 최 회장이 2017년 이혼 조정을 신청한 지 9년 만에 나온 파기환송심 판단이다. 1988년 시작된 최 회장과 노 관장의 결혼 생활을 마무리하는 소송이 사실상 종지부를 찍은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고(故) 최종현 SK 선대회장의 장남인 최 회장과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인 노 관장은 미국 시카고대 유학 중 만나 인연을 맺었다. 1988년 결혼해 재벌총수의 장남과 대통령의 딸의 만남으로 ‘세기의 결혼’이라는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결혼식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노 관장의 은사인 이현재 당시 국무총리의 주례로 성대하게 치러졌다

양측의 소송은 최 회장이 언론을 통해 혼외자를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최 회장은 2015년 12월 세계일보에 ‘내연녀와 혼외자가 있다. 현재 부부 생활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A4용지 3장 분량 편지를 보냈다. 부부 생활이 순탄치 않았음을 세상에 알린 셈이었다. 당시 혼외 딸은 6살이었다.

최 회장이 2017년 7월 노 관장을 상대로 협의 이혼을 위한 이혼 조정을 신청했지만 2018년 2월 양측이 합의에 이르지 못해 정식 소송 절차가 시작됐다. 최 회장이 제기한 이혼 소송이 진행 중이던 2019년 12월 노 관장이 재산 분할을 요구하는 맞소송을 냈다. 노 관장은 당시 “희망이 안 보인다. 원하는 행복 찾아가게 하겠다”는 글을 남겼다. 노 관장은 이혼에 응하겠다며 반소를 내면서 위자료 3억 원과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 중 42.29%(650만주)를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이후 재판 과정에서 요구 주식 비율을 50%로 확대했다.

1심은 2022년 12월 사실상 최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1억 원과 665억 원의 재산을 분할하라고 판결했다.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을 ‘특유재산’으로 인정해 노 관장의 기여를 배제했기 때문이다.

2심 재판부는 2024년 5월 노 관장 측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렸다. 최 회장이 지급해야 할 위자료를 20억 원, 재산분할액을 1조 3808억 원으로 대폭 늘렸다. SK그룹의 성장에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 원’과 노 관장의 기여가 있었기 때문에 최 회장이 보유한 주식회사 SK 지분도 재산분할 대상이라고 판단한 결과다. 노 관장의 모친 김옥숙 여사가 보관한 ‘선경 300억 원’ 메모와 1992년 선경건설(현 SK에코플랜트) 명의 약속어음 등 ‘노태우 300억 비자금’ 관련 증거 대부분을 인정했다.

노 관장 측의 변호인단 전원 교체라는 승부수가 효과가 있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2심 변호인단에는 김기정 법무법인 율우 대표변호사(사법연수원 16기), 이상원 법무법인 평안 변호사(23기), 김수정 법무법인 리우 변호사(31기)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중소형 로펌 소속 전관 출신들이었다.

노 관장은 이혼소송과 별개로 최 회장의 동거녀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을 상대로 30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가정법원은 2024년 8월 최 회장과 김 이사장이 공동으로 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선고했다. 김 이사 측은 선고 당일 “노소영 관장님께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항소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노 관장 측은 아무런 사전 협의나 통보 없이 입금했다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작년 10월 전 대통령의 비자금은 불법 자금이므로 이 돈이 SK에 유입됐다고 해도 재산 분할에서 노 관장의 기여로 참작할 수 없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돌려보냈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과 위자료를 20억 원으로 산정한 2심 판단은 그대로 확정됐다.

상고심에서는 최 회장의 변호인단 교체가 주효했다는 해석이 제기됐다. 최 회장은 상고심을 앞두고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과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실장을 지낸 홍승면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18기)를 변호인으로 선임했다. 이어 법무법인 율촌의 이재근(28기)·민철기(29기)·김성우(31기)·이승호(31기) 변호사 등 가사 사건에 해박한 인사를 추가로 영입했다.

재산분할 파기환송심은 올해 1월 처음 열렸다. 양측은 SK 주식의 분할 대상 인정 여부와 기준 시점 등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재판부는 사건을 조정 절차에 회부했으나 결렬됐다. 지난달 24일 두 번째 기일에는 최 회장과 노 관장이 모두 출석해 대면했다.

이날 선고 후 최 회장 측 대리인은 취재진에 “최 회장은 지금까지 과정에서 많은 분께 심려를 끼친 데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한 뒤 판결에 대한 구체적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했다. 최 회장은 이날 법원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최 회장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우드사이드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만찬 회동을 가졌다.

노 관장 측 대리인은 판결에 대한 입장을 따로 밝히지 않고 법원을 나섰다.

양측의 재상고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이혼과 위자료는 이미 대법원에서 확정됐기 때문에 재산분할 부분만 재상고 대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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