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지글로벌(308100) 이 상장폐지 심사 기준 턱밑까지 몰린 가운데 부실 계열사 인수와 잇단 메자닌 발행으로 재무 부담을 키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형지글로벌의 주가는 2024년 3000원 대에서 2년여 만에 500원 안팎까지 추락했다. 소액주주들이 주가 하락과 지분 희석을 감내하는 사이, 오너 2세인 최준호 대표는 저가에서 장내 매수를 이어가며 지배력을 확대하고 있다.
24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형지글로벌은 지난해 별도기준 법인세차감전순손실(313억 원)이 자기자본(634억 원)의 49.4%에 달해 관리종목 지정 기준(50%) 턱밑까지 올라왔다. 코스닥 상장 규정은 해당 사유로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이후 다음 사업연도에 같은 사유가 발생하면 상장폐지 심사에 돌입하도록 하고 있다. 회사는 이를 막기 위해 지난달 말 1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해 자본 방어에 나서기도 했다.
형지글로벌의 주가와 시가총액도 전날 기준 476원, 114억 원을 기록해 이달부터 강화된 코스닥 상장 유지 기준(주가 1000원·시가총액 200억 원)을 밑돌고 있다. 주가와 시총은 30거래일 연속 기준 미달 시 관리종목 지정 대상이 되고, 이후 90거래일 안에 45거래일 연속 기준을 회복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절차가 진행된다.
재무 위기 속에서도 형지글로벌은 69억 원을 투입해 결손금이 250억 원에 달하는 부실 계열사를 자회사로 편입했다. 올 3월 최대주주인 패션그룹형지가 보유하던 형지에스콰이아 지분 51.12%를 넘겨받은 것이다. 패션그룹형지는 지분 90.39%를 보유한 오너 1세 최병오 회장이 이끌고 있다. 앞서 형지에스콰이아는 법정관리 이후 2015년 형지엘리트가 지분 99.12%를 670억 원에 인수했다. 그 뒤 2022년 지분 절반가량에 달하는 51.12%가 90억 원에 패션그룹형지로 넘어갔고, 약 4년 뒤인 올해 동일한 지분이 또 다시 약 22.7% 낮아진 금액에 오너 2세가 이끄는 회사에 다시 넘겨졌다. 특히 2022년 인수 당시에는 외부 회계법인이 현금흐름할인법(DCF)으로 지분가치를 평가했지만, 이번 거래는 별도의 외부평가 없이 이뤄졌다.
거래 방식도 눈길을 끈다. 형지글로벌은 지난해 패션그룹형지에 총 226억 원을 대여하고 176억 원을 회수했다. 올해 1분기에도 추가로 대여와 회수가 이뤄진 끝에 형지에스콰이아 인수 시점인 올 3월 기준 대여금 잔액은 74억 원이었다. 패션그룹형지는 이 대여금을 현금 대신 보유하고 있던 에스콰이아 지분 51.12%를 넘기는 방식으로 정산했다. 결손금이 461억 원에 달하는 적자 상장사가 지배주주에게 돈을 빌려주고, 그 빚을 또 다른 부실 법인의 지분으로 돌려받은 셈이다.
형지글로벌은 2021년 이후 5년 연속 영업손실·순손실을 기록해, 지난해 말 기준 자체 결손금만 461억 원에 달한다.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황에서 형지에스콰이아를 인수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인수에 앞서 2023년 9월 이미 형지에스콰이아와 동일한 구두·핸드백 도소매업을 영위하는 형지코퍼레이션을 자회사로 설립했기 때문이다. 형지에스콰이아는 ‘에스콰이아’, ‘포트폴리오’, ‘소노비’ 등 브랜드와 전국 유통망, 대전 은행동 부동산 등을 보유하고 있다.
유동성 우려가 가중되자 형지글로벌은 메자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 형지글로벌은 2023년 이후 신한증권, 상상인저축은행 등을 대상으로 총 172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을 발행했다. 이후 지난해 4월 형지글로벌이 ‘이재명 테마주’로 분류되며 주가가 급등하자 CB가 대거 주식으로 전환됐고 투자자들은 상당한 시세 차익을 거뒀다. 반면 형지글로벌은 CB 전환 과정에서 210억 원 규모의 전환증권전환손실을 반영하면서 결손금이 461억 원까지 확대됐다. 아울러 주가가 급등한 시기 회사는 205억 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 계획까지 공시하면서 주가 하락을 부추겼다. CB 전환에 따른 주주 가치 희석과 회계상 손실 부담은 형지글로벌 소액주주들에게 돌아갔다는 평가다.
현재 소액주주 지분율은 72.08%에 달한다. 반면 최준호 대표의 지분은 1%에 미치지 않는다. 최 대표는 지난달 30일 7만 3247주, 이달 6일 4만 6000주를 추가 매수하며 보유 지분을 3월 말 0.18%에서 0.49%로 약 3배 늘렸다. 이에 대해 형지글로벌 관계자는 “최 대표의 지분 매수는 지배력 확대를 위한 것이 아니라 책임경영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주주들의 우려가 큰 상황에서 경영진이 책임을 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거래량이 위축된 상황에서 주가 안정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에스콰이아 인수를 통해 최 대표는 핵심 브랜드와 자산을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확보한 반면, 거래 과정에서 발생한 희석과 주가 하락의 부담은 상장사와 소액주주에게 돌아갔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