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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약 ‘위고비’ 뜻밖의 효과…성인 발작 위험 ‘절반’ 낮췄다

24.07.2026 1분 읽기

전 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킨 비만약 ‘위고비’의 주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가 성인 발병 발작(Adult-Onset Seizure) 위험을 유의미하게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병원은 장윤혁·이순태 신경과 교수와 은용 미국 컬럼비아대 내과 교수, 봉수환 하버드대 T.H. 챈 보건대학원 박사과정으로 구성된 연구팀이 세마글루타이드 투여와 성인 발병 발작 발생의 연관성을 분석한 대규모 인구 기반 연구에서 이같이 나타났다고 23일 밝혔다.

의료계에선 18세 이후 발작이 처음 발생했을 때 성인 발병 발작으로 구분한다. 한 번 발작이 시작되면 의식 소실이나 낙상 위험이 따르고, 운전 등 일상적인 활동에도 제약이 생겨 환자의 기능적 예후와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중장년층 이후 새롭게 발생하는 발작은 뇌졸중, 신경퇴행성 질환, 외상성 뇌손상 등 후천적 뇌손상과 연관될 수 있어 뇌 건강의 중요한 지표로 꼽힌다. 그러나 현재로선 항발작약으로 재발을 억제할 뿐, 발작 자체를 예방할 수 있는 근본적인 치료 방법은 없다.

이번 연구에 활용된 세마글루타이드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 비만 치료제 위고비와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의 주성분이다. 두 약은 각각의 사용 목적에 따라 적정 용법용량에 차이가 있지만 성분은 동일하다. 세마글루타이드는 혈당·비만 관리 외에도 만성 콩팥병, 대사이상 지방간염(MASH) 등 다양한 치료제로 널리 쓰이고 있다.

연구팀은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보건의료 코호트인 ‘올 오브 어스(All of Us) 프로그램’의 전자의무기록(EMR) 데이터에서 39만 명의 자료를 확한 다음, 제2형 당뇨병 환자 6만9228명을 추렸다. 이후 세마글루타이드와 SGLT-2 억제제, 기타 혈당강하제를 신규 처방받은 성인 환자 1만 8243명의 성인 발병 발작 발생 위험을 분석했다. 대상자들의 평균 연령은 60~64세였다.

관찰자료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무작위 임상시험을 최대한 모사하는 ‘타깃 트라이얼 모사’(Target Trial Emulation) 방법을 적용했으며 △세마글루타이드-기타 혈당강하제 비교군(1만213명) △세마글루타이드-SGLT-2 억제제 비교군(8605명)으로 나눠 나이·동반 질환·체질량지수(BMI) 등 임상적 차이를 정밀하게 보정했다.

그 결과 세마글루타이드 신규 투여군은 기타 혈당강하제 투여군 대비 성인 발병 발작 발생 위험이 약 56% 낮았다. 실제 발작 발생률 차이를 뜻하는 ‘4년 누적 위험차’는 1.78%포인트로 확인됐다. SGLT-2 억제제와 비교한 분석에서도 세마글루타이드군의 발작 위험이 52%가량 낮았고 4년 누적 위험차는 1.46%포인트였다. 이를 치료 필요 환자 수(NNT)로 환산하면 기타 혈당강하제나 SGLT-2 억제제 대신 세마글루타이드로 각각 70명, 131명을 치료할 때마다 성인 발병 발작 1건을 추가로 예방할 수 있음을 뜻한다.

발작 위험 감소 효과는 혈당이나 체중 감소만으로는 설명되지 않았다. 매개 효과 분석에 따르면 당화혈색소 변화가 설명하는 비중은 비교군에 따라 2.4~6.5%, BMI 변화가 설명하는 비중은 0~0.7%에 그쳤다. 쉽게 말해 세마글루타이드가 발작 위험을 대폭 낮춘 전체 효과를 ‘100’이라고 봤을 때 혈당(당화혈색소) 감소의 기여도가 2.4~6.5%, 체중 감량은 0~0.7%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다른 GLP-1 계열 약물에선 이 같은 예방 효과가 뚜렷하게 관찰되지 않았다. GLP-1 계열 전체 약물로 일반화하기 보다는, 체내에 오래 머물며 뇌 안으로 일부 도달하는 세마글루타이드 성분 고유의 약리학적 특성 덕분일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장윤혁 교수는 “성인발병 발작을 중장년기의 뇌 건강이란 관점에서 새롭게 바라본 연구”라며 “다만 관찰 연구인 만큼 향후 장기 추적 연구와 무작위 임상시험을 통해 실제 예방 효과와 임상 적용 가능성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신경학회 공식 학술지 ‘신경학(Neurology)’ 최근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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