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 홀로 선 여자. 거침없는 대사와 압도적인 연기로 러닝타임 내내 관객의 멱살을 부여잡고 극을 이끈다. 그러고는 관객 저마다가 애써 숨겨왔던 심연을 파고든다. 여성 배우들의 ‘매운맛 연기’를 앞세운 1인극이 잇따라 무대에 오른다.
지난달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개막한 ‘플리백’에 이어 ‘소녀소년들’이 이달 31일 한남동 더줌아트센터에서 관객과 만난다. 두 작품 모두 영국에서 탄생한 여성 1인극으로 현지 초연 후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국내 초연작인 점도 공통적이다. 무엇보다 점잖은 언어와 수동적인 여성 캐릭터와는 거리가 멀다는 점이 닮았다.
‘플리백’은 영국 극작가이자 배우인 피비 월러 브리지가 쓰고 직접 연기한 작품이다. 2013년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초연된 뒤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켰다. 2016년 TV 드라마로 제작돼 에미상과 골든글로브를 휩쓸며 대중적으로도 이름을 알렸다.
주인공 플리백은 런던에서 기니피그 카페를 운영하는 26세 여성이다. 가장 친한 친구의 죽음과 가족·연인과의 뒤틀린 관계 속에서 죄책감과 자기혐오에 시달린다. 성적 농담과 욕설을 거침없이 쏟아내고 자신의 욕망과 실수, 혐오를 꺼내놓는다.
한국 초연에서는 김히어라·김주연·김규남이 번갈아 주인공을 연기한다. 같은 대본이지만 세 배우의 개성을 살려 무대와 연출도 각각 달리 구성했다. 공연은 9월 6일까지다.
‘소녀소년들’은 한 여성의 평범한 삶이 무너지는 과정을 통해 가족 안의 폭력과 권력을 파고든다. 뮤지컬 ‘마틸다’의 극직가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데니스 켈리가 쓴 작품으로, 2018년 영국 로열코트극장에서 초연됐다.
주인공 ‘여자’ 역에는 ‘언더독: The Other Other Brontë’ 등에 출연한 윤소희가 캐스팅됐다. 그는 관객에게 직접 말을 걸며 공항에서 우연히 만난 남자와 사랑에 빠진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평범한 가정을 꾸리는 과정이 재치 있고 속도감 넘치는 말로 펼쳐진다. 하지만 극이 전개될수록 섬뜩한 진실이 모습을 드러낸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주체 사업 지원작이기도 한 이 작품은 8월 9일까지 공연된다.
